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최용재기자] *2012년 8월1일, 9일차

유독 설레는 날이었다. 2012 런던 올림픽에 와서 기자의 주종목인 축구를 취재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꿈의 구장'이라는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한국과 가봉의 B조 예선 최종전이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현지시각으로 오후 5시 경기인데 일찍부터 서둘렀다. 빨리 홍명보 감독과 태극전사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또 빨리 웸블리 스타디움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미디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 창문 밖 너머로 거대한 아치가 보였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웸블리 구장 외곽을 두르고 있는 상징과도 같은 대형 아치였다. 웸블리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 웅장하고 장대한 외관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기자는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웸블리 구장 앞에서는 사진을 찍지 않겠다는 의지 따위는 없었다. 미디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막 상경한 시골 사람처럼, 아주 촌스러운 표정과 제스처로 사진을 찍었다. 훗날 내가 웸블리에 왔었노라고 증명할 만한 것이 필요했다. 웸블리에 가봤다는 말을 믿지 않을 그 누군가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라도 인증샷은 필요했다.

웸블리의 내부는 더욱 감동적이었다. 9만석의 좌석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또 물감을 칠해놓은 듯한 선명한 녹색 그라운드는 눈부시다. 선수들이 바로 눈앞에서 뛰어다닌다는 상상이 들 정도로 최고의 시야를 자랑한다. 이 장대하고도 아름다운 광경에 넋이 빠질 수밖에 없다. 구장 내부에서도 사진 찍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웸블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의미는 아주 특별한 경기장이기 때문이다. 9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경기장 중 하나다. 그리고 지붕으로 9만석이 모두 가려지는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또 웸블리는 UEFA(유럽축구연맹)가 인정한 5성급 경기장이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홈구장이고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 FA컵 결승전 등 빅매치가 열리는 구장이기도 하다. 이번 런던 올림픽 축구 결승전도 바로 이곳 웸블리에서 열린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지만 역시나 웸블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신성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심장이기 때문이다. 웸블리가 잉글랜드 축구를 상징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축구가 태어난 곳의 심장.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웸블리다.

이날 웸블리에는 7만6천927명의 구름관중이 몰렸다. 웸블리의 힘은 외관, 내관의 위대함도 있지만 관중을 끌어들이는 매력에도 있다. 9만석을 거의 채운 8만 가까운 관중의 함성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들이 한꺼번에 내지르는 소리는 거대한 웸블리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관중들이 선보인 파도타기 응원도 장관이었다.

7만6천927명 중에는 한국 교민들이 많았다.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태극기를 웸블리에서 흔들었다. 박지성과 이청용도 자리했다. 올림픽 대표팀 동생, 친구에게 힘이 되어주려 웸블리를 찾았다.

'성지' 웸블리에서 홍명보호는 가봉과 0-0 무승부를 거두며 한국 올림픽 역사상 세 번째로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기자는 나중 그 누군가와 함께 다시 한 번 웸블리를 찾아오게 될 것이란 확신에 찬 예감이 들었다.

<⑩편에 계속…>

런던(영국)=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