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는 물론 파산 지경에 이르는 가운데, 적잖은 수익과 함께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회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한국지사장 조원석, WD)은 저가 경쟁으로 수십개 기업이 도산한 뒤, 단 5곳만 남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업계의 매출·판매량 기준 2위 기업이다.
여전히 경쟁사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웨스턴디지털은 적잖은 이익을 창출하며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4일 웨스턴디지털코리아 조원석 지사장은 "HDD 업계의 진정한 1인자 웨스턴디지털은 앞으로도 수익창출과 함께 성장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흑자행진 지속…리더십-'벤처정신'이 경쟁력
웨스턴디지털은 지난해 6월 마감한 2008회계연도(2007년 7월~2008년 6월) 81억달러(22일 현재 1달러=1천246.5원)의 매출과 10억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12.3%의 영업이익률은 업계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까지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최근 3분기 동안 55억달러의 누적매출과 3억8천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최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전문기업 실리콘시스템즈를 현금 6천5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도 흑자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업계 1위 씨게이트테크놀로지는 매출이 75억달러에 달했지만, 30억1천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조원석 지사장은 "본사 경영진의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임직원들이 지닌 벤처정신, 품질 우선주의와 효율적인 연구개발(R&D) 및 공장운영 구조 등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뼈를 깎는 노력도 있었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해 말 2천500여명의 인력감축과 함께 태국공장 1곳을 폐쇄하고, 말레이시아 제조설비 하나를 처분하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역시 최근까지 2~3차까지 구조조정을 지속하며 임직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다른 기업들과 차이가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미국에서 R&D센터 3곳을 운영하면서, 플래터·헤더 등 핵심부품은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2개 국가에서 완제품까지 제조하며 물류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내 플래터 공장을 경쟁사인 일본 히타치GST에 매각하며, 현금을 챙겼다.

'벤처정신'을 잃지 않고 있는 웨스턴디지털은 전체 제품군의 수율이 90% 안팎에 이르고 있다. 기업별 공시 내용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의 매출액 대비 제품보증(워런티) 비용의 비중은 1.9%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그만큼 제품 품질이 우수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존 코인 웨스턴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서 유럽 출장길에 오르며, 항공기 내 최저등급 좌석인 '이코노미클래스'를 이용했다. 미국에서 한국지사를 방문한 임직원들은 항공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항이 아닌, 중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올 정도다.
조 지사장은 "수익창출을 위한 웨스턴디지털의 다양한 역량은 경쟁사들이 하루이틀만에 따라올 수 없는 정도"라며 "자사는 물량·매출·점유율 1위에 대한 집착 없이, 진정한 1위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망 IT기업들과 어깨 나란히…"고속성장 자신"
웨스턴디지털은 지난해 중순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정보기술 100대 기업' 에 아마존닷컴, 애플, 리서치인모션, 닌텐도에 이어 5위에 올랐다.
계속된 HDD 가격하락으로 수익성 부재에 빠진 HDD 업계 기업이 유망분야 IT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웨스턴디지털의 매출·이익·현금보유고는 최근 5년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도 얻고 있다.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6.3㎝(2.5인치) HDD의 수요증가가 이어지고 있고, 외장형 제품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서버·스토리지용 HDD와 소비가전용 8.9㎝(3.5인치) 제품시장엔 경쟁사보다 늦게 진출해, 경쟁사의 점유율을 계속해서 뺏어오고 있는 것.
더욱이 웨스턴디지털은 매년 설비투자 가운데 50% 가량을 R&D에 투입하고 있다. 2008회계연도엔 10억달러 이상의 거금을 투자하면서 역시 R&D 비중의 원칙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8.9㎝ 제품에서 플래터당 500기가바이트(GB) 용량을 달성하고, 6.3㎝에선 올해 4분기 중 320GB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디지털기기 저장장치로 꼽히는 SSD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실리콘시스템즈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내장형(임베디드), 네트워크, 군사, 항공, 의료 등 분야에 SSD를 공급하며 4억달러 가량의 연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실리콘시스템즈의 SSD 기술력과 자사 HDD 호환기술을 결합해, 고성능 서버·스토리지 시장을 중심으로 SSD 사업을 확대해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2010년 세계 SSD 시장은 수량 기준 5천만대, 매출 기준 30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지사장은 "미주·유럽의 구매력이 계속 위축되면서 올해 시장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상태"라며 "단 2분기부터 HDD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하면서, 웨스턴디지털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