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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 '껍질벗기' 나선다...자율조정위원회 설립


 

벤처캐피털 업계가 스스로 비리와 불신의 '때'를 씻어내고 정화에 나서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터베스트의 정성인 사장을 위원장으로 선임, 스스로 불공정 거래를 해소하고 신뢰 회복을 위한 '자율조정위원회'를 설립, 그간의 불신과 오류를 시정하겠다고 나선 것.

지난 90년대 말 벤처 붐 이후 2001년부터 만성적자에 시달려왔던 벤처캐피털 업체들은 '제 몸 가누기'에도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됐던 벤처 업체들이 기술보다 로비를 앞세우고, 도덕적 헤이에 빠지면서 창투사들까지 '거품' 속에서 허우적거려야 했다.

벤처 지원을 위한 정책 자금을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허비하는가 하면, 중소기업 살리기보다 돈벌이에 급급해 부정을 저지르는 일이 속출했었다.

그러나 올 들어 암울한 분위기가 서서히 걷히는 모습이다.

정부의 벤처 활성화 대책과 함께 코스닥 시장이 살아나면서 창투사들도 투자 대비 1,000%에 이르는 수익을 올리는 등 4년여만에 흑자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벤처캐피털들의 '환골탈태' 선언은 업계 정화뿐만 아니라 정부와 함께 벤처 육성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제는 신뢰회복 나설 때"...회원사 한목소리

올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환경은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중소기업청이 오는 2008년까지 1조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설립하면서 올 해에만 1천7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고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투자금 1천500억원을 포함해 벤처 업계에 뿌려지는 '영양분'은 올 8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벤처캐피털 업계 활성화의 토대가 되는 코스닥 시장 또한 지난 1분기 여러 호재를 만나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또 투자사에 대한 기업공개(IPO) 적기를 만난 몇몇 창투사들은 1~2월 중 코스닥 상장을 통해 10배 이상의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벤처캐피털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모처럼 흑자를 맛보고 있는 상황.

이처럼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잘나가는 것은 단순히 투자금이 몰려들고 코스닥이 활기를 보였기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00년 이후 부실한 벤처들이 난립하는 환경은 아이러니컬하게 벤처캐피털들이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는 진화를 유도했다.

창투사들의 투자 방식 또한 기술력을 검증한 후 자금을 투입하는데서 끝나는 단순한 형태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회사 경영을 돕고 미래 전략을 세우는데 동참하는 등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0년부터 저전력 SRAM 생산업체 EMLSI에 20억여원을 투자해온 넥스트벤처투자는 현재 잔여지분을 회수하고 있는 가운데 1,230%의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회사 송재환 부사장은 "여러 휴대폰 부품 업체들과 사업협력을 지원하는 한편, 사업 운영전략을 세우고 재무 능력을 배양하는데 적극 지원했다"고 밝혔다. 또 "IPO 단계에서 정보력과 협상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환해주기 위해 주간사 선정 및 가치 평가 과정 등 주요 시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하며 모범사례를 제시했다.

주요 벤처캐피털 업체 대표들은 창투사들의 경영사정이 호전되고 정부 또한 벤처 육성에 팔을 걷어 올리고 있는 만큼, 이번 '자율조정위원회'의 설립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발등에 경영악화의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신뢰 회복을 선언한다 해도 정부나 벤처, 일반 기업인들 모두 미지근한 시선을 보일 것이 분명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들은 자정노력과 경영개선 움직임이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때가 왔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달 실무자 본격 논의...6월말~7월초 출범

협회는 이러한 창투사들의 결의를 바탕으로 상반기 말이나 하반기 초 위원회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앞서 협회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인터베스트의 정성인 대표를 초대 위원장으로 선임해놓은 상태다.

위원회는 벤처캐피털의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또 세부적으로 창투사 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갈등과 부정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100여 개에 이르는 창투사들은 공동 투자회사에 대한 펀딩 과정에서 자사 이익 확대에만 주력,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부정 투자와 함께 투자를 실패한 회사에 대해 책임을 서로에 떠맡기는 일 또한 비일비재했던 게 사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 및 협회 관계자들은 이달 중 실무기획위원회를 통해 그간 부정투자 및 과당경쟁으로 인한 문제 사례를 취합해, 위원회 체계를 갖추고 앞으로 할 일을 모색하는데 중지를 모을 예정이다.

