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최용재기자] *2012년 7월29일, 6일차

이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특별한 이유 첫 번째. 런던으로 온 후 처음으로 비가 내렸다.

비가 자주 온다는 런던. 이 곳에 도착한 후 지난 5일 동안은 실감하지 못했다. 거짓말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6일째 되는 날 드디어 런던의 상징과도 같은 비를 만날 수 있었다. 반가웠다. 비는 오다 멈추다 오다 멈추다를 반복하며 런던을 적셨다. 런던의 비는 뜨거웠던 날씨도 함께 적셔버렸다.

그리고 특별한 두 번째 이유. 이날은 기자가 태어나서 가장 키가 큰 사람을 만난 날이었다. 그 사람의 키가 크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놀라울 정도로 컸다. 워낙 높이 솟아 있기에 멀리서 봐도 그가 누군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를 올려다보고 있자면 목이 아플 정도였다. 커도 너무나 컸다.

오후에 자랑스러운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MPC(메인 프레스 센터) 내 미디어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는 길. 그런데 저 멀리서 엄청난 키의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를 처음 봤을 때 누구인지 곧바로 알았다. 그는 바로 중국의 농구 스타 야오밍(32) 이었다. 야오밍의 키는 2m29cm다.

야오밍이 누구인가. 아시아인으로선 처음으로 미국프로농구(NBA)를 지배했던 선수였다. 2002년 NBA 휴스턴 로케츠에 입단한 후 2011년 은퇴할 때까지 야오밍은 NBA 최고의 센터로 군림했다. 최고의 센터 샤킬 오닐이 전성기에서 내려올 때쯤 야오밍이 등장했고 NBA 최고의 센터 칭호는 야오밍으로 향했다. 8번의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야모밍은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슈퍼스타였다.

슈퍼스타 야오밍이 2012 런던 올림픽 MPC에 왜 등장한 것일까. 현역에서 은퇴한 야오밍은 런던 올림픽 농구 해설가로 변신했다. 야오밍이 해설자로 나선 것은 이미 알고 있어 런던에 있는 동안 한 번은 마주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마주칠 줄은 몰랐다.

야오밍을 목격하자마자 재빠르게 움직였다. 어렵게 만난 슈퍼스타를 그냥 보내줄 수는 없었다. 함께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동료가 부추겼다. 그래서 용기가 났고 야오밍과 사진 한 장 찍으려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슈퍼스타여서 그런 것일까. 현역 은퇴를 하고 해설자로 변신해 어색해서 그런 것일까. 야오밍은 까칠했다. 야오밍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를 부탁했으나 그는 완강히 거부했다. 아리따운 여성이 부탁해도 야오밍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 누구도 야오밍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래서 멀리서 야오밍의 모습만을 카메라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태어나서 가장 키 큰 사람을 봤고 그것이 세계적 스타 야오밍이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불만족스러운 것은 단 하나. 야오밍을 보자 180cm가 되지 않는(?) 기자의 키가 너무나 초라했다는 것이다.

<⑦편에 계속…>

런던(영국)=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