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케이드와 A10 간 특허 소송 '어떤 사연이?'

[김관용기자] '과거 자신이 프로그래밍했던 소프트웨어 언어를 다른 회사로 이직한 이후 별 변형 없이 제품 개발에 무심코 이용했다. 이직한 회사가 벤처 기업이었던터라 초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자기 자신도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다.그러나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자 과거 자기가 몸담고 있던 회사를 인수한 경쟁 업체가 자신의 회사를 특허 및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A10(에이텐)네트웍스와 브로케이드 간의 애플리케이션 전송장비(ADC) 관련 특허 소송의 배경이 되는 얘기다.

A10은 지난 2004년 파운드리 네트웍스의 공동설립자인 리 첸(Lee Chen) 회장이 만든 ADC 솔루션 기업으로, 파운드리 출신 엔지니어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파운드리는 서버 부하 분산용 로드밸런서인 L4 스위치의 최초 개발사로 평가받았던 기업으로 2008년 브로케이드에 인수됐다.

A10으로로 자리를 옮긴 파운드리 출신 엔지니어들은 A10의 ADC 장비인 AX제품군을 개발하면서 과거 자신들이 사용했던 프로그램 코드 중 일부를 변형 없이 그대로 가져다 썼다. AX제품군 개발에 활용한 파운드리의 소스 코드가 특허로 등재돼 있는지도 몰랐을 뿐더러 이같은 행위의 위법성도 인지하지 못했다는게 A10의 주장이다.

실제로 A10 설립 초기 파운드리는 이를 문제삼지 않았고 브로케이드 또한 파운드리 인수 이후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돌연 브로케이드는 지난 해 A10이 브로케이드가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서버 로드 밸런싱 및 고가용성 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브로케이드의 소송 이유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A10의 ADC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브로케이드가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벤처 기업으로 출발한 A10은 우리나라를 포함 해 전 세계 22개국에 지사를 둘 정도로 성장했으며, 실제로 지난 해 3분기부터는 브로케이드의 ADC 시장점유율을 넘어서고 있다. A10은 전 세계 IDC 시장점유율 순위에서 ADC 제품 개발을 중단한 시스코를 제외할 경우 3위 벤더다.

◆A10-브로케이드 간 특허 소송 핵심은?

당시 브로케이드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특허 및 지적재산권 침해 영업비밀 유출, 파운드리 직원 불법 고용의 4가지를 문제삼았다.

브로케이드의 ADC 제품인 '서버아이언'에 적용된 코드를 A10이 직접 복사해 사용하면서 브로케이드의 특허와 지적재산권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으며 이에 따라 기업 비밀 부정 유용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브로케이드가 2008년 인수한 파운드리의 직원 신분 엔지니어를 불법적으로 고용해 불공정한 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산호세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해 8월 A10의 특허 및 지적재산권 침해와 불공정 경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약 1억1천2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올해 초 열린 2심에서도 배심원단은 A10의 일부 특허 침해와 지적재산권 침해 및 불공정 경쟁에 대한 책임을 물어 브로케이드에게 6천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2심에서도 패배한 A10은 연방법원에 특허 침해 손해배상에 관한 재심 신청을 했고 연방 항소법원에도 이번 배심원단의 평결을 파기해 달라는 항소심을 신청했다. 특히 A10은 미국 특허청(PTO)에 브로케이드가 주장하고 있는 특허에 대한 재심사를 요청,특허청이 이를 심사 중이다. 브로케이드 또한 손해배상액이 적다는 이유로 항소심을 신청했다.

◆A10 "문제 없는 새 제품 출시, 기존 제품 고객도 영향 없을 것"

1심, 2심 모두 브로케이드가 승소하면서 A10의 패배가 점쳐지고 있지만 아직 확정판결 전이고 특허청의 특허 재심사도 진행되고 있어 향후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특히 A10은 브로케이드와 특허 침해 소송을 진행해 오면서 이미 특허 침해 소지가 있는 제품에 대한 생산을 중단한 상태.문제 소지가 없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완료해 새로운 AX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한승학 A10네트웍스 코리아 지사장은 "미국 연방법원이 특허 침해 소지가 있는 AX제품군에 대한 판매 금지명령을 내렸지만 판결문에서도 알 수 있듯 기존 사용중인 AX제품 고객들은 피해가 없을 것"이라며 "안심하고 제품을 이용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승학 지사장은 "특허 침해 소송으로 인한 고객 이탈과 파트너사들의 동요가 거의 없고 A10이 충분한 잉여금을 확보하고 있어 배상금을 물어주더라도 회사 존폐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고객들에게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새로운 제품을 제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