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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 거꾸로 가는 선거법 개정


 

'정치권이 인터넷을 두려워한다?'

총선이 두어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은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법테두리내에 받아들이는데 주저하고 있다. 인터넷시대에 걸맞는 선거법 개정을 하지 못하고 각 당의 당리당략에 매달려 입씨름으로 세월을 허송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선거법 소위는 27일 회의를 열고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취합에 나섰지만 전자서명 실명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을 뿐 ▲인터넷매체의 후보초청 토론 허용 ▲인터넷업체의 정치광고 허용 ▲공직선거를 위한 인터넷포털사이트 운영 ▲정치인 팬클럽의 선거운동 허용 ▲선거연령 인하(현행 만 20세에서 19세) 등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 상태로 각 당이 인터넷 관련 선거법 쟁점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이번 총선은 4년전 총선이나 지난해 대선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시대착오적인 선거법에 따라 치뤄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신문들이나 포털 사이트, 정치인들의 홈페이지 등에서는 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선거운동을 준비하고 있어 자칫 '무더기' 선거법 위반사태를 초래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날 정개특위 소위에서는 전자서명 실명제와 관련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실명제를 반대한다는 입장이었고, 민주당과 자민련은 실명제를 관철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여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내부에서조차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특히 "인터넷 실명제는 회원가입과 IP 등록으로 충분히 실명제가 가능하다"며 "금융거래를 하는 것도 아닌데 선거와 관련해 전자서명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e메일을 통한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자는 것과 인터넷매체의 선거보도와 관련, 선관위 산하에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곳에 손발은 맞춰졌다.

◆ 전자서명 실명제… 민주당과 자민련은 찬성

인터넷 선거운동과 관련 이날 집중 논의된 것은 인터넷 전자실명제 부분이었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흑색선전과 인신 공격 등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자서명을 통한 실명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자민련은 당차원에서 전자서명을 통한 실명제 추진을 명확히 했다. 자민련 중앙당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선거운동이 확산되면 익명성으로 인한 흑색선전이 도를 지나칠 것"이라며 "중앙당 차원에서 전자서명을 통한 실명제를 추진하도록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선거법 소위에 참여하고 있는 자민련 김학원 의원측은 인터넷 선거운동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자서명을 통한 실명제를 도입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소위에서 피력했다.

민주당도 이에 가세했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의원은 "전자서명을 통한 실명제는 인터넷 선거운동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그러나 민주당내에서는 이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김영환 전자정당특위 위원장은 "전자인증을 통한 실명제는 인터넷 환경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논의된 사안"이라며 "이는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난해 12월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내에서 서로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양상을 띄고 있다. 민주당 전자정당특위는 이에따라 전자서명 실명제 도입에 대한 당내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 조만간 내부 토론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 열린우리당, 전자서명 실명제 도입은 어불성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측은 전자서명 실명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열린우리당측은 당차원에서 "전자서명은 금융거래 등 특별한 상황에서 개인의 신분을 확인할 때 사용되는 것"라며 "이를 인터넷 선거에 도입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선거기사와 관련돼 네티즌의 댓글에까지 전자서명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국가의 지나친 간섭이자 폭압'이며 아예 글을 쓰지 말라는 엄포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력 반발했다.

열린우리당 유시민의원은 "회원가입이나 IP 등록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고 정말 문제가 있다면 사법기관의 수사를 통해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며 "그런데도 굳이 전자서명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네티즌의 의견을 처음부터 차단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라고 밝혔다.

흑색선정과 인신공격 등 부작용을 근절시키기 위해 네티즌의 참여를 그 싹부터 잘라버리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설명이다.

◆ 인터넷선거 남은 쟁점도 '미적미적'

전자서명을 이용한 실명제 도입뿐만 아니라 인터넷 관련 선거운동 관련 다른 조항에 대한 논의도 쳇바퀴를 돌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8월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과 관련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주요골자는 ▲인터넷매체의 후보초청 토론 허용 ▲인터넷업체에 정치광고 허용 ▲공직선거를 위한 인터넷포털사이트 운영 ▲정치인 팬클럽의 선거운동 허용 ▲선거연령 19세로 인하 등이었다.

그러나 이들 조항들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칫 사라질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잇따른 정치인 구속으로 이번 총선에는 고질병인 '돈선거'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저비용 고효율'의 장점을 가진 인터넷 선거운동이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타성에 젖은 정치권은 이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데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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