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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이중 동작' 사용하겠다는 OK금융·대한항공…왜?


OK금융 "포지션 폴트 강화하지 않으면 계속 사용"
대한항공 "배구는 계속 발전…다양한 서브 중 하나"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V리그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서브 이중 동작'에 대해 남자부 OK금융그룹과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배경은 다르다. OK금융그룹은 V리그 심판진의 포지션 폴트 규정 적용이 너무 관대하기 때문에 이를 고치지 않는다면 계속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규칙에 위배되지 않는 '작전'으로 규정했다.

V리그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서브 이중 동작'. [사진=국제배구연맹(FIVB)]
V리그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서브 이중 동작'. [사진=국제배구연맹(FIVB)]

서브 이중 동작은 리시브를 준비하는 상대 팀의 포지션 폴트를 유도하기 위한 작전이다.

서브를 시도하기 위해 달려가다 상대 선수들이 움직이면 잠시 멈춘 뒤 다시 서브를 넣어 상대를 속인다.

서브 이중 동작은 규칙에 어긋나는 행위는 아니다. 서브는 주심의 시그널과 호각 이후 8초 안에만 이뤄지면 된다. 서브를 위한 토스를 하기 전까지 어떠한 움직임을 취하더라도 문제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지난 8월 프로배구컵대회에 출전한 일본 초청팀 파나소닉이 이같은 서브를 선보인 바 있다.

V리그 14개 구단 가운데 일본 전지훈련을 다녀온 몇몇 팀은 실제 경기에서 사용하기 위해 이를 연습했다.

실제 V리그에서도 이같은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시작은 대한항공이었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격돌한 지난달 14일 V리그 개막전에서 대한항공 미들 블로커 이수황이 먼저 시도했다.

OK금융그룹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달 24일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OK금융그룹 송희채가 서브를 시도하다 멈칫한 이후 다시 서브를 이어갔다.

서브 이중 동작이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지난달 26일 한국전력-현대캐피탈의 경기에서다.

한국전력 세터 하승우가 2세트에 서브 이중 동작으로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의 포지션 폴트를 이끌어냈다. 그러자 현대캐피탈 김선호가 3세트 그대로 따라해 점수를 챙겼다.

서브 이중 동작이 나온 장면에서의 공통점도 있다. 모두 리시빙팀의 세터가 1번, 아포짓 스파이커가 4번에 자리하고 있을 때 상대가 이같은 서브를 시도했다.

세터가 1번 자리, 즉 후위 우측에 자리하고 있는 경우 원활한 세트 플레이를 위해 빠르게 이동하는 점을 노린 것이다. 로테이션상 세터와 대각에 자리하는 경우가 많은 아포짓 스파이커 역시 주로 오른쪽에서 공격을 시도하기 때문에 서브 이중 동작에 속을 확률이 높아진다.

포지션 폴트의 핵심은 자신의 앞, 뒤, 좌우 선수와 위치가 바뀌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 기준은 몸이 아닌 발이다.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 V리그 '포지션 폴트' 적용이 너무 관대하다는 OK금융 오기노 감독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서브 이중 동작은 득점을 하기 위한 배구의 기술이나 전술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기에 '긍정적이다, 부종적이다'를 평가할 대상도 아니라고 본다"라며 "단지, 포지션 폴트를 지속해서 범하는 팀을 상대할 때 이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서브 이중 동작으로 포지션 폴트를 유도해 득점을 노리는 팀이 있다면 그건 팬들이 원하는 배구를 하는 게 아닐 것"이라며 "포지션 폴트를 국제 기준에 맞게 운영하는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즉 오기노 감독은 서브 이중 동작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포지션 폴트 규칙 적용에 너무 관대함을 보이는 V리그 심판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OK금융그룹의 주장과 달리 실제 경기에서 뛰는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특히 다른 리그 경험이 있고 포지션 폴트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포지션의 선수들은 'V리그가 포지션 폴트에 관대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럽 리그는 물론 국제배구연맹(FIVB) 주관 대회를 많이 경험한 IBK기업은행 세터 폰푼 게르파르드(등록명 폰푼)는 "V리그의 포지션 폴트 기준이 FIVB 주관 대회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특별히 V리그가 이에 대해 관대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현대캐피탈 아포짓 스파이커 아흐메드는 오히려 자신이 뛰었던 리그, 대회에 비해 V리그가 포지션 폴트를 더 엄격하게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기노 감독과 같은 일본 출신의 우리카드 오타케 잇세이(등록명 잇세이)는 서브 이중 동작을 시도한 파나소닉에 몸담았던 선수이기에 더 자세한 얘기를 전했다.

