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맛집 정보 홍수의 시대입니다. 광고인지 홍보인지 알듯 모를듯한 글들이 독자들을 헷갈리게 합니다. 책 '식당의 발견 : 통영, 남해, 진주, 사천'(2015)을 집필한 기자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맛집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날이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이런 날 냉면이라니, 싶지만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파에게 추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우리는 냉면을 떠올릴 때 흔히 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하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생각한다. 여기, 해물 육수를 베이스로 하는 진주냉면은 무척 생소할 것이다. 북한에서 출간된 '조선의 민속전통'(1994)에는 "랭면 가운데서 제일로 일러주는 것이 평양랭면과 진주랭면이었다"고 말한다.
'하연옥'은 진주냉면의 원류를 계승하는 집이다. '하연옥'은 하거옹 사장(당시 24세)과 부인 황덕이 (당시 17세) 씨가 1945년 부산식육식당을 창업하면서 시작됐다. 하 사장은 고아로 자라며 진주 중앙시장의 진주냉면 식당을 전전하며 냉면 기술을 배웠다. 이후 부산냉면, 진주냉면 등으로 상호를 바꾸다 2011년 하 사장의 딸 하연옥 씨의 이름을 딴 지금의 하연옥으로 이름을 바꿨다. 2대에 걸쳐 내려온 '하연옥'은 이제 3대까지 내려왔다.
하연옥의 주메뉴는 물냉면이다. 처음 먹어보면 을밀대, 을지면옥 등의 냉면과 확연히 다른 국물 맛에 호불호가 갈린다. 분명한 건 이들 냉면에 길들어 있다면 하연옥의 국물 맛은 다소 세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또 면 위에 올라가는 육전 고명이 꽤 양이 많다는 거다. 그래서 바다와 육지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돼지 수육을 넣은 평양냉면과 달리 쇠고기에 밀가루와 달걀을 입힌 쇠고기 육전, 달걀 지단, 오이 등 아홉 가지 고명이 화려함을 뽐낸다. 들이키면 들이킬수록 끝맛은 해물 맛이 차고 올라온다.
건새우, 붉은 새우, 황태 머리, 디포리, 멸치, 바지락, 다시마 등 재료들을 큰 통에 넣어 2박 3일 동안 끓이고 15일간 저온 숙성의 과정을 거쳐 육수가 만들어진다. 냉면 육수와는 달리 -7℃ 저장고에 보관하는 특이성도 가지고 있다.
비빔냉면도 일반적으로 먹던 것과는 다소 다르다. 동석한 A는 "새빨간 비주얼과는 달리 적절한 맵기가 좋았다"며 "은근히 단 양념과 채를 썬 육전이 의외의 조화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가장 특이한 메뉴는 바로 '거홍면'이었다. 75년 전통이라고 쓰여 있지만 사실 경남 진주의 하연옥 본점에서도 본 적이 없는 메뉴였다. 거홍면은 일본식 우동과 라멘 사이의 맛을 냈다. 고명이 많은 하연옥 특징처럼, 기존 고명에 고기가 추가된 비주얼과 면까지 라멘 굵기와 비슷해 일본식 라멘의 질감 있는 국물과 맛을 예상했다. 동석한 B는 "막상 먹어 보니 우동의 깔끔하고 맑은 국물 맛이 더 셌다"며 "예상할 수 있지만 꽤 괜찮은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거홍면의 고기는 지리산 흑돼지를 쓴다.
2015년까지 하연옥은 사천과 진주까지 합쳐 모두 3곳이 전부였다. 그러던 것이 2022년 현재, 서울 용산점, 잠실점, 마포점까지 내며 존재감을 입증해내고 있다. 기자는 2015년 '식당의 발견'이라는 책을 발간하며 전운서 사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국물 맛에 대해 전 사장은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국물 맛이 이상하다'는 일부의 평가도 그렇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맛이 없다면 하연옥에서 하루 3천 그릇씩 냉면을 팔 수 있겠어요?"라고 일축했다.
다만 육전은 기자의 충족치를 채우진 못했다. 육전을 잘하는 집이 워낙 많기도 해서 일수도 있지만 얉은 육전이 아쉬웠고, 계란향이 다소 강한 느낌이었다. 마지막 1%를 채우지 못했다.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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