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김보선 기자] 국가정보원 수뇌부가 일거에 교체된 가운데 그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문재인 정부 때 등용됐던 인사들을 배제하려는 김규현 전 원장과 이를 반대하는 권춘택 전 1차장의 갈등 때문이라는 설부터 외부출신 김 전 원장과 공채출신 권 전 차장 간 파워게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시스템 보다 특정인물 입김에 좌지우지된 김 전 원장의 국정원 운영 스타일이 문제였다는 게 전현직 국정원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정원 수뇌부 분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 재가까지 끝난 국·처장급 1급 간부 인사가 5일만에 뒤집혔다. 곧바로 문재인 정부시절 한직으로 밀려났던 내부 인사들이 대거 재기용 됐다는 관측이 급부상했다. 비슷한 분석이지만 국정원이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기조에 맞게 재정비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사정이라는 말도 돌았다.
하지만 전현직 국정원 및 사정당국 관계자 대부분은 김 전 원장 비서실장 A씨를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하고 있다. A씨가 김 전 원장을 부추겨 동기들을 요직에 앉혔고 이 과정에서 다른 차장들과 김 전 원장의 갈등까지 확산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조상준 기획조정실장이 임명 넉달만에 돌연 사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조실장은 내부 인사 등 국정원 운영 전반을 조정하는 자리다.
A씨가 김 전 원장 비서실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28일 전현직 국정원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원래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사람은 권춘택 전 1차장 측근이었는데 김 전 원장이 A씨로 교체했다고 한다. 그 전에 계급정년에 달한 A씨가 동향인 부산 동구 출신 정치인들에게 줄을 대 외교관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초대 국정원장 물망에 오른 김 전 원장과 가까워졌다는 말도 나왔다. 권 전 차장은 김 전 원장과 함께 윤석열 정부 초대 국정원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한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A씨가 공작한 것"이라고 했다.
A씨는 국정원 공채 30기 출신이다. 국내 정보파트에서 주로 활동했다. 김 전 원장 비서실장(3급)에 이어 지난해 12월 대북방첩센터장(2급)으로 승진했다. 올 6월에는 1급까지 승진했으나 거듭된 구설수와 이를 예의 주시하던 대통령실이 나서면서 방출됐다. 업무능력은 뛰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전 국정원 관계자는 "A씨가 일을 잘 한 것은 맞다. 외교관 출신으로 조직 내부를 잘 모르는 김 전 원장이 A씨를 많이 의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원장이 차장들 보좌를 받지 않고 비서실장만 믿었다는 게 문제"라고도 했다.
문제는 A씨가 방출된 뒤에도 계속됐다. 김 전 원장이 인사 등 국정원 운영과 관련해 A씨의 조언을 구하면서 A씨가 국정원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또 불거진 것이다. 앞의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김 전 원장으로서는 차장이지만 자신과 긴장 내지 경쟁관계에 있는 권 전 차장을 견제할 필요성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영국·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김 전 원장과 권 전 차장을 전격 교체했다.
김 전 원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지난 정부에서 길을 잃고 방황했던 국정원의 방향을 정하고 직원 모두가 다 함께 큰 걸음을 내디딘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 6개월 동안 새 정부에서 맡은 바 임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했고 상당한 결실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새롭게 임명된 홍장원 1차장(전 영국 공사)과 황원진 2차장(전 북한정보국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두 사람 모두 국정원 내부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홍 1차장의 경우 대북전문가이기 때문에 해외파트를 잘 이끌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정원 분위기를 잘 아는 전 국정원 관계자는 "홍 1차장 최근 보직이 국정원장 대북특보라 대북 전문가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해외 공작도 한 분"이라며 "이번 차장 인사는 잘 된 인사"라고 평가했다.
현직 국정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다만, 후임 원장에 대해서는 "국정원 조직 시스템을 존중하고 그대로만 움직인다면 누가 와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
국정원은 당분간 홍 1차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대통령실은 국가 정보기관 수장 공백사태를 감수하고 후임 없이 김 전 원장을 교체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신속하게 후임을 지명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아이뉴스24' 통화에서 "정보기관 공백이 길어지는 게 누구에게 좋겠나.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공백이 없도록 국정원장 지명도 가급적 빨리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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