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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통, 콘텐츠식별체계 사업 놓고 대립... 국무조정실 중재나서


 

'디지털 콘텐츠 식별체계' 도입을 둘러싸고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식별 체계'는 각 디지털 콘텐츠에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고유 번호(식별자)를 부여해 디지털 콘텐츠 유통 전 과정을 관리하겠다는 구상.

식별체계가 도입되면 그동안 유통 흐름 파악이 거의 불가능했던 디지털 콘텐츠 유통 경로를 파악, 관리할 수 있게 돼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유통 전반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식별체계가 불법 콘텐츠 유통을 막고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산업화를 촉진하는 등 '인터넷 역사'를 다시 쓰도록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식별체계 도입을 위해 현재 문화부와 정통부는 각각 COI(Content Object Identifier)와 UCI(Universal Content Identifier)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중이다.

먼저 식별체계 구축 작업을 알린 것은 정통부. 정통부는 지난 4월부터 한국전산원을 통해 UCI 사업을 진행해왔다. 문화부는 두 달 뒤인 지난 6월, 연내 시스템 구축 작업을 완료하고, 이르면 2006년 내에 기관과 민간을 대상으로 식별체계 등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개했다.

이처럼 문화부의 식별체계 도입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자 정통부 측은 '업무중복'을 이유로 문화부에 비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는 또 하반기 들어서 국무조정실에 문화부와의 업무 조정을 요청하는 등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상황이다. 감사원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조화로운 업무협력'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문화부와 정통부는 지난주 국무조정실에 각각 사업 실무자들을 보내 식별체계 구축에 대한 타당성을 설명하는 '사업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양 부처는 이 문제가 자칫 '힘 겨루기' 양상으로 비쳐질까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

그러면서도 양측은 저마다 스스로의 식별체계 구상이 보다 적절하다며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COI, 장르 세분하고 권리정보도 담아 정통부 UCI보다 한 수 위"...문화부

정통부의 문제제기에 대해 문화부는 "COI는 2002년, CCI(Content Copyright Identifier)라는 이름의 식별자 개발 당시부터 구상해 온 사업"이라며 "문화 콘텐츠의 특성에 맞게 장르를 세분화하고, 권리정보를 담아 식별자를 DRM화 할 계획인 COI는 정통부의 UCI와 구분되며, 오히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형태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문화부는 아울러 "개발 단계에서는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던 정통부가 막상 도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라며 내심 불쾌한 기색도 드러내고 있다.

정통부의 UCI는 현재 콘텐츠의 장르정보를 이미지,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등 4가지로만 분류하고 있다. 이에 반해 COI는 각 콘텐츠의 장르를 100여 가지 이상으로 세분해 문화콘텐츠의 다양한 카테고리를 반영할 수 있다는 게 문화부 측 설명이다.

디지털 콘텐츠 유통의 뜨거운 감자인 권리관계 명시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정통부의 UCI는 현재 각 식별체계 내에 'Contributor(기여자)'와 'Contributor Entity(기여주체)'라는 항목을 둬 해당 콘텐츠에 대한 권리관계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콘텐츠에도 여러 권리자들이 존재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권리 정보가 명시될 필요가 있다는 게 문화부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COI에 콘텐츠의 구체적인 권리 정보와 제작 시기 등을 명시해 COI자체를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화 한다는 구상이다.

식별자에 콘텐츠가 담고 있는 정보의 핵심내용을 간추려 담은 '구문정보'를 제공한다는 점도 문화부 COI와 정통부 UCI의 차이점이다.

문화부는 해당 콘텐츠가 싣고 있는 정보를 압축해 키워드로 보여주는 '구문정보'를 제공해 검색 한번에 해당 콘텐츠가 담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단순히 비슷하다는 이유로 콘텐츠 유통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식별체계 사업을 조정대상으로 이해하는 것은 국무조정실 측에서도 경계하는 분위기 인듯 하다"며 "(국무조정실에) 이러한 차이점들을 충분히 설명했으며, 세부적인 검토를 통해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언급했다.

◆"문화부 COI는 UCI의 하위 개념... UCI로 통합돼야"...정통부

식별체계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화콘텐츠와 그 유통방식에 대한 '이해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문화부의 생각과는 달리 정통부 측은 "하나로 통합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보완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정통부 관계자는 "양 부처가 중복 진행하고 있는 식별체계 사업은 결국 하나로 통합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통합된다면 어떤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통부의 UCI는 문화부가 추진 중인 COI보다 넓은 상위개념의 식별체계"라며 "문화부의 COI가 UCI의 하위에 들어오는 방식으로 통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의 UCI가 각 콘텐츠의 구체적인 장르 및 권리정보를 명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당 항목이 필요하다면 어렵지 않게 보완할 수 있다"며 "식별체계의 통합이 예산 활용이나 사용자 편의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시작했다'는 정통부와 '한 수 위'라는 문화부.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점이나 차이점이라기보다 '누가 더 잘 만들어서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느냐'라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조정이든 협조든 통합이든, 식별체계 사업 진행의 가장 무게있는 기준은 여기에 두는 것이 옳을 것이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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