잇세이는 "우선 포지션 폴트를 지적하는 기준이 일본과 한국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느슨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알기로는 일본에서도 파나소닉만 해당 서브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로랑 틸리 감독이 상대의 포지션 폴트를 유도하기 위한 작전이라 설명했었다"라며 "한국처럼 여러 팀이 사용하면 모를까 파나소닉만 쓰기 때문에 관중들도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V리그와 더불어 FIVB 주관 대회 주·부심으로도 활약하는 심판들 역시 어떤 대회에 나가더라도 같은 기준으로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렇기에 OK금융그룹이 주장하는 포지션 폴트 '국제 기준'과 'V리그 기준'이 다르다는 점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모 구단 사령탑은 "만약 OK금융그룹의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그 구단만이 피해자가 아닐 것이다. 14개 구단 모두 피해자로 봐야 한다"라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FIVB 심판 지침서에는 "FIVB 방침은 매끄러운 심판 운영을 하는 것이다. 가능 한 적게 경기에 개입하는 것이고 엔터테인먼트 같이 경기진행을 하는 것이다. 심판은 반칙을 잡아내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매끄러운 심판 운영'의 개념을 세우기 위해 경기에서 의도적인 항의, 지연, 경기중단을 방지하기 위한 심판들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명시돼 있다.

'엔터테인먼트 같은 경기 진행'이란 FIVB가 관중들이 배구를 더 재미있게 보고, 즐길 수 있게 하는 노력이 녹아있는 문구다. 포지션 폴트를 비롯해 경기를 자주 중단시킬 수 있는 규칙을 완화하는 것도 이를 위해서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 서브 이중 동작은 하나의 작전…배구는 발전하는데 작전은 퇴보?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배구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매년 성장하고 있고 경쟁의 우위를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서브 이중 동작을 다양한 서브 중 하나로 규정했다.

실제 토미 감독은 다양한 전술을 고민, 적용하는 사령탑이다. 지난 8월 프로배구컵대회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부상과 대표팀 차출로 빠진 상황에서도 미들 블로커를 아포짓 스파이커로 기용하고 2명의 속공수를 쓰는 등 번뜩이는 전략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사실상 서브 이중 동작을 단순히 팀이 점수를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토미 감독.

그러나 이같은 작전이 불러올 효과는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게 크다는 지적이 적잖다.

서브 이중 동작은 규칙에 어긋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하지 않는 '불문율'과 같다. 야구의 경우 배트 플립이 이에 속한다.

홈런을 때린 이후 시도하는 배트 플립은 투수의 심기를 건드리기 때문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불문율'로 통한다. 타자가 이를 행하면 곧바로 보복구가 날아와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하는 장면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하지만 화려한 배트 플립은 선수들이 펼치는 쇼맨십이자 팬들이 보고 열광하는 야구를 즐기는 하나의 요소라는 평가도 따른다.

서브 이중 동작도 선수들 절대다수는 구사할 수 없다가 아닌 구사하지 말자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 해당 서브를 시도한 A선수도 "감독이 시켰기 때문에 했다. 솔직히 별로 구사하고 싶지 않은 서브다"라고 털어놨다.

만약 모든 선수가 경기에서 이같은 서브를 시도한다고 가정하면 경기에 임하는 모든 구성권, 관중들은 심한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배구 재미, 관중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각 구단은 마케팅 활동에 적잖은 예산을 편성해 관중 유치에 힘을 쏟는다. 그런데 정작 코트에서 우려하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이같은 노력도 사실상 필요 없는 활동에 그치게 된다.

배구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랠리를 장려하려는 FIVB의 움직임과도 반대된다.

FIVB는 많은 랠리가 배구를 보는 관중들의 니즈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지난 8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19세 이하(U-1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서브 이후 공을 받는 동작을 언더로만 할 수 있는 규정을 시범적으로 도입, 적용했다.

서브 리시브를 언더가 아닌 눈높이에서 양손으로 받는 행위, 즉 '서브 캐치'로 통용되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이를 범할 시 캐치볼 파울을 선언했다.

FIVB는 이같이 공을 받을 경우 빠르게 공이 세터에게 연결되고, 상대방이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기에 랠리가 벌어질 확률이 적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랠리가 많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해당 대회에서 변경된 규칙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이에 따른 결과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V리그는 배구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유소년들이 보고 배우는 '꿈의 무대'다. 벌써부터 어린 선수들이 이를 보고 따라해 대학, 중고배구 대회에서 '서브 이중 동작'이 나올 것 같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규칙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끝날 수준은 이미 넘어선 모양새다.

다만 두 사령탑은 한국배구연맹(KOVO)이 해당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합의를 통해 모두가 이를 사용하지 말자고 의견을 모은다면 충분히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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