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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콜'과 헤어질 결심⋯아름다운 퇴장인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배민, 정액제 요금제 '울트라콜' 4월부터 순차 종료키로 발표
"과도한 출혈 경쟁 줄어든다" vs "정률제 강요"⋯의견 엇갈려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배달서비스 의존도가 높아진 시대에 최대 배달 플랫폼의 배달 정책 변화는 어떤 체감을 가져올까요.

오는 4월부터 배달의민족 '울트라콜'이 순차적으로 종료된다고 합니다. 울트라콜은 부가세 포함 월 8만8000원을 내면 업주가 원하는 특정 지역에 '깃발'을 꽂고 가게를 노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액제 상품입니다. 깃발 수에 제한은 없기에, 비용을 더 지불해 깃발 수를 늘릴수록 광고 효과가 커지는 구조입니다. 배민 초창기부터 지난 10여 년간 간판 상품 역할을 해왔죠.

배민 앱 가게 중복노출 개편 예시. [사진=우아한형재들]
배민 앱 가게 중복노출 개편 예시. [사진=우아한형재들]

배민은 왜 울트라콜과 '헤어질 결심'을 했을까요. 가장 먼저 밝힌 이유는 고객 편의성 강화입니다. 가게 중복 노출, 복잡한 UI 등을 개편하겠다는 건데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배민의 서비스 구조를 뜯어봐야 합니다.

배민의 서비스는 크게 가게배달과 배민배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가게배달은 배민이 주문만 중개하고 배달은 업주가 알아서 하는 서비스로 이해하면 됩니다. 가게배달을 이용하고 싶은 업주들은 앞서 언급한 울트라콜과 '오픈리스트'라는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는데요. 오픈리스트는 정액제인 울트라콜과 달리 주문이 발생할 때마다 6.8% 수수료가 발생하는 정률제 상품입니다. 배민배달은 배민이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책임지는 자체배달(OD) 서비스로 지난해 출시한 정률제 요금제 '배민1플러스'를 가입하면 이용 가능합니다.

현재 배민 앱에서는 이름과 주소가 같은 가게여도 가게배달, 배민배달 등 업주가 이용하는 요금제에 따라 중복 노출됩니다. 배민을 이용할 때 같은 가게를 여러 번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소비자만 불편한 건 아닙니다. 업주도 배민배달, 가게배달을 모두 이용하려면 앱 내에 두 개 이상의 가게를 설정하고 관리를 중복으로 해야 했습니다. 배민은 이를 개편해 이름과 주소가 같은 가게를 하나로 통합하고, 가게배달·음식배달 두 개의 탭으로 나뉘어 있던 가게 정보를 음식배달 탭으로 통합할 예정입니다. 깃발을 여러 개 꽂으면 N개 이상 가게를 노출할 수 있는 울트라콜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는 셈이죠.

배민 앱 가게 중복노출 개편 예시. [사진=우아한형재들]
배민이 공개한 UI 편의성 개선을 요구하는 고객 목소리. [사진=우아한형재들]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결정입니다. 그렇다면 입점 업주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찬반 논란이 첨예합니다. 울트라콜 종료를 반기는 업주들은 과도한 출혈 경쟁과 양극화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울트라콜은 돈을 많이 쓸수록 깃발을 많이 꽂을 수 있는 구조이기에, 자본력 있는 일부 가게가 노출 기회를 독점할 수 있죠. 경쟁 가게에 밀리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과도하게 깃발을 많이 꽂는 상황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습니다.

최근 자체배달 위주로 배달 시장이 개편되면서 울트라콜의 광고 효과가 눈에 띄게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배달 시간이 빠르고 배달비 혜택이 큰 자체배달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배민에 따르면 울트라콜 의존도가 큰 업주는 4년 전과 비교해 약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관성적으로 울트라콜을 유지하던 업주들 사이에선 "오히려 잘됐다"는 분위기가 읽힙니다.

배민 앱 가게 중복노출 개편 예시. [사진=우아한형재들]
배달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볼멘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배달 매출 비중이 크거나, 울트라콜만 이용하고 있던 업주들이 주로 큰 목소리를 내는데요. 결국 정액제 요금제를 없애고 정률제 요금제를 강제하는 '꼼수' 아니냐는 겁니다. 정률제하에선 매출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울트라콜 출혈 경쟁 문제도 시대착오적인 지적이란 의견이 나옵니다. 과도한 깃발 경쟁이 문제였던 건 정액제 요금제만 있던 시기였고, 정률제 요금제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요즘엔 오히려 울트라콜이 업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는 겁니다. 5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명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 대표는 "배달 매출이 어느 정도 되는 사장님들 입장에선 가장 싼 요금제(울트라콜)가 사라진 셈이다. 8만8000원이 아까워서 멀쩡한 요금제가 없어진 걸 환영하는 업주가 얼마나 되겠나"라며 "저 같은 경우 현재 울트라콜만 이용하고 있다. 우리 가게처럼 울트라콜 요금제만 이용하는 곳은 4월부턴 배민에서 장사를 못하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어느 쪽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울트라콜은 현재 유일하게 남은 정액제 요금제입니다. 쿠팡이츠, 요기요 등은 이미 정률제 요금제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변동이 없다면 오는 4월부터 정률제 요금제가 업계의 확고한 기준이 되는 겁니다. 공격적 투자로 단숨에 시장 2위로 뛰어오른 쿠팡이츠, 왕좌를 수성하기 위한 배달의민족이 정면으로 맞붙으며 배달 시장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주요 이해관계자인 업주, 프랜차이즈 기업들과 소비자까지 목소리를 내며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혼란의 배달 시장, 모쪼록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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