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관련 업체 엔플렉스(구 비테크놀러지)의 전 대주주가 상식에 어긋난 경영으로 회사와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엔플렉스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3번이나 대주주가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 자산운용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명목상 합법적인 절차와 형식을 거쳤기 때문에 제재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8월 벤처 인큐베이팅 업체인 TSKG(대표 김택완)는 엔플렉스의 경영권을 인수, 김택완씨가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12월 엔플렉스는 장외 인터넷 벤치마크 사이트인 케이벤치에 91억8천만원을 투자했다. 이는 당시 엔플렉스 자본금 20억7천만원의 4배가 넘는 금액이다.
엔플렉스는 케이벤치 지분 66.85%인 39만9천767를 주당 2만3천원(액면가 5천원)에 인수했다. 당시 엔플렉스는 공시를 통해 적자 상태인 케이벤치의 기업가치가 137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소규모 인터넷 기업이고 실적에 비해 의외의 가치를 쳐준 것이다.
케이벤치에 투자하기 전(지난해 3분기) 엔플렉스가 보유한 유동자산은 재무제표상 112억원이었고 부채와 자본을 합친 자산규모는 240억원 이었다. 하지만 엔플렉스는 칼리, 이지존, 도레미미디어 지분을 인수하는 데 108억원을 투자, 손실을 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경영진은 나머지 자산마저 케이벤치에 투자, 회사 자산의 대부분을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데 사용했다. 상식적인 기업 경영으로 이해되기가 어려운 측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엔플렉스는 케이벤치의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케이벤치는 계열사이긴 하나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케이벤치측도 “엔플렉스가 지분 인수 후 전혀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엔플렉스는 케이벤치 지분 인수후에도 게이벤치의 일부 게임관련 사이트의 영업권만 양수했을 뿐이다. 결국 투자당시 "마케팅시너지 효과 창출"이라고 밝힌 인수취지와 달리 91억원의 자금만 투자된 셈이다.
문제는 엔플렉스에서 유출된 투자원금 91억원의 향방이다. 이 자금은 TSKG주변 인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
엔플렉스의 케이벤치 투자가 유상증자 참여가 아닌 기존 주주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이 작업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지분을 양도한 케이벤치 기존 주주들은 TSKG와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라고 단정했다. 현재 TSKG의 홈페이지에는 케이벤치가 투자기업으로 나와있다.
이는 TSKG와 그 대표이사와 친분이 있는 지인들이 투자한 케이벤치의 지분을 TSKG가 경영권을 인수한 엔플렉스를 통해 되사주며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대금도 사전 양해가 이뤄진 가운데 회계사까지 동원돼 짜맞춰졌다는 의혹이 있다.
케이벤치의 한 관계자는 “사전에 논의된 금액에 맞춰 케이벤치 가치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실사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엔플렉스 공시를 통해 산정금액이 발표됐다"고 당시 정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엔플렉스가 투자한 덕분에 케이벤치에 투자한 엔젤투자자들은 묶인 자금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증언과 정황에 비추어 결국 엔플렉스 주주들의 재산인 회사의 공금이 고스란히 대주주와 경영진의 주도로 소리소문없이 개인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간 꼴이 됐다.
엔플렉스측은 케이벤치 양수도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26일 83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발표하며 자금 사용목적을 "케이벤치 인수대금"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 CB발행에는 케이벤치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한 인물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플렉스는 당시 CB 매입자는 김도형외 10인이라고 공시했다. 이후 오거스트타이거스벤처스와 특수관계인인 이중석, 박성훈, 성상렬, 김혜자씨 등이 67만주의 엔플렉스 전환사채권을 33억5천만원에 취득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취재결과, 이들은 대부분 엔플렉스의 케이벤치 투자로 투자자금을 회수한 사람들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엔플렉스의 케이벤치 투자는 케이벤치에 투자했다 자금이 묶인 사람들의 자금회수 수단이 됐고 엔플렉스는 환금성없는 주식을 매입한 대신 83억원의 부채를 떠안는 꼴이 됐다.
현재 이 일을 주도한 사람들은 엔플렉스 경영진에서 철수한 상태다. 이미 최대주주였던 TSKG(130만주, 지분 20.25%)가 지분을 임종선씨에게 팔았고 전 지씨텍 사장인 이정학씨가 엔플렉스의 전문경영인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엔플렉스 최대주주가 된 임종선씨는 아케이드게임 개발업체인 로보노이드 대표이사로 로보노이드의 최대주주는 지분 57.19%를 보유하고 있는 이정학 엔플렉스 사장으로 밝혀졌다.
이같이 오랜기간에 걸쳐 등록기업의 호주머니가 새고 있는 가운데도 정작 엔플렉스 임직원은 물론 금융감독원과 증권업협회, 코스닥위원회 등 감독기관은 전혀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이같은 일련의 투자 및 인수작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제도상의 헛점을 이용, 합법적으로 이뤄졌고 감독당국의 사후관리도 허술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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