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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맛집] [6] 걷고 걸은 이촌동에서 나고야 향기 느껴진거야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스즈란테이(鈴蘭亭)'

[편집자주] 넘쳐나는 맛집 정보 홍수의 시대입니다. 광고인지 홍보인지 알듯 모를듯한 글들이 독자들을 헷갈리게 합니다. 책 '식당의 발견 : 통영, 남해, 진주, 사천'(2015)을 집필한 기자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맛집을 소개합니다.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코로나 이전 일본 나고야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오사카, 교토를 다음주에 가기로 돼 있었는데 취소가 안 되는 특가 항공권 예매한 탓에 연달아 일본을 가게 된 일이 있었다. 오사카는 한국 관광객들이 무척 많고, 음식 또한 내지인과 외지인 모두에게 무난한 편이다. 반면 나고야는 한국 관광객이 좀 덜 찾는 편이다. 음식도 내지인 입맛에 좀 더 맞춰져 있는 편이다. 나고야성 등 도보로 여행을 하며 지쳐 들어간 한 가게. 그곳에서 먹은 장어와 닭날개, 생맥주(生ビール)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허기 탓이었는지 맛이었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스즈란테이 스페셜덮밥. [사진=원성윤 기자]
스즈란테이 스페셜덮밥. [사진=원성윤 기자]

'스즈란테이(鈴蘭亭)'는 일본 가정식 도시락을 기본 모델로 한다. 덮밥, 냄비정식 등으로 구성된다. 메인인 덮밥은 튀김덮밥, 돈까스덮밥, 가키아게덮밥, 마구로덮밥, 연어 덮밥, 미타니덮밥, 스페셜 덮밥 등이 있다. 일흔을 훌쩍 넘긴 미타니 마사키(三谷正樹) 오너 셰프가 여전히 현역으로 요리를 하고 있다. 맨션 형식의 구식 아파트들과 신축 아파트가 섞여 있는 이촌동의 낮은 상가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다. 일명 재팬타운 거리다.

스즈란테이 메뉴판이 이 식당의 오랜 연식을 느끼게 해준다. 글로 된 메뉴와 사진으로 된 메뉴판 2가지가 나온다. [사진=원성윤 기자]
스즈란테이 메뉴판이 이 식당의 오랜 연식을 느끼게 해준다. 글로 된 메뉴와 사진으로 된 메뉴판 2가지가 나온다. [사진=원성윤 기자]

음식점에서 어떤 것을 시킬지 가장 고민될 때는 시그니처 메뉴를 고르거나 '스페셜'이 붙은 메뉴를 시키면 실패 확률이 적다. 이날 주문한 메뉴는 '스페셜덮밥'이었다. 한국처럼 스페셜이라고 해서 돈까스+생선까스 조합을 생각하면 도시락을 보고 '어라?' 이럴 수도 있다. 타이거 새우 한 마리가 메인으로 나온다. '이 가격을 주고?'라고 생각할 수 있다. 씹다 보면 맛과 구성, 든듬함에 비로소 고개가 끄떡여진다. 일식을 잘하는 집을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는 바로 계란을 어떻게 쓰느냐다. 이곳 일식 계란찜인 자왕무시(茶わん蒸し)는 일식 특유의 맛과 부드러움을 갖고 있다. 여기에 약간의 숙성을 더한 연어, 광어, 한치, 마구로 등은 활어를 먹을 때와는 다른 새로움을 선사한다.

스즈란테이 입구. 간판을 계속 주시하지 않으면 지나칠 지도 모른다. [사진=원성윤 기자]
스즈란테이 입구. 간판을 계속 주시하지 않으면 지나칠 지도 모른다. [사진=원성윤 기자]

어느 집인들 정성을 다하지 않는 집이 있겠냐만, 이집 음식을 추천하는 건 반찬의 세심함에서 드러난다. 연어조림은 간장 소스를 베이스로 비린내 없이 정돈된 맛을 선사한다. 갈은 무와 함께 곁들여서 먹을 수 있다. 츠케모노(漬物)는 여러 채소들을 소금, 쌀겨, 미소, 간장, 술지게미 등 조미액에 절여 발효한 음식으로 이 집에서는 표고버섯, 새우, 당근, 곤약, 계란말이가 나온다. 각자의 풍미를 자랑해 한입씩 마무리하는 데 제격이었다. 스즈란테이는 지하철 역에서 도보 5분 거리다. 다만 택시를 타고 국립중앙박물관 앞 이촌역에서 잘못 내리면 철길을 따라 한참 돌아가는 수가 있다. 이촌역으로 왔을 때는 지하철 역사로 들어와서 3-1번 출구로 나가야 한다. 이집 음식이 맛있게 느껴진 건, 식사 전 철길따라 도보 30분을 걸어서 일지도 모른다. 다음 방문 때는 나고야가 자랑하는 히츠마부시(ひつまぶし)와 생맥주(生ビール)를 먹겠노라 다짐했다.

[주말엔 맛집]

(1)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쉐즈롤 :푹신푹신한 식감의 롤케이크가 먹고 싶다면?

(2)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츠키젠(TSUKIZEN) : 432시간 숙성된 돼지고기 돈카츠의 맛

(3) 경남 진주시 이현동 하연옥 : 영하의 칼바람이 부는 날, 우리는 진주냉면을 먹었다

(4) 경기 하남시 망월동 오봉집 : 잘 익은 수육과 오동통한 낙지의 조합이라면

(5) 경남 통영시 중앙동 원조밀물식당 : 통영에 가거든 멍게비빔밥을 드셔보시라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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