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올해 800만 관중을 넘보고 있을 만큼 열기가 뜨거운 프로야구장에서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기업명과 제품 브랜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실제로 현재 각 야구장 펜스 광고판의 20~30% 정도를 제약사들의 광고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정부의 리베이트 단속 강화와 일괄 약가인하 정책 시행으로 전문의약품의 매출 손실 등 고충을 겪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이 일반의약품의 마케팅 확대를 통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찬호, 이승엽 등 해외스타들의 복귀와 유례없는 치열한 순위싸움으로 올해 프로야구가 범국민적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각 제약사들은 앞다퉈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나서고 있다.
◆CI, 일반약 중심으로 홍보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JW중외제약, 동아제약, 유한양행, 보령제약, 일동제약, 신신제약, 광동제약 등이 현재 야구장 펜스에 스폰서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명을 변경한 JW중외제약은 바뀐 기업이미지(CI)를 홍보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잠실구장 외야와 본부석에 펜스 광고를 실시하고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회사 CI 변경 이후 젊은 층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야구장 펜스 광고를 진행하게 됐다"며 "제품과 브랜드가 TV중계를 통해 전국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기 때문에 기업이미지 제고 등에 수치화할 수 없는 홍보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동아제약은 서울 잠실구장과 인천 문학구장의 외야 펜스에 '박카스'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동아제약은 올해로 4년째 두산베어스와 숙취해소제 '모닝케어'와 구강청정제 '가그린'에 대한 공동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늘어난 여성팬들을 겨냥해 프로모션 품목에 '템포'를 추가했다.
잠실구장에서 두산의 홈경기가 치러질 때 테이블석을 모닝케어존, 가그린존, 템포존 등으로 만들어 관중에게 해당 제품들을 나눠주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이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과의 제품 체험 마케팅으로 블로그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직접 체험으로 브랜드의 신뢰도와 인지도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유한양행 '삐콤씨', 일동제약 '아로나민', 보령제약 '겔포스엠', 신신제약 '신신파스 아렉스' 등이 잠실구장 펜스 광고를 진행 중이다.
광동제약도 2008년부터 인천 문학구장에서 '광동옥수수수염차'와 '비타500' 펜스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야구장 펜스광고는 복잡한 메시지보다는 단순한 기업명이나 제품명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따라서 기업이미지나 인지도가 높은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펜스광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렴한 비용, 높은 홍보효과에 제약사들 '만족'
이 처럼 많은 제약사들이 앞다퉈 프로야구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집중하는 이유는 약가인하 조치로 광고, 홍보 등 판매관리비용의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비용 대비 최대의 노출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야구장 본부석 펜스 광고비용은 대략 2억~3억원 정도다. 프로야구가 4월 개막을 시작으로 10월까지 7개월여 진행된다고 볼 때 월 3천만~4천만원이 광고비로 지출되는 셈이다.
게다가 연간 페넌트레이스가 133경기가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당 약 200여만원 정도의 비용만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야구장 펜스 광고는 일반적으로 광고를 진행하는 신문이나 TV광고 단가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이라며 "TV광고의 경우 모델 섭외비, 제작비등으로만 1~2억 정도 소요되고 공중파 방송에 송출할 경우 5~10억의 비용을 추가로 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야구장 펜스 광고는 비용은 적게 드는 데 비해 높은 노출효과를 볼 수 있다"며 "야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직접적인 홍보 뿐만 아니라 TV의 중계방송,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등을 통해 2차적인 노출 빈도 역시 높아 비용한계가 있는 제약사로서는 최적의 마케팅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출에 기여하는 효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문학구장 펜스 스폰서 광고를 진행해 온 광동제약은 전년보다 비타500은 35%, 광동옥수수수염차는 10%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 지 정확한 효과를 측정하긴 어렵지만 제품 노출 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야구장 펜스 광고 등 스포츠 마케팅은 제품 홍보뿐 아니라,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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