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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 "2030년 캐파 2배도 부족"…삼성엔 "HBM·파운드리 협력"


젠슨 황, 하이닉스·삼성 연쇄 회동
반도체 2강에 서로 다른 역할 주문

[아이뉴스24 박지은·권서아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하루 동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잇따라 만나며 서로 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SK하이닉스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를 주문했다. 삼성전자에는 HBM 공급과 함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 참석해 스피치를 하고 있다.[사진=정소희 기자]

같은 날 이뤄진 두 회동은 엔비디아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기대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황 CEO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공동 언론 브리핑을 열고 SK하이닉스를 "엔비디아의 최대 메모리 파트너"라고 재확인했다.

양사는 2년 이상의 메모리 장기 공급계약(LTA)을 공식화하고 차세대 AI 반도체 공동 로드맵 수립과 공동설계(Co-design) 체계도 발표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 아키텍처와 SK하이닉스 메모리 기술을 함께 발전시키기 위해 공동 로드맵을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 범위도 확대됐다. 양사는 베라 루빈 AI 슈퍼컴퓨터와 베라 중앙처리장치(CPU), RTX 스파크 AI PC, 젯슨 토르 로봇 플랫폼용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와 디지털 트윈, 자율 팹 구축 등 제조 영역까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면담을 마치고 취재진과 질의 응답을 갖고 있다.[사진=정소희 기자]

황 CEO는 이날 저녁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서 SK하이닉스의 생산능력 확대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AI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일 대만 컴퓨텍스 행사에서 2030년까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향후 수년간 AI 메모리 수요 증가세가 공급 확대 속도를 웃돌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면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정소희 기자]

반면 이날 저녁 서울신라호텔에서 진행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과의 비공개 회동에서는 파운드리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전 부회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엔비디아와 오랫동안 협력해 왔는데 가장 좋은 이야기를 나눈 자리였다"며 "HBM4 공급과 파운드리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중장기적으로는 공동개발 이야기도 나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4와 소캠(SOCAMM)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HBM4E와 HBM5 협력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전 부회장은 "4나노와 8나노 공정을 활용한 자율주행 칩 협력을 진행 중"이라며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인 그록 칩도 협력하고 있으며 차세대 제품 협력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회동에서는 차세대 파운드리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전 부회장과 황 CEO가 차세대 파운드리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양사는 현재 자율주행 플랫폼용 칩과 그록 AI 가속기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향후 차세대 반도체 제품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HBM4E와 HBM5 등 차세대 메모리 협력도 의제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서 만났다. [사진=삼성전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의 회동에서 HBM보다 파운드리에 더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HBM 중심의 협력을 공식화했다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공급을 넘어 AI 칩 생산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회동에서도 HBM4와 HBM5뿐 아니라 자율주행 칩과 AI 가속기 생산, 차세대 공동개발 논의까지 이뤄지면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제시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가 다시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엔비디아가 TSMC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텔의 18A 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산 능력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한국 반도체 2강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공급망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에는 폭증하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생산능력 확대가 요구됐고, 삼성전자에는 메모리 공급을 넘어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까지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파트너 역할을 부탁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공동=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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