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의 차기 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중인 '와이브로(휴대인터넷)'의 사업성과 기술진보성이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따라 와이브로를 조기상용화해 IT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려던 정통부 계획이 전면 재검토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24일 정통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KT,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사업자와 정부는 사업계획서상의 84개시 의무 구축 지역을 22개시로 축소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은 정부에 와이브로 사업권을 신청하면서, 인구의 90%를 커버하는 84개시에서 와이브로를 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사업자들은 정부가 허가조건을 부과할 때 서비스 제공 의무 지역을 22개시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통부에 전달했다.
원칙대로라면 사업계획서를 기반으로 사업권을 받은 만큼, 계획대로 84개시에서 서비스하는게 맞다.
하지만 정부 의지에 따라 의무대상 지역을 축소할 수도 있다. 정부는 사업자들에게 허가서를 주면서 서비스 제공, 공정경쟁, 이용자보호 등에 대한 허가조건을 부과하게 되는데 이 때 바뀔 수도 있는 것. 사업자가 지켜야 하는 것은 사업계획서가 아닌 허가조건이기 때문이다.
WCDMA(IMT-2000)의 경우 허가조건에 84개시에 의무제공토록 돼 있지만, 와이브로는 아직 정부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
와이브로 의무 제공 범위를 줄여달라는 것은 하나로텔레콤과 SK텔레콤이 주로 주장하지만, KT도 "와이브로 투자규모와 시기는 와이브로 사업활성화를 위해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예전보다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그러나 통신 사업자들이 와이브로 투자 의무 대상 지역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다르다.
KT는 2G/3G, 와이브로, 네스팟 등 그룹내 망연동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허가조건 의무 제공이 좀 더 자율적으로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나로텔레콤은 두루넷 인수후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의무 제공 지역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HSDPA의 보완재로 와이브로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84개시 의무 제공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기술논란도 한몫...IP 진영과 폐쇄그룹 설전 여전
와이브로 기술진보성에 대한 논란은 사업자들이 언제부터 어느 지역까지 투자할 것인지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최근 프랑스 칸에서 열린 '3GSM 세계회의(3GSM World Congress 2005)'에참가했던 한 통신회사 임원은 "이번 회의의 결과는 4G(또는 유무선 통합망)으로 가는 기반망은 HSDPA라는 사실이 재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HSDPA가 되면 W-CDMA에서 부자연스러웠던 무선인터넷도 지금의 유선 초고속인터넷 ADSL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서 "해외에서도 와이맥스, 와이파이 등의 기술은 마이너 사업자들이 일부 핫스팟 지역에서 제공하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와이브로를 아무리 밀어붙여도, 해외에서는 비슷한 계열(IEEE 802.16)의 기술을 주류가 아닌 과도기적인 기술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에대해 KT 고위 관계자는 전혀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WCDMA가 HSDPA로 발전해도 음성서비스를 위해 만들어진 폐쇄망에서 무선인터넷을 서비스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콘텐츠 업체나 소프트웨어 업체 등과의 협력 관계에 있어서도 와이브로 보다 불리한 기술"이라고 못박았다.
이어서 그는 "와이브로는 가정당 1대(집전화)였다가 개인당 1대(휴대전화)로 변한 통신수요를 기계당 1대(휴대기기, 노트북, 텔레매틱스단말기, 원격검침 등)로 바꿔놓을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HSDPA보다 커버리지에서는 뒤떨어지지만, 속도나 경제성에서는 와이브로가 앞서는 만큼, M2M(기계 대 기계간 통신) 분야로 확장가능해 컨버전스 시대 차세대 네트워크로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와이브로 장비가격 비싼 것도 부담
사업자들이 와이브로 의무 제공 범위를 축소하거나 못박지 말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은 와이브로 장비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다.
KT는 와이브로에 1조원 정도를, SK텔레콤은 8천억원, 하나로텔레콤은 5천억~6천억원을 투자할 계획. 하나로는 SK텔레콤과 일부 지역에 대한 와이브로 공동망 구축에 대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 통신회사 임원은 "와이브로의 기술기준에 이동성 부분이 강화되면서 이동전화 시스템이 요구하는 스펙을 많이 채용해 장비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와이브로 장비 개발업체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지 못하면 국내 에 파는 장비가격이 더 비싸질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의무제공대상 축소여부는 불확실
이런 사업성과 기술성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업허가서 교부시 허가조건에 의무제공 지역을 축소해 줄 지는 불확실하다.
김동수 정보통신진흥국장은 "사업권을 받았으면 사업계획서상에 나와있는 대로 해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어 "아직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는 등 정부 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좀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와이브로 의무제공 범위를 축소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와이브로 사업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은 내놓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 통신장비 업체 임원은 "정부가 11월 APEC 회의때 와이브로를 시연하고 12월 시험서비스를 계획하는 등 외부 홍보에 집중하는 것 뿐 아니라, 와이브로 장비 수출이나 서비스 활성화에 있어서도 좀 더 유연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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