2012 런던올림픽

[이성필기자] 북한에 2012 올림픽이 열린 영국은 다시 한 번 좋은 기억의 땅으로 남을 것 같다.

1966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은 돌풍을 일으키며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일명 '사다리 전법'으로 신장과 체격 차이를 극복해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46년이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북한은 금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며 종합 순위 20위에 올랐다. 지난 1972 뮌헨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로 세계 스포츠 무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북한은 1992 바르셀로나에서 금메달 4개, 동메달 5개로 최고 성적을 거뒀다. 이번 런던 대회의 성적은 바르셀로나 다음으로 좋은 기록이다.

일부 외신은 북한이 GDP 대비 메달 순위 3위라며 비용대비 고효율의 성적을 낸다고 비꼬기도 했지만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친 것만은 분명하다.

주목할 부분은 북한이 메달을 얻은 종목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나 특수 장비 등을 이용하기보다는 강훈련을 통한 체력 향상 자체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점이다. 또, 단체보다는 개인 종목에 집중해 성과를 냈다.

북한은 역도에서 금메달 3개, 유도에서 금메달 1개를 가져갔다. 남자 역도 56㎏급 엄윤철, 62㎏급 김은국, 여자 69㎏급 림정심이 금빛 바벨을 들어올렸고, 여자 유도 52㎏급의 안금애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역도에 나선 북한 선수들의 정보가 거의 없어 상대국들이 전략을 세우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점을 적절히 이용한 북한은 중량을 마음대로 조정하며 상대의 힘을 뺐다. 훈련도 비공개로 하는 등 특유의 신비주의(?)로 효과를 봤다.

특히 김은국은 인상 153㎏을 들어 세계 타이기록을 세운 데 이어 용상 174㎏으로 합계 327㎏을 기록하며 종전 기록을 1㎏ 경신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안금애는 1996 애틀랜타에서 정상에 오른 계순희 이후 16년 만에 유도 금메달을 땄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여자유술(유도)에서 안금애가 완강한 투지와 높은 기술을 발휘해 1등의 영예를 쟁취해 세계를 들썩케 했다"며 "이 소식은 삽시에 온 나라에 퍼져 군대와 인민에게 커다란 신심을 안겨주고 있다"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최고의 성과임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북한의 전통적인 강세 종목이었던 레슬링은 남자 자유형 55㎏급의 양경일이 동메달 1개만 따냈고, 복싱과 탁구는 노메달에 그쳤다.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런던(영국)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