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짜리를 며칠만에 8천만원에 파는 일이 현실에서 가능할까? 도깨비라면 모를까...
그런데 사고파는 게 주식이라면 사람도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확실한 사례도 있다. 도용환 스틱IT투자 사장은 얼마 전 폐업지경에 이른 벤처기업의 구주를 10원에 사서 불과 일주일만에 8천만원에 되팔았다.
이 '도깨비 전략'은 상장에 이르지 못한 벤처기업의 구주를 묶음(패키지) 형태로 사서 되파는 세컨더리펀드 운용의 묘미라 하겠다. 지난해 약정 총액 기준 1천190억원에 이르는 세컨더리펀드를 결성해 화제가 됐던 스틱IT투자의 도용환 사장은 '도깨비 전략'을 얘기하며 웃음을 띠웠다.
최근 도 사장이 거래한 구주 패키지 가운데는 10원 짜리, 즉 유통성이 없는 폐업 지경의 회사 것도 포함돼 있다. 이 패키지를 8천만원 이상에 팔았으니 과장되기는 해도 말은 되는 것.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대개 출자자의 자금을 모아 펀드로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이 펀드는 운용기간이 대개 5~7년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만기에 이를 경우 상장 또는 인수합병(M&A)으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투자사의 구주를 패키지로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런 구주 패키지를 인수해 유통시켜주는 것이 세컨더리펀드의 역할. 세컨더리펀드가 사들이는 패키지는 대개 유통성이 없는 부실회사들의 구주로 구성되지만, 그 중 시간을 더 벌었을 때 회수할 수 있는 '진주'들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괜찮은' 구주를 적절히 재배치해 되파는 게 센커더리펀드 운용사들의 '비법'인 것. 기존 세컨더리펀드들이 거의 이렇다할 실적을 남기지 못한 가운데 스틱IT투자는 펀드를 가동한 지 불과 4개월만에 중간배당까지 할 정도로 알찬 실적을 올렸다.
세계 최대의 세컨더리펀드 운용사인 영국의 컬러캐피털로부터 '비법'을 익혔기 때문이라고. 컬러캐피털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한 해 3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풀어 30%에 이르는 수익을 남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틱IT투자는 지난 2004년 한국 진출을 노린 컬러캐피털과 공동으로 세컨더리펀드 결성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상대 측의 요구사항이 지나친 데다 모태펀드가 대두되면서 자금줄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컬러캐피털과 협상을 중단한 것.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도 사장은 우리나라와 영국을 오가며 어깨 너머로 귀한 노하우를 익혔다는 후문이다.
그는 "기존 세컨더리펀드 운용사는 구주 패키지 가운데 좋은 것만 골라 사려고 하다가 이해관계가 안 맞아 수익을 내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투자조합이 회수로 연결시키지 못한 구주들을 패키지 형태로 산다는 원칙을 지키되, 적절히 재배치해 파는 것이 하나의 '비법'"이라고 공개했다.
한편 올 들어 정부가 창업투자회사 투자조합 간 거래를 제한하는 법령을 고치는 한편, 벤처캐피털협회가 구주관리정보망 활성화에 역점을 기울이고 있어 세컨더리펀드 시장은 더 활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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