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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스피커 내리니 스타일 '업'


 

최근 처음 집을 구입해 이사한 회사원 김씨. 요즘 무척 퇴근이 빨라졌다.

주변 사람들은 집을 사더니 집에 빨리 간다고 부러운 시선이지만 김씨의 빠른 귀가의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이사를 오면서 새로 구입한 벽걸이 TV를 보는 재미에 푹 빠진 것. 김씨는 거실 벽에 TV만을 설치했다. 화면 좌우의 스피커와 같은 군더더기를 최대한 배제한 단순한 디자인의 이 TV는 소파에서 앉아 보면 마치 고급 그림을 액자에 걸어 놓은 것과 같은 세련된 느낌을 준다.

김씨의 집들이에 온 친구들도 새 TV의 선명한 화면과 함께 거실 장식효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자 김씨는 수백만원을 들인 TV가격이 아깝지 않았다.

◆사라진 TV 스피커

디지털 TV시장에서 액자형 이른바 모니터형 디자인을 채택한 모델이 인기를 얻고 있다.

통상 TV스피커는 화면의 좌우에 위치한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삼성전자가 화면 하단에 스피커를 배치한 LCD TV 제품으로 판매에 재미를 보며 국내에서도 화면하단에 스피커를 설치한 모델을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일명 로마시리즈 TV는 지난해 2월 첫 출시이후 1년만에 전세계 적으로 100만대가 넘겨 팔렸다. 좌우 스피커를 없앤 간결한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것.

로마시리즈를 디자인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디자인그룹의 이승호 선임 등 2명은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달 9일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서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로마시리즈 이후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LCD TV를 좌우 스피커를 없앤 액자형으로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PDP TV에도 액자형 디자인 적용을 확대했다. 자세히 들여다 봐야 화면 하단의 스피커를 찾을 수 있을 만큼 단순한 디자인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일본 소니도 지난해 새로 런칭한 브라비아 LCD TV와 프로젝션 TV에 액자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최근 소니 브라비아 TV는 미국시장서 출시되자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S-LCD라는 LCD 패널 업체를 공동 설립해 40인치 TV의 업계 표준화를 주도하면서 디자인에서도 비슷한 컨셉을 유지하고 있는 셈.

삼성전자 관계자는 "액자형 이른바 '히든스피커' 형태의 TV 디자인은 세계적인 추세인 절제미를 강조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영향이다"라고 설명했다. '최소한'의 의미를 지닌 미니멀리즘은 패션계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장식이나 디자인을 제거한 최대한 심플하고 직선적인 디자인 경향이다.

◆대세는 미니멀 디자인, 음향 성능 논란 소지

그렇다면 좌우 스피커를 없앤 액자형 TV에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소리 보다는 화면에 좀더 집중할 수 있어 고화질을 감상하기에 더 좋다"는 것이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 또 거실 인테리어와도 쉽게 어울려 공간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빠질 수 없다. HD급 고화질 영상을 보여주는 액자형 TV는 거실에 마치 그림 한 폭을 걸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업체 입장에서는 상업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스피커의 위치 이동으로 기존에 32인치를 설치하던 공간에 40인치 LCD TV를 설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보다 고가의 대형 TV를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단점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다. 논란의 발단은 음향효과 문제다. 좌우에 스피커가 부착된 TV에 비해 그렇지 않은 TV의 음향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 것.

전통적 디자인을 고집하는 측에서는 액자형 디자인이 좌우 스피커를 없앰에 따라 스테레오 성능이 감소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LG전자의 경우 미니멀리즘을 디자인에 도입하면서도 여전히 스피커 만큼은 좌우로 배치한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자체 실험 결과 스피커를 좌우에 부착한 TV가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더 나은 음향 성능을 보였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디자인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좌우 스피커를 없앤 업체들은 음향 문제는 기우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측은 "음향 보다는 화질에 몰입할 수 있어 액자형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며 "음향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TV보다는 홈씨어터를 통해 더 나은 음향 효과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소니코리아 측은 "음향 효과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고출력 디지털 앰프를 장착하고 카스테레오 기술을 도입해 음장 효과 면에서 기존 TV보다 나은 성능을 낸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양측의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미니멀 디자인을 세계적인 대세로 보고 있다. 실제 각국의 유명 전자업체들도 속속 좌우 스피커를 없앤 디자인을 채택한 TV를 선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백종민기자 cinq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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