초대 위원장을 맡은 정 대표는 "일부 부실 벤처 및 부정 투자세력에 의해 중소기업 지원에 헌신하고 있는 전체 창투업계가 불신을 받는 일은 이제 종식돼야 한다"며 "업계 구성원 간 화합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경제 발전의 동력이 되는 벤처 지원에 최대한 힘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체 업계 참여 유도가 관건

현재 협회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창투사는 70여 곳이다. 이들의 뜻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체계와 운영 방침을 세우는 게 위원회의 당면한 과제로 보인다.

아울러 전체 107개에 이르는 벤처캐피털을 끌어안을 수 있는 묘책 또한 요구된다.

창투업계에 따르면 상위 20여개 업체는 실적이 양호한 편이지만, 나머지는 아직까지 건실한 경영환경을 갖추지 못한 채 투자 대비 높은 이익을 실현하는데 급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소규모 창투사들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이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느냐 여부가 성공적인 위원회 가동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벤처캐피털 하면 쉽사리 부정적인 인식을 떠올리는 일반인들의 의식까지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그런가 하면 2분기 들어 코스닥 시장이 다시 장기간의 조정 국면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어, 벤처캐피털들이 혹시 모를 실적 악화 속에서도 신뢰 회복의 의지를 굳건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요구된다.

산 넘어 산이다.

수년 간 계속돼온 업계 내의 갈등과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율정화를 위한 창투사들의 혁신적인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뢰 회복' 아닌 '신뢰 쌓기'로 받아들여주길"...정성인 자율조정위원장 인터뷰 "저 개인이 아닌 업계 전체의 목소리로 들어주십시오." 벤처캐피털 업계 '자율조정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게 된 인터베스트의 정성인 사장(48)은 창투 업계의 의지를 간절한 심정으로 전했다. 그간 업계가 벤처 지원을 위해 흘린 땀에 비해 몇몇 비리로 인한 오해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위원회 설립의 취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그간의 비리가 더욱 확대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유독 얼굴 공개를 꺼렸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실무자가 유명세를 타게 되면 투자 업무를 진행하는데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번 '자율조정위원회' 설립에 대한 업계 전체의 의지를 보다 확고히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벤처캐피털'이라는 단어 자체가 '비리'와 함께 일반에 알려진 상황에서 창투 업계의 참모습을 알리고, 부정한 행위들의 근절을 꾸준히 추진해나가겠다는 정 사장에게 몇몇 질문을 던졌다. -이전에 벤처캐피털협회에 윤리위원회라는 조직이 구성된 바 있는데. "현재는 거의 가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협회 윤리위원회는 윤리헌장을 선언하고, 이후 자정활동은 개별업체에 맡기는 수준에서 그쳤습니다. 협회 조직에서 비리나 부정을 적발하러 다닐 수도 없는 구조였죠. 이번 '자율조정위원회'는 보다 정밀한 체계를 갖추고 적극적으로 협의를 이끌어내 유명무실한 조직이 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벤처캐피털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들을 포섭하는 게 당면 과제로 보이는데. "현재 30여 개 업체가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협회가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다 보니 이점이 영세한 업체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율조정위원회'의 취지를 알리고 꾸준히 협회 가입을 권고토록 할 것입니다." -정부에서 이번 자정 노력에 대해 도와줬음 하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 업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사전 교육의 부재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협회 차원에서 업계 인사를 초청해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체계 면에서 다소 부족한 상황입니다. 사전 교육을 통해 부정 활동을 방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음 합니다." -앞으로 위원장으로 포부는? "위원장이란 직함에 연연하기보다 한 명의 실무자로서 동종 업계 인사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려고 합니다. 벤처캐피털 분야는 일반 유통과 달리 투자나 펀딩 규모가 시장이 아닌 내부에서 조정되기 때문에 암묵적 거래나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간 벤처 지원을 위해 업계가 흘린 땀을 '비리'라는 단어 하나로 쉽게 쓸어내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희도 '신뢰 쌓기'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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