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고기 타결 뒤에는 촛불민심이 있었다.
한미 쇠고기협상으로 촉발된 촛불집회 사진 한 장이 미국 워싱턴에서의 추가협상 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21일 이번 추가협상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촛불집회 사진'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공개한 협상 과정의 뒷얘기가 화제다.
김 본부장은 2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통상장관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6월10일 대규모 촛불집회 사진 한 장이 이번 협상에서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3일 쇠고기 추가협상을 위해 비행기에 오르던 그의 서류가방에는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시위 중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모인 6월10일 당시 현장을 담은 천연색 큰 사진 하나가 포함돼 있었다.
김 본부장은 "이 사진을 협상 테이블 중간에 두고 이야기가 어렵게 진행될 때 '이 사진을 봐라, 이 사진이 과학적으로 설명이 될 사진이냐?'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것(촛불집회 사진)에 대해 미국측이 우리 국민들의 우려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우병 우려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양보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미국의 완강한 입장이 한 장의 촛불사진으로 흔들린 셈이다.
결국 우리 협상단은 성난 촛불민심에 밀려 추가협의에 이어 추가협상에까지 나서는 고역을 치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촛불민심을 '역이용'해 협상의 기선을 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김 본부장은 또 이번 협상에서 북한이 대미협상에서 종종 사용해온 '벼랑 끝 전술(brinksmanship)'까지 활용하는 수완을 발휘해 협상 타결에 톡톡히 기여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6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2차례 협상을 마친 뒤 갑자기 중도 귀국하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미측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 때 미국측이 다급하게 김 본부장을 돌려 세우고 추가협의를 요청하고 나선 배경도 따지고 보면 우리 대표단의 급거 귀국이 촛불민심을 더욱 자극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