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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8] 국내선 "하지 마!" vs 국제선 "하겠다!"


우리나라의 국내외 서로 다른 재생에너지 외침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기후위기 시대에 전 세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논의하는 자리이다.

우리나라가 이번 총회 기간 동안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라는 국제서약에 이름을 올렸다.

국제 사회에서 재생에너지를 앞으로 획기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정작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정책이 후퇴하고 있어 국내외 서로 다른 정부의 모습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를 약속했다.  [사진=10 Billion Solutions/Rosa Castaneda]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를 약속했다. [사진=10 Billion Solutions/Rosa Castaneda]

윤석열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친원전’이다. 재생에너지도 친원전이란 틀에 갇혀 자체적 생존력을 잃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정책 기조에 따라 탈원전을 추진했던 문재인정부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문재인정부가 급격하게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면서 태양광 산업이 비리의 온상이 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윤석열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국무조정실을 포함해 검찰, 감사원, 국세청, 금융감독원을 총동원해 재생에너지 업계를 샅샅이 뒤졌다. 불법대출 등 여러 비리가 적발됐다. 이런 여세를 몰아 지난 1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30.2%에서 21.6%로 줄였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등 관련 협회가 내놓은 자료를 종합해 보면 앞으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보급 용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국내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COP28에서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글로벌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늘리자는 약속에 동참했다. 진심을 담은 약속이기 보다는 국제적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번 약속이 현실에서 이뤄지기 위해서 우리나라는 관련 정책과 제도를 하루 빨리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제적 흐름에 그냥 선언한 것에 불과한 게 아니라면 지금부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4일 국제 비영리기구 클라이밋 그룹(Climate Group)은 관련 보고서 ‘에너지 전환의 자금 조달: 정부가 기업 투자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Financing the Energy Transition: How Governments Can Maximise Corporate Investment)’을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모든 온실가스 배출에서 78%를 차지하는 G20 국가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된 정책 상황을 조사하고 어떤 제도나 규제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고 있는지 살폈다.

우리나라와 관련해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해상풍력 인허가 절차, 전력시장에서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129개(57%)에 태양광 시설이 주택가와 도로에서 최소 거리(100~1000m) 밖에 있어야 한다는 태양광 이격거리 조례가 존재한다. 이격거리 규제로 대부분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이 들어서지 못한다. 지난달 감사원이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에 관한 감사 보고서에도 “실효성 있는 이격거리 규제 완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제주도 해안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제주도 해안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해상풍력 개발도 인허가 규제로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클라이밋 그룹은 한국에 통합된 해상풍력 특별법이 없이 인·허가를 지자체가 일임하는 관료주의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인·허가제도 등으로 사업자가 29개 법률에 따라 10개 이상의 행정 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대 624기가와트(GW)의 해상풍력 발전 가능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PPA에 불리한 국내 전력시장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막는 주된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의 전력시장은 기업이 PPA를 적극 활용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설계된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최근까지 기업은 PPA를 체결할 때 한국전력공사에 망 이용료와 부대비용까지 지불해야 했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제10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이중 과금과 같은 불공정한 상황을 초래하는 PPA의 계약상 의무를 일부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난 1월에 발표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요금 개편안이 나오며 그 의미가 퇴색됐다.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쓰려면 표준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최대 1.5배 높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한국에서는 PPA 가격은 여전히 화석연료 발전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다는 것이다.

샘 키민스(Sam Kimmins) 클라이밋 그룹 이사는 “재생에너지는 21세기의 ‘골드러시’인데 기업, 지자체, 중앙정부까지도 여전히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값싼 화석연료의 시대는 끝났고, 각국 정부는 시장을 개방해 값싸고 청정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업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증가시키는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고무적인데 실제로 약속을 실현하려면 자국 내 장벽을 먼저 허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민스 이사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2792조원(약 2조1500억달러)에 이른다”며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민간 부문과 협력하는 국가들에게는 상당한 시장 기회가 존재하고 재생에너지 대신 화석연료의 사용을 지속 장려하거나 정책과 시장 구조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으면 결국 막다른 길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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