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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이용하기는 편리한데…"업계 내부에선 '전쟁'"


공정위 필수품목 개선안…"부당 관행 바꿀것" vs "현실 무시한 조치"
전문가들 "업계 근본적 변화 필요…로열티 제도 등 도입도 고려해야"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커피, 치킨, 빵, 햄버거, 피자 등 프랜차이즈의 편리함을 만끽하는 세상이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갑질' 논란이 한창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본사 차원에서 각 점포에 내려주는 일부 '의무 지침'을 개선하도록 강제할 방침을 밝히자 본사와 점주 간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 병폐라고 하는 '필수품목 갑질' 개선을 천명한 상태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강매에 가까운 거래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명하고 있다. 반대로 가맹본부는 정부의 필수품목 개선 방안이 현실에 맞지 않고 오히려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음식을 즐기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각 사]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음식을 즐기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각 사]

22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9월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 방안'을 당정협의회에 보고했으며, 해당 내용을 담은 개정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가맹본부를 통해 구매해야 하는 필수품목 항목 및 공급 가격 산정 방식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가맹사업법을 개정하는 것이 골자다. 시행령을 개정해 본사가 필수품목을 불리하게 변경할 때 점주와 협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를 어길 경우 시정 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가맹 필수품목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한 사업자와 거래할 것을 강제하는 원재료, 설비·비품 등을 뜻한다. 현행법상 이런 식으로 거래 상대방을 지정하면 안 되지만, 상품·브랜드의 동질성 보호를 위해 필수적인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문제는 일부 가맹본부가 필수품목 제도를 악용해 폭리를 취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점이다. 품질의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는 명분으로 필수품목 개도를 과도하게 많이 지정하거나 시중 가격보다 지나치게 비싸게 파는 방식이 대표적 사례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필수품목 지정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제재하려 했으나 뚜렷한 효과가 없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변함없이 필수품목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 유명 프랜차이즈 대표들이 질타를 받기도 했다. 공정위가 가이드라인보다 효력이 강한 법령 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이유다.

가맹점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 필수품목의 과도한 지정과 단가 인상 등으로 인한 부담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외식업종 가맹점당 평균 차액가맹금(필수 품목의 유통 마진)은 2047만원이다. 2020년 1815만원에서 1년 만에 232만원 늘었다.

차액가맹금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매출액에서 차액가맹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치킨 가맹점의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 비중은 2020년 8.7%에서 2021년 10.3%로 올랐고, 제과제빵 가맹점의 차액가맹금 비중은 같은 기간 4.6%에서 6.4%, 피자 가맹점의 차액가맹금 비중도 7.4%에서 8.4%로 각각 상승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그간 가맹본부들은 일회용 컵·티슈·나무젓가락, 머리끈, 시중판매 우유 등 원부자재를 무분별하게 필수품목으로 지정하고 가맹점주들에게 고가로 구입 강제하는 관행을 이어왔다"며 "전국 35만여 명에 이르는 가맹점주들은 프랜차이즈산업의 뿌리 깊은 병폐 해결을 위한 공정위의 필수품목 개선 방안을 뜨겁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주요 프랜차이즈 매장 전경.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각 사]
주요 프랜차이즈 매장 전경.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각 사]

반면 가맹본부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가 제시한 개선 방안이 현실적으로 운용되기 어렵고,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은 가맹계약서에 가격 산정 방식을 기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원재료·상품은 수량이 많고 가격 변동 가능성이 높아 항목과 가격 산정 방식 기재가 어렵기 때문이다.

거래 조건이 가맹점주에게 불리하게 될 경우 협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시행령도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신메뉴를 출시할 때마다 모든 가맹점주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본부 인력 수를 고려하면 과도한 물적·시간적 비용이 소모된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신메뉴가 사전에 노출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규제에 앞서 프랜차이즈 업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잘못된 관행 대다수가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상호 영산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로열티(프랜차이즈가 매출에 부과하는 수수료)' 제도 등에 대한 인식 변화만으로로도 필수품목 갑질 논란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가맹사업의 원조 미국의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은 대부분 로열티를 주 수입원으로 삼는다. 세계적인 추세다. 가맹점의 성공이 곧 본사의 성공으로 직결되기에,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꾀하게 하는 제도로 평가받는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모두 로열티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이 때문에 로열티로 대신 필수품목 유통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을 택했고, 이 과정에서 갑질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진 법무법인 KLF 대표변호사는 "교육만 하면 해결될 것들이 많다. 가령 가맹사업거래 분쟁 분야 중 비중이 상당히 큰 정보공개서 사전제공 의무 위반의 경우 예비창업자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진행하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라고 주장했다.

강성민 대한가맹거래사협회장은 "프랜차이스 산업은 도·소매 기반 사업이 아니다. 브랜드 가치에 기반한 지식서비스사업이라고 봐야 한다. 가맹점주, 가맹본부는 물론 공정위까지 이 부분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며 "정부 기관이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예비창업자에게 프랜차이즈 산업 구조에 대한 교육이나 자문 서비스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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