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최용재기자] *2012년 7월30일, 7일차

사실 런던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살짝 놀랐다. 분명 2012 올림픽이 열리는 도시이기는 한데 그 분위기가 그렇게 열광적이지는 않은 듯했기 때문이다.

런던에 첫 발을 내디딘 히드로 공항에서부터 그랬다. 올림픽 안내 데스크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올림픽을 위한 무언가는 눈에 띄지 않았다. 거리로 나가 봐도 올림픽의 도시치고는 열기 대신 한산함을 느꼈다. 간혹 지나가는 버스에 올림픽 홍보 광고판이 붙어있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이지 않고 캐럴송이 들리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역시 영국 사람들은 올림픽에 관심이 없다. 이들은 축구만 좋아한다. 올림픽은 딴 세상 이야기로 생각한다"며 런던 올림픽의 가라앉은 분위기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영국의 언론들도 올림픽 관련 기사보다는 모드리치의 이적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팀 개편 의지 등을 더 비중있게 보도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 올림픽이 개막을 했다. 그러자 런던은 단숨에 뒤바뀌었다. 그야말로 올림픽은 폭발적인 반응의 연속이다. 개막식이 열린 올림픽 스타디움에는 8만 관중이 꽉 들어찼고, 개막식이 끝난 후 지하철역까지 가는데 40분 이상이 걸렸다. 평소에는 5분이면 갈 시간이다. 사람이 밀려서 길이 통제됐고 가는 길은 온통 인간 주차장으로 변했다.

각 종목 경기가 시작되자 그 열기는 더욱 폭발적으로 커졌다. 경기장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다. 메인 스타디움과 수영장 등이 있는 올림픽 파크는 물론이고 멀리 떨어진 양궁장에도 구름 인파가 몰렸다. 유도, 레슬링, 역도, 펜싱 등이 열리는 엑셀 경기장 역시 사람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이날은 유도장을 찾았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팬들로 유도장은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표를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 입장을 하려고 기다리는 사람, 경기를 관전하는 사람 등 유도장은 월드컵 결승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인파가 몰리다 보니 경기장에 들어가는 시간, 나오는 시간, 숙소에 도착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다보니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기 어렵게 됐다. 이날 유도가 끝나고 가는 길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지하철 입구를 통제하기까지 했다. 한꺼번에 다 들어가면 사고가 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들어간 이들이 지하철을 탄 후 문을 열어 기다리던 사람들을 차례로 입장시켰다.

확실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올림픽 열기가 달궈진다는 것이다. 많은 이슈와 스타들이 탄생하면서 런던의 관심은 온통 올림픽으로 쏠리고 있다. 누가 런던에 올림픽 열기가 없다고 했는가. 어떤 종목이라도 상관없다. 경기가 열리는 곳에 한 번 가본다면 절대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⑧편에 계속…>

런던(영국)=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