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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자립주의] ㊦ 샌드위치 신세 韓 반도체…경영전략 수립 '먹구름'


美·中 분쟁 악화일로 美는 기밀까지 요구…셈법 복잡해진 삼성·SK하이닉스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전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면서 한국 업체들이 영업, 투자 등 경영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각 국의 반도체 자립주의가 거세지면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고민도 커졌다.

한국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과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미국 오스틴에 공장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충칭에 생산기지가 있다.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곳에만 주력하긴 힘들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미국은 바이든 이전인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중국의 자존심인 화웨이의 판매 거래를 제한하며 중국과 각을 세웠다. 한국 업체들도 대형 고객사인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데 제동이 걸렸다.

바이든 정부도 반도체 전략에 있어선 트럼프 정부와 노선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바이든 정부는 올들어 세 차례나 반도체 기업을 불러 반도체 회의를 열며 기업 기강잡기에 나섰다.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장비 업체 ASML엔 중국에 장비를 수출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분쟁으로 화웨이 등이 제재를 받으면서 우리로선 최대 고객사를 잃었다"며 "화웨이에서 다른 고객사로 전환하는 데 수 년이 걸렸는데 미국 정권이 바뀌어도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더구나 미국은 최근 공급망 점검을 구실로 반도체 기업에 고객사, 재고량 등 정보까지 요구해 파장을 일으켰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공급과 수요 예측, 거래선 확보가 사업 경쟁력과 직결되는데 미국 정보가 이를 요구한 건 차 떼고 포 떼고 사업하라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미국 기업과 거래를 최우선으로 두라는 시그널인데 사사건건 미국 눈치를 보며 사업을 하라는 압박"이라고 꼬집었다.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미국의 강경책이 지속될 수 있고 중국도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를테면 중국도 한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승인하지 않는 등 규제를 동원해 우리 업체들의 세 확장을 막을 수 있다. 중국은 2018년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의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 인수를 불허해 두 회사의 M&A를 무산시켰다.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으로선 미중 분쟁의 핵심은 리스크와 비용이 될 것"이라며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안고 얼만큼의 비용을 치를 지 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도 최상위 반도체 논의기구를 출범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학계,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반도체 연대·협력협의체'를 발족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반도체 문제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기업에게만 이를 전가하지 말고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외교적 역량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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