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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판, 의도는 좋았으나"…결과는 '부실' [현장 써머리]


"비용 절감 차원" 'LH형 무량판 지하주차장' 개발 후 2018년 전격 도입
두꺼운 슬래브·전단보강근+ 주차장 상부 하중 고려해야…하지만 설계부터 반영 안돼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논란으로 시작된 '무량판 구조'에 대한 우려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지난 2일 "앞으로 무량판 구조 주차장 공사를 되도록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7년 2월 LH는 일반 지하주차장보다 주차 폭을 10㎝ 넓혀 고객 만족도 향상이 가능한 'LH형 무량판(flatplate system) 지하주차장 구조시스템(LH-FS·LH-Flatplate System)'을 개발했습니다.

종전 지하 주차장에서 수십 년간 적용하던 라멘(슬래브-보-기둥) 구조에서 하중을 지탱하는 역할의 보(beam) 없이 슬래브와 기둥으로 구성하는 무량판구조(flatplate system)의 대대적인 도입을 알린 것이죠.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LH는 LH-FS 주차장을 같은 해 경기 고양 향동지구, 전남 완도 군내지구(2개 블록)에 시범 적용했고, 2018년부터는 설계하는 전국 LH아파트(분양·임대 등 전 아파트단지) 지하 주차장에 전면 도입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2017년부터 LH는 왜 전국 LH아파트(분양·임대 등 전 아파트단지)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대대적으로 도입했을까요.

통상 주거동에 도입되던 무량판 공법을 지하 주차장까지 확대하면서 발생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평가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LH-FS 주차장은 기존 주차 폭을 2.3m에서 2.4m로 확대, 운전이 미숙하거나 대형차량을 가진 입주민들이 더 편하게 주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경제성도 두드러진 특장점입니다. 당시 LH 구조안전센터장은 "경제성을 향상한 LH-FS 개발·적용으로 주차 폭 확대에 대한 입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게 됐다"며 "입주민들은 추가적인 분양가나 임차료 인상 부담 없이 편리한 주차 공간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사비 절감으로 인해 분양가가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읽힙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지난 6일 경기 양주 LH 무량판 아파트 보강공사 현장점검을 마치고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지난 6일 경기 양주 LH 무량판 아파트 보강공사 현장점검을 마치고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한준 LH 사장도 지난달 열린 브리핑에서 "라멘 구조는 균열과 처짐을 막는 데는 유리하지만 무량판 구조는 라멘에 비해 인건비가 적고 층고가 낮아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무량판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장은 "공사비가 상당히 많이 절감되는데, 자료를 보면 보 철근과 거푸집 감소로 연간 LH가 751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한 민간 건설사가 펴낸 '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시스템 적용' 보고서를 살펴보면 얼마나 공사비 절감이 가능한지 그 배경을 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LH가 기존에 도입했던 라멘구조는 지하 주차장 상부에서 작용하는 과도한 토피(土皮) 하중과 시공 중에 발생하는 적재하중에 저항하는데 유리한 구조지만, 보가 들어가야 하는 만큼 지하층 높은 층고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하네요. 물론 더 비싸기도 합니다.

철근의 이음과 정착길이가 늘어나 지하 주차장 골조공사비, 노무비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라멘 구조에서 수평부재(슬래브, 보) 공사비는 전체 골조공사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서술했습니다. 즉, 보 없이 기둥으로만 천장을 지탱하는 방식인 무량판 공법을 도입했을 시 인건비는 물론 공사비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고, 층고를 비롯해 비교적 더 넓은 지하 주차장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보 부재 시공이 삭제돼 시공 기간도 크게 줄어듭니다.

그러나 이들은 무량판 공법을 도입하기 위해선 '과도한 하중에 저항해야 하므로 지상층 슬래브와는 달리 두꺼운 슬래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지상층 슬래브보다 더 적절한 두께의 슬래브와 이곳에 걸리는 하중을 견디고 펀칭파괴(뚫림전단)을 방지하기 위한 전단보강근을 품은 기둥까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층고절감형 무량판 구조시스템. [사진=DL이앤씨]
층고절감형 무량판 구조시스템. [사진=DL이앤씨]

LH 발주 아파트에서는 구조계산을 아예 빠뜨리거나 계산을 잘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154개 기둥 전부에 보강 철근이 빠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또한,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도입하기 위해선 한 가지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고 하네요. 바로 지하 주차장 상부에 들어서는 조경의 하중, 놀이터와 같은 인프라의 하중을 계산해 토피의 두께를 적절하게 배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4월 붕괴한 인천 검단 지하 주차장 상부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놀이터가 조성될 예정이었습니다. 입주 후 이 같은 붕괴가 일어났다면 대참사가 발생했을 겁니다.

즉, 토피(나무나 풀로 덮인 땅)와 놀이터 공간의 하중이 아래쪽 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의 슬래브와 기둥에 얼마나 걸리고, 이 하중을 얼마나 안전하게 분산 또는 버틸 수 있을지 철저한 계산과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154개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단지와 같이 누군가는 비전문적이고 무책임한 자세로 현장에 임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겠네요.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4년 전 대규모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도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해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지하 주차장과 주거동 사이 단차가 있는 곳에 집중 균열이 발생해 인천 검단과 똑같은 붕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설계 당시 토피가 약 1m였으나, 실제 현장 최대 토피는 2m에 육박했다. 설계사의 구조계산서에도 설계하중을 고려해 주의하라는 설명만 달랑 남겨져 있었고, 물론 시공사도 이를 가볍게 넘겼다"며 "시공사와 설계사, 감리사의 책임공방이 이어졌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는 지상층(주거동) 무량판 구조와 달리 봐야 한다. 더 견고하고 충분한 전단보강근 투입, 지하주차장 상부 하중을 고려한 지상층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며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인식이 전제됐어야 하는데 이해가 부족했고, 일부 비전문적이고 무책임한 건설 현장의 관습도 더해진 결과"라고 꼬집었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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