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이성필기자]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선수단은 '10-10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였다. 10개의 금메달에 10위권 이내 순위를 기록하는 것이 목표였다.

12일(현지시간) 런던올림픽은 그 막을 내렸고, 한국 선수단의 최종 성적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5위였다. 목표 초과달성이다. 꼭 금메달 수가 모든 것은 아니다. 1등 지상주의가 서서히 무너지면서 은메달과 동메달은 물론 메달권 밖 선수들도 조명을 받으며 과거와는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래도 한국 선수단이 거둔 성적은 놀라웠고, 그 중심에는 역시 '효자 종목'이 존재한다. 전통적 효자 종목인 양궁과 유도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한국 금메달 퍼레이드의 원동력이었다. 초반 박태환(수영)이 실격 파동을 겪으며 주종목 4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남현희(펜싱), 왕기춘(유도) 등 금메달 후보들이 노메달에 그쳤지만 기대주들은 물론 예상밖으로 선전해주는 종목과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대한민국호는 순항했다.

양궁은 여자 단체전서 어김없이 금빛 명중시켰고 개인전에서도 기보배(광주광역시청)가 금맥을 캤다. 남자는 단체전 동메달에 머물렀지만 개인전에서 오진혁(현대제철)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사상 첫 남자 개인 금메달이라 의미는 남달랐다.

유도도 제 몫을 해냈다. 남자 66㎏급 조준호(한국마사회)가 유도 역사상 초유의 판정 번복에 희생됐지만 동메달로 힘을 내더니 81㎏급 김재범(한국마사회)과 90㎏급의 송대남(남양주시청)이 정상에 오르며 목표했던 1개 이상의 금빛 매치기를 해냈다.

개개인의 사연도 깊었다. 김재범은 왼쪽 어깨 탈골, 무릎 관절 이상, 발목, 손목, 팔꿈치 부상 등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 몸상태에서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비쇼프(독일)를 결승에서 물리쳤다. 송대남은 정훈 감독이 심판에게 퇴장 명령을 받은 상황에서도 연장전까지 치러 침착하게 안뒤축걸기로 쿠바의 곤살레스를 무너뜨리고 금메달을 따냈다.

펜싱과 사격은 런던 올림픽의 최고 효자종목으로 떠올랐다. 펜싱은 무려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무더기로 수확했다. 에페 신아람이 준결승에서 '1초 오심'으로 노메달에 머물며 최악의 분위기가 연출됐으나 선수단은 오히려 똘똘 뭉쳐 최고의 성과를 일궈냈다.

특히 여자 사브르 개인전 김지연(익산시청)은 무명 돌풍을 일으키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돼 펜싱 강국 코리아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남자 단체 사브르도 현란한 스텝으로 '발 펜싱'의 진수를 보여주며 금메달을 가져왔다. 유럽의 전유물이던 펜싱에 일대 변화를 일으킨 놀라운 성과였다.

사격도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진종오(KT)는 2관왕으로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줬고 막내 김장미(부산시청)는 여자 25ｍ 권총에서 겁없는 사격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정지현(삼성생명) 이후 8년 만에 금맥을 캔 레슬링도 부활을 알렸다. 그레코로만형 66㎏ 이하급 김현우(삼성생명)가 화려한 기술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55㎏급 최규진은 4강에 오르는 등 미래도 봤다.

양학선(한체대)은 체조의 52년 올림픽 도전에서 첫 금메달을 거머쥐며 새 역사를 썼다. 도마에 출전한 양학선은 '양1' 등 스스로 개발한 난이도 높은 환상적인 기술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호성적을 거둔 한국 선수단이지만 어두운 그림자도 있었다. 배드민턴은 여자 복식에서의 져주기 게임 논란 속 남자 복식 이용대-정재성(이상 삼성전기) 조만 동메달을 얻으며 최악의 대회로 마감했다. 여자 복식에서 실격처분을 받은 4명이 모두 메달권 후보였던 터라 더욱 안타까웠다.

종주국을 자부하는 전통의 메달밭 태권도에서는 여자 67㎏급 황경선(고양시청) 홀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기대했던 이대훈(용인대)은 결승 상대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은메달에 머물렀고 차동민과 이인종은 노메달에 그쳤다. 2000년 시드니에서 태권도가 정식 종목이 된 뒤 출전 선수 전원이 메달을 따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런던 대회에서 금1, 은1을 기록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탁구는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 1개의 성적을 내며 체면을 차렸고, 역도는 간판 장미란이 어려움 속 최선을 다했으나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한데다 사재혁이 부상 악재를 당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런던(영국)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