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매일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집니다. 정보 유통이 빛의 속도로 빨라져 늘 새로운 얘기에 둘러싸입니다. 모두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만, 그 안에 어떤 고민과 혜안이 녹아있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뉴스24가 시작합니다. 화제의 인물을 찾아 직접 묻고, 듣겠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편집자]
"뱅킹(banking)은 필요해도 뱅크(bank)는 필요하지 않다"는 빌 게이츠의 예언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인간의 영역이던 의사결정까지 AI가 대체하면서다.
에이젠글로벌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까지 가능한 AI 뱅킹시스템을 구축하며 디지털뱅크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뉴스24는 강정석 에이젠글로벌 대표를 만나 데이터와 AI가 불러올 금융 혁신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크레디트커넥트에서 중요한 건 데이터이코노미가 금융을 얼마나 공급을 해줄 수 있느냐입니다." 강 대표가 크레디트커넥트를 이렇게 설명했다. 에이젠글로벌이 가진 비금융 데이터가 창출하는 금융의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의 폭도 넓어진다. 시장에서 대출이 필요한 빈자리가 메워질수록 존재감이 커진다는 것이다.
쇼핑하는 것, 병원을 방문하는 것, 자동차를 사는 것까지 우리의 소비가 모이면 거대한 데이터가 된다. 쇼핑몰을 방문하는 고객의 숫자, 판매한 수량, 판매 금액 등이다. 이는 사업자가 대출받을 때 신용을 판단하는 정보가 된다. 데이터가 신용정보가 되는 순간 은행은 대출할 수 있고, 카드사는 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 금융회사에서 배달앱이나 알뜰폰 같은 비금융 사업에 뛰어드는 배경도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다.
"AI를 공부하며 알게 된 건, 전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겁니다. 신용 정보는 너무 당연하고, 실제 의사결정까지 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했어요."
강 대표가 AI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느꼈던 계기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창업 전 씨티그룹에서 매각 업무를 담당했을 때의 얘기다. "수많은 직원이 청계천에 나와 시위를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은행에 지장이 없었습니다. 사람이 일을 하는 시대가 아니란 걸 깨달았죠." AI 시스템 구축에 대한 수수께끼를 데이터로 풀어낼 힌트를 얻은 것이다.
그는 크레디트커넥트를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에 비유했다. 강 대표는 "갑자기 핸들을 꺾어야 할 때, 핸들을 꺾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얼마나 꺾을 것인지 판단해야 해요. 마찬가지로 이 차주가 대출을 해주기에 안전한지, 안전하지 않은 지까지 판단을 해주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의 생각은 적중했다. 핀테크가 침투하기 어려웠던 레거시 금융권인 은행과 카드사는 물론 금융위원회까지 에이젠글로벌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머징마켓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진출한 금융회사들도 에이젠글로벌의 데이터 시스템을 통해 대출을 공급하고 있다.
에이젠글로벌이 주목하는 미래 데이터는 모빌리티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을 만큼 대부분의 차주가 소득만큼 대출받지만, 인도네시아에선 인구의 절반은 은행 계좌조차 없다.
모빌리티는 앞으로 이머징마켓에서 대출 시장을 주도하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란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급여를 현금으로 받는 이머징마켓에서 쉽게 소득을 확인할 수 있는 분야가 모빌리티라는 점을 공략할 생각이다.
에이젠글로벌은 이미 모빌리티 금융에 관한 특허만 200개가 넘는다. 설립 초기만 해도 모빌리티 금융에 도전하는 건 모험에 가까웠지만, 강 대표는 전략적으로 모빌리티 인재를 섭외했다. "130년 만에 자동차 구동장치가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전기차가 대중화되며 패러다임이 변할 텐데 그 안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설립 8년 차, 크레디트커넥트 서비스 3년 차. 강 대표의 꿈은 더욱 커졌다. 그는 "앞으로는 글로벌 은행과의 협업이 중요해요. 이미 세계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과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머징마켓과 미국 등으로 시장을 넓혀나갈 겁니다"라고 자신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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