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은 누가 뭐래도 공공의 성격을 갖는다. 주파수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권을 정부가 틀어쥐고 허가하는 것이다.
이런 속성 때문에 특정 기업이 사익을 위해 통신망이나 주파수를 독점할 때에는 사단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다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SK텔레콤의 무선 인터넷망 개방 문제도 결국 이러한 사단에 해당한다.
SK텔레콤은 업계 요구에 따라 무선 인터넷망을 개방했다고 한다.

하지만 포털 등 인터넷 업계는 개방된 게 거의 없다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야단법석이다. 개방하는 시늉만 했지 실제로는 개방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고 이들은 비판하다. 그래서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에 실질적인 개방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건의하는 한편 공정위 제소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미래 사업을 놓고 SK 또한 이들과 경쟁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시늉 개방'에 수긍이 가는 속사정이 있겠지만, 이들의 불만에도 설득력이 적지않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충분한 개방이 이루어지 않았다는 점이다.
휴대폰 사용자에 대한 SMS 콜백 URL 전송 동의 절차 문제, 또 이를 꼭 SK텔레콤의 e스테이션을 통해서 해야 하는 문제, 단말 정보 및 기타 기술정보 공개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문제 등이 '시늉 개방'의 흔적이다.
또 하나는 시장 독점 문제다. 업계는 SK가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유무선 포털 서비스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선점해 가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네이트와 네이트닷컴을 통해 다른 포털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술적 추세를 감안할 때 포털에도 유무선 통합은 대세일 수밖에 없다.
또 주파수가 공공의 성격이 짙고 국가 자원인 한 다른 포털 또한 SK의 네이트와 네이트닷컴과 마찬가지로 무선사업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무선 인터넷망 개방의 취지는 이에 대한 당위성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 업체들은 지난 2002년 정부의 무선망 정책에 따라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를 빌려 독자적인 무선 포털 비즈니스를 하려고 관련 사업을 준비해 왔지만, SK텔레콤의 형식적인 무선망 개방으로 허송 세월을 보냈던 것이 현실이고, 정부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경쟁력이 더욱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트나 네이트닷컴은 SK텔레콤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기반으로 유무선 기술전략 연구소까지 운영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데 자신들은 무선 사업을 제대로 런칭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심정일 게다.
"인터넷이라는 게 유·무선 이용자가 모두 편리하게 사용하고 채널을 바꿀 경우에도 비용이 더 들어가거나 불편을 겪게 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SK텔레콤의 망 개방 정책은 무선 인터넷 산업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불공정한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업계의 주장이 이해되는 것이다.
문을 열었으나, 들어갈 수 없다면, 그것은 문을 연게 아닐 것이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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