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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아이콘' 나이키, 샤넬보다 잘 나가네…태광·국동·백산은 '전전긍긍'


나이키 매출, 매년 증가세…국내 협력사, 호실적에도 갑질 위험 노출에 속 앓이

[아이뉴스24 김성화 기자] 나이키가 국내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 속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꾸준한 인기 탓에 '나이키' 신발과 의류를 제조하는 국내 기업들도 덩달아 실적이 껑충 뛰어 오르면서, 매출 비중이 높은 '나이키'를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나이키코리아의 재무제표상 10기(2019년 6월 1일~2020년 5월 30일) 매출액은 1조2천935억원에서 ▲11기 1조4천521억원 ▲12기 1조6천748억원까지 늘었다. 12기 실적은 루이비통코리아(1조4천681억원)와 샤넬코리아(1조2천238억원)보다도 높다.

나이키 로고. [사진=나이키]
나이키 로고. [사진=나이키]

'나이키'는 국내 제조업체를 상대로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갑작스런 계약해지를 통보한 사건이 알려져 뭇매를 맞았지만, 이에 대한 반감이 실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모습이다.

앞서 나이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사실이 드러났다. 나이키는 "거래는 중단됐지만 진행하고 있던 제품들은 차질없이 공급하라", "기한 내에 공급하지 못하면 4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갑질을 당한 국내 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하도급법 적용이 어려운 외국계 기업이란 이유로 손을 뗀 상태다. 현재 대·중소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 중이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이키가 26년간 거래한 중소 협력사에 정당한 사유 없이 하루 아침에 거래를 중단했다"며 "평소 거래에 있어서도 비용을 떠넘기거나 수시로 협력사의 경영 상태를 감시하는 등 부당행위를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나이키 불매가야겠네", "이런게 갑질이지", "전형적인 글로벌 기업의 갑질이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국내 시장에서 나이키가 벌인 갑질은 여러 차례 지적됐다. 지난 2013년에는 부당 계약해지에 대한 책임으로 국내 업체에게 6억여원의 배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달에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판매하던 '에어 조던 11 레트로(바시티 레드)'와 드로우(추첨) 형태로 판매한 '에어 조던 1 시카고 토들러' 주문이 재고 부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각종 갑질 논란 속에서도 '나이키' 제품들의 인기는 여전하다. 온라인 명품 커머스 머스트잇에 따르면 올 한 해 머스트잇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신발 제품은 나이키의 '에어포스1 07 올백 로우'였다.

이에 '나이키'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은 좋은 실적을 달성하고 있으면서도 씁쓸해 하는 눈치다.

티케이지(TKG)태광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조1천3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천951억원 증가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8천69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2천525억원이 늘었다.

실적 상승은 매출의 66%를 차지하는 나이키 부문 매출 성장 덕분이다. 티케이지(TKG)태광은 올해 3분기 누적 나이키 신발 부문에서만 지난해보다 5천억원 가량 증가한 1조9천213억원을 기록했다.

나이키를 비롯해 등 글로벌 스포츠 신발 브랜드에 합성피혁을 납품하는 백산도 매출이 크게 올랐다. 백산은 올해 3분기 누적 3천76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2%의 상승률을 보였다.

나이키 의류 주문자생산방식(OEM) 업체인 국동도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2천479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56% 올랐다.

시장 전망도 나쁘지 않아 이들 업체들의 나이키 의존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자문사 에버코어아이에스아이(ISI)의 오마르 사드 애널리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 이후 사람들이 스니커즈(운동화) 신발이 가져다준 편안함에 절대적으로 익숙해졌다"며 "스니커즈 수요 증가라는 슈퍼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스니커즈 슈퍼사이클에서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기업은 나이키"라고 덧붙였다.

황성환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최근 나이키는 향후 2년간 미국 내 신규 직영 매장 200여 개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스니커즈 트렌드는 소량 다품종 생산으로 개성과 희소성이 더욱 중요해졌고, 전방 고객사와 함께 스니커즈 트렌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나이키'가 향후 국내 협력사들에게 또 다시 갑질 행태를 반복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 기업이 거래 대행사를 끼고 국내 업체와 하도급 거래를 맺는 경우 갑질을 해도 공정위의 제재를 피할 수 있어서다. 하도급법은 공정거래법과 달리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그 행위가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 법을 적용한다'는 역외적용 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이에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가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사례도 별로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최근 5년간 하도급법 위반 신고사건 조치 내역을 보면 673건이 경고·시정명령·과징금 등의 처분을 받았는데 외국계 기업은 5곳뿐이었다.

이 탓에 외국 기업도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도록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하도급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지난 8월 대표 발의했다.

박성준 의원은 "공정위가 해외 기업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 국내 기업의 피해를 예방하고 구제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화 기자(shkim06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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