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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8] '손실과 피해' 기금에 미국 '꼴랑' 229억, 무책임의 극치!


‘손실과 피해’ 기금 합의했는데 여전히 갈길 먼 기후위기 해법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투발루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투발루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2017년 8월.

남태평양 작은 섬 ‘투발루’를 취재한 적이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이슈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라가 투발루이다. 2만명도 채 안 되는 국민이 살고 있는 작은 섬나라 투발루. 국토 평균 해발고도가 2~5m에 불과하다. 바다 높이와 거의 비슷하다.

해수면이 조금이라도 상승하면 나라가 잠기는 상황이다. 그곳에서 투발루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해맑게 웃는, 천진난만한 모습. 미래에 불어 닥칠 비극으로 이 아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섰다.

2017년 8월 3일. 투발루 수도 푸나푸티(Funafuti)에서였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 석양을 배경으로 야자수 나무를 그네삼아 즐겁게 뛰어 돌던 아이들. 웃통을 벗어젖히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서로 얼굴을 보며 웃고, 떠들며 뛰어가던 아이들.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투발루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투발루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무척 큰 물탱크 앞에서 혼자 흙장난을 하고 있던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되는 아이도 만났다. “영어할 줄 알아요?”라고 질문했더니 “슈어!”라며 자신 있게 말했던 아이.

그 아이 뒤편으로 커다란 물탱크가 보였다. 그 탱크에는 ‘호주 정부 원조 프로그램’이란 글자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투발루에 바닷물이 침투하면서 담수 사정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빗물을 정화하거나 바닷물을 담수로 바꿔 마셔야 하는 형편이다.

◇“너네들이 원인제공자인데 고통은 왜 우리가?”=가난한 나라다보니 이 같은 시스템을 갖추는데도 버거운 실정이다. 해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해맑게 웃고 있던 그 아이가 어른이 됐어도 투발루라는 자신들의 나라에서 지금처럼 웃을 수 있을지 안타까웠다.

지금과 같은 지구 가열화가 지속하고 해수면이 상승한다면 2050년에 투발루는 전체가 물에 잠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투발루 국민들 중에는 인근 피지, 뉴질랜드 등으로 이주한 사례도 있다.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투발루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투발루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기후변화를 초래한 ‘온실가스 배출→지구 가열화’ 책임 부분에서 투발루는 0.001%의 책임도 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순응하면서 산호초 섬으로 돼 있는 나라에서 오붓하게 살아왔다.

1차적으론 미국과 유럽, 2차적으론 중국과 인도가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크다.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면서 지구 평균기온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상(대륙빙하), 북극의 해빙(바다얼음)이 빠르게 녹아내렸다. 해수면이 급상승했고 투발루가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본 투발루. 해발 평균고도가 2~5m 남짓하다. [사진=정종오 기자]
비행기 안에서 본 투발루. 해발 평균고도가 2~5m 남짓하다. [사진=정종오 기자]

원인 제공자(미국과 유럽)는 따로 있는데 그 ‘손실과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나라(투발루)가 입게 되는 비극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 때문에 1990년대부터 시작한 COP에서 기후변화로 손실과 피해를 본 약소국가들에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이 기금을 만들어 보상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마침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8)에서 이 기금 마련에 합의점이 도출됐다. 수십 년이 걸렸다.

◇‘손실과 피해’ 기금 만들어졌는데 과연?=“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이 만들어졌다!”

COP28에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손실과 피해’ 기금 마련에 국제 사회가 합의하면서 전 세계는 관련 소식을 앞 다퉈 보도했다. 그동안 COP에서 가장 첨예하고 접근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해결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COP28이 열리고 있다.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에 합의했는데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COP28]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COP28이 열리고 있다.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에 합의했는데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COP28]

‘손실과 피해’는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를 초래한 유럽과 미국 등이 개발도상국 등 피해국에게 어느 정도 기금을 조성해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기후적응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따라 지구가 가열되고 이 때문에 기후변화가 초래된 만큼 유럽과 미국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에는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의 역할이 컸다.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 Jaber) COP28 의장은 “‘손실과 피해’ 논의에서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수 있는 기금 마련에 합의했다는 것은 COP 역사상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 기금에 약 1312억원(1억 달러)을 내놓았다. 자신들이 의장국인 만큼 ‘손실과 피해’ 기금에 적극적 동참과 다른 나라의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술탄 알 자베르 의장은 “이번 기금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10억명의 지구촌 사람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가 이번 기금을 통해 연합하고, 행동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큰 책임이 있는 미국의 경우 ‘꼴랑’ 229억원을 내놓는데 그쳤다. ‘꼴랑’이란 표현이 무색하지 않는, 책임감 없는 선진국의 태도라는 비판이 자국 내에서도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다. ‘무책임의 극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제 시작점이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기금 구성에 이바지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기금 출범에 있어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미국 언론의 지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기후 정상회담, 가난한 나라를 돕기 위한 새로운 기금 승인(Climate Summit Approves a New Fund to Help Poor Countries)’이란 기사를 통해 “아랍에미리트와 독일은 각각 1억달러 기금을 약속했고 영국은 약 7600만달러, 일본은 1000만 달러를 약속했다”며 “유럽연합(EU)은 최소 2억4500만 달러를 기부할 예정인데 미국은 1750만 달러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의 기부금은) 일부 활동가들이 세계 최대의 경제와 역사적으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원에 비해 너무 낮다고 비난한 금액”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특사 존 케리는 미국의 기여 규모를 묻는 질문에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한 뒤 “기후 관련 피해로 2030년까지 개발도상국에서는 연간 2800억~5800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COP28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에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는 매우 고무적인데 기후적응 등에 투입돼야 할 비용은 천문학적이라는 거다. 국제적 기후적응 비용에 턱없이 부족한 기금으로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아직 ‘손실과 피해’ 기금에 참여할지, 또 얼마나 기금을 출연할지 등 구체적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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