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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주]D램산업 재편의 '관전포인트'


일본과 대만의 D램 기업들이 통합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과 관련해 득실을 따지는 일이 한창이다. 일본과 대만이 통합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게 돼 한국 D램 기업들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D램 시장 2위 업체 탄생이란 전망은 이런 수치를 토대로 한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19%)를 제치고 삼성전자(30%)에 이은 2위에 오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 대만의 D램 결합을 단순 수치만으로 분석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각 업체들의 기술 및 원가경쟁력과 수익성 상황을 살펴보고 분석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제로 과거 여러 차례 메모리반도체 기업 간 합병사례에서도 점유율의 단순 합산이 의미가 없다는 점이 증명됐다.

지난 1999년 하이닉스가 탄생할 때 조사기관 IDC의 64메가비트(Mb) 물량 기준 LG전자와 현대전자의 D램 점유율 합계는 24%였다. 이는 당시 1~2위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18%)와 삼성전자(17%)를 뛰어넘는 수치였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통합 이후 2004년에 이르러서야 현재와 같은 2위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지난해 1분기 인텔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관련 사업 합병으로 출범한 뉴모닉스 사례도 마찬가지. 인텔과 ST마이크로의 지난 2007년 기준 노어플래시메모리 매출 합계 점유율은 1위였지만, 막상 뉴모닉스 출범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점유율은 32.1%로 업계 1위인 스팬션(37.1%)에 미치지 못했다.

점유율을 단순히 합친다는 것은 통합과정에서 아무런 구조조정 없이 기업들이 합쳐진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엘피다의 영업적자는 8천700억원에 달했다. 아직까지 실적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파워칩 등 3개사의 적자를 합치면 1조원을 훨씬 초과하는 손실 규모가 나온다.

분기당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내는 기업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결국 엘피다와 대만기업들의 통합은 적잖은 구조조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D램 산업에 오히려 긍정적이다. 이는 물량 감소로 이어져 2년여에 걸쳐 가격폭락이 지속되는 D램 시장의 수급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D램 공정기술에서 한국업체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1년 이상 뒤처지는 엘피다와 대만기업들의 결합은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위협이 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엘피다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지난해 2분기 초에 도입했던 50나노미터급 공정기술을 올해 1분기에야 적용할 예정이다. 국내기업들은 D램 40나노급 공정기술을 올해 3분기 도입하며 격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메모리반도체 공정기술은 제품 생산량을 좌우하기 때문에, 미세공정을 빨리 도입하는 기업이 낮은 원가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엘피다, 마이크론 등 해외기업들이 공정기술에서 일대 진전을 거두기 전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 해도 한국업체들과 격차를 줄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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