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솔루션 '다국적군'들이 한국 시장에서 눈을 돌리고 있다.
선발 다국적 보안솔루션 업체들이 최근 들어 국내 지사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5천억원 남짓한 시장 규모에 수백개 업체가 난립하는 상황을 견디다 못해 '굿바이 코리아'를 외치고 있는 것.
미국 기가비트 방화벽 솔루션 개발업체인 넷스크린코리아에 이어 미국 네트워크 보안업체 시만텍코리아도 최근 지사장없이 한국 지사를 운영하기로 결정, 적지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지사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지사장을 없애고, 홍콩에 있는 아태본부가 직접 관리한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어차피 채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지사장 부재로 인한 업무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넷스크린과 시만텍이 국내에 막 들어온 신생 기업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만큼, 한국 시장이 중국이나 인도 등에 비해 투자순위에서 밀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또 발빠른 외국 기업의 행보를 보면서 ‘1.25 인터넷 대란 후 보안투자가 급격히 되살아 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지 말고 올 해도 긴축경영을 해야겠다’는 토종 업체도 늘고 있다.
◆당분간 지사장 영입 계획 없다
넷스크린코리아(www.netscreen.com)는 현재 박홍근 상무가 지사장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지난 연말 1년반 동안 넷스크린코리아를 이끌었던 기형도 전 지사장이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아직까지 후임 지사장이 결정되지 않은 것. 당분간 지사장 없이 한국 지사를 운영할 예정이다.
박홍근 상무는 “외국계 회사의 지사장이 무슨 권한이 있겠냐”라며 “한국 지사에는 4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지사장이 아니라 오히려 영업쪽으로 직원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넷스크린은 아태 및 본사 크리스마스 휴가가 끝나는 대로 후임 지사장 선임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당분간은 지사장 없이 지사를 운영키로 했다.
지난 주 금요일 3년 이상 회사를 이끌었던 최원식 지사장이 사임한 시만텍코리아(www.symantec.co.kr)도 효율적으로 인원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최원식 전 사장은 “사임후 새로운 지사장이 선임되는 게 아니라 지사장(Country Manager) 자리가 없어지고 홍콩 아태본부에서 관할한다고 보면 된다”며 “당장은 중국 인도 등에 비해 국내 투자를 축소하지만, 한국의 보안 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돼 메이저 플레이어만 살아남게 됐을 때 다시한번 한국내 투자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3년 후의 진검승부를 위해, 작지만 효율적인 지사운영체제를 가져간다는 설명이다.
◆지사 축소는 한국 보안시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다
넷스크린코리아와 시만텍코리아는 각각 기가비트방화벽과 스캐너(취약점분석툴) 및 침입탐지시스템 등의 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넷스크린코리아는 4명의 직원으로 지난 해 700만~800만 달러(한화 9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실적이 좋았다.
시만텍코리아도 백신회사에서 통합보안업체로 변신을 선언하며, 새롭게 채널을 정비하고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기존 패키지 소프트웨어 담당 채널 외에도 데이타게이트인터내셔널, 넷시큐어테크놀러지, 한국정보공학 등과 같은 네트워크 보안업체를 우군으로 영입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국내 지사 축소 방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연말부터 포티넷, 탑레이어네트웍스 등 신규 보안 업체들이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업계 한 CEO는 “넷스크린과 시만텍 뿐 아니라, 트렌드마이크로도 최근 스티브창 회장이 방한해서 지사장 물색 등 새롭게 한국 지사를 셋업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직원 20명을 두고 국내에 들어온지 5년~10년이 다돼 가지만 매출액 100억원도 안된다면 본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겠냐"고 말했다.
본사 입장에서는 잠재력이 큰 일본이나 중국, 대만, 싱가폴, 홍콩 등에 투자를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또다른 CEO는 “국내 보안 산업이 극심한 경쟁관계에 있어 지난 해 토종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을 감행했듯이, 2004년 회계연도를 앞두고 우리 사정을 아는 외국 기업들도 한국 시장을 냉정하게 재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