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독일 북부도시 하노버에서 개막된 세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 '세빗 2005'가 뜨거운 열기를 뒤로 한 채 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16일(현지시간) 폐막됐다.
30만8천평방미터에 달하는 전시장에는 72개국에서 무려 6천270개 IT 업체들이 부스를 마련,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 중 '세빗의 꽃'으로 불리는 26번홀(통신관)은 단연 국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의 몰라보게 달라진 위상이 전시장을 압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비동기 GSM 시장의 본류인 유럽에서, 그것도 통신분야의 핵심인 휴대폰과 이동통신 시스템 두 부문에서 현지 업체들을 압도하는 앞선 기술력으로 뽐내 기선을 확실히 잡았다.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비동기 3세대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3.5세대 HSDPA 분야. HSDPA는 2Mbps급의 비동기 3세대 WCDMA보다 7배 향상된 14Mbps를 지원해 3.5세대로 불린다.
삼성전자는 자체 모뎀 칩을 탑재한 HSDPA 시스템을 비롯해 퀄컴 칩을 장착한 상용 수준의 HSDPA폰을 전시회 동안 유일하게 시연해 보였다.
하지만, 본류 격인 유럽 현지 업체들중에서는 3.5세대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 것이 없어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독일 지멘스가 현지 이동전화 사업자인 T모바일과 HSDPA 모뎀카드를 꼽은 노트북 PC로 인터넷 접속 과정을 시연해 보인 것이 고작이었다.
또 WCDMA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일본도 NEC가 고작 HSDPA 시스템만을 이번에 내놓은 게 전부였다.
"비동기 이동통신 시스템 분야의 세계 넘버 원은 에릭슨이며, 넘버 투는 노키아"라며 "그런데 우리가 차세대 GSM 기술에서 먼저 상용화 수준의 앞선 시스템과 단말기를 내놓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는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김문섭 부사장(경영지원실)의 설명이 결코 과장된 게 아님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DMB 휴대폰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은 국내 규격(T-DMB)과 노키아 진영의 DVB-H 규격을 지원하는 지상파 DMB폰을 비롯해 위성 DMB폰 등을 대거 선보였다.물론 모두 지금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단말기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독일 최대 이동전화 사업자인 T모바일과 함께 자사의 T-DMB폰을 시연해 보였다. LG전자도 위성DMB폰, T-DMB폰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했으며, 팬택도 오는 5월 출시 예정인 위성DMB폰 'ST3'을 첫 공개했다. 싸이버뱅크도 대우 부스에서 위성DMB를 지원하는 PDA 스마트폰 'B300'을 출품,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반면, 유럽 현지 업체 중에서는 지멘스 등이 PDA 타입의 DVB-H 전용 단말기를 공개한 게 고작이었다. 특히 지멘스는 이동통신 기능이 없는 PDA 타입의 단말기에 DMB 기능을 구현해 '통방 융합'이라는 메가 트렌드를 이번 전시회 기간 동안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종합해 볼 때 적어도 이번 세빗쇼 만큼은 우리나라가 과히 독보적인 위상을 세계 통신업계에 과시했다고 자신할만한 전시회였다.
삼성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이 "지난 87년부터 세빗전시회에 참석했는 데, 그때는 초가집 규모였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기업들이 기술적으로나 규모면에서 선진국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돼 감개무량하다"고 밝힌 소감도 이 같은 국내 통신업계의 달라진 위상을 잘 대변하고 있다.
/하노버=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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