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최용재기자] *2012년 8월4일, 12일차

런던에 와서 처음으로 기차를 탔다. 지하철이 아닌 기차를. 런던을 떠나 다른 도시로 이동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곳은 바로 웨일즈의 수도 카디프다.

카디프에는 왜 가느냐. 한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이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영국 단일팀과 올림픽 8강전을 치르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기차로 약 2시간을 가야 한다. 카디프행 기차 안은 축구를 보러 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물론 영국을 응원하러 가는 사람들이었다. 다들 한국인 기자들을 경계했고, 기자 역시 그들을 경계하며 2시간을 달렸다.

카디프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방문한 카디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복잡했던 런던과는 달리 카디프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도시였다. 꼭 조용한 시골마을에 온 듯한 분위기가 났다. 어디선가 외할머니가 달려 나와 반길 것 같았다.

하지만 경기가 열리는 밀레니엄 스타디움은 웅장했다.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거대한 경기장이었다. 웨일즈 국가대표팀 홈구장으로 쓰는 밀레니엄 스타디움은 약 7만5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돔구장이라는 것이다. 이날 엄청난 비가 왔지만 뚜껑을 닫아 놓은지라 비는 단 한 방울도 맞지 않았다.

카디프에 와서 느낀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한국 올림픽 대표팀 김보경을 격하게 반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보경은 최근 카디프 시티(잉글랜드 2부 리그)로의 이적이 확정됐다. 그런데 아직 카디프 시티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다. 경기는 물론이거니와 아직까지 카디프 시티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 한 장 없다. 그런데도 카디프 시민들은 김보경을 격하게 반겼다.

한국과 영국의 경기가 열리기 전 축구장에는 사회자가 등장했다. 그는 경기장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관중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멘트를 했다. 그런데 그에게서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바로 김보경이었다. 7만여명이 꽉 들어찬 경기장에서 카디프의 새 식구가 될 김보경의 이름을 거론하며 반겼다.

밀레니엄 스타디움에는 김보경 환영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한국 팬들이 걸어놓은 것이 아니었다. 영국 팬들, 카디프 시민들이 걸어놓은 플래카드였다. 이들이 얼마나 김보경을 반기고 있는지, 김보경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보경은 이날 영국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 영국 기자가 김보경이 왜 선발 명단에서 빠졌냐고 물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하니 그 기자는 큰 부상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보경은 이미 카디프에서 새로운 스타였다.

올림픽이 끝나고 카디프 시티에서 활약하게 될 김보경. 한국 팬들에게도 카디프는 좋은 기억으로 남겨졌다. 한국이 사상 첫 올림픽 4강이라는 역사적인 업적을 이룬 곳이 바로 카디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날 승부차기 끝에 영국을 꺾고 준경승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이 영광스러운 곳에서 활약하게 될 김보경의 앞길에도 영광만이 따를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⑬편에 계속…>

카디프(영국)=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