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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뀔 수 있다" 故이용마 기자와 MBC [원성윤의 人어바웃]


(4) MBC 뉴스데스크 故이용마 기자

미디어는 세상과 소통하는 독자의 연결 고리입니다. TV, 라디오, 인터넷 매체, 유튜브, 책 등 매체가 다양해지며 소통의 매개체는 점점 늘어납니다. 독자들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어떤 미디어를 어떻게 봐야할 지 고민의 시간은 늘어납니다. 인물 탐구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정보를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알랭드 보통은 책 '뉴스의 시대'(2014)에서 "우리는 어쩌면 편향에 대해 좀 더 관대해져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편향은 사건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려 들여다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한 쌍의 렌즈라고 표현한다. BBC가 말하는 '세상에서 가장 믿을 만한 소식통'과 같은 슬로건은 "중립적인 '사실' 보도가 가장 품격 있는 저널리즘이라는 편견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까닭"이라고 설명한다.

MBC 뉴스룸(보도국)을 들어가면 바로 앞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문구의 포스터와 함께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치켜세운 故 이용마 기자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원성윤 기자]
MBC 뉴스룸(보도국)을 들어가면 바로 앞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문구의 포스터와 함께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치켜세운 故 이용마 기자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원성윤 기자]

MBC 뉴스룸(보도국)을 들어가면 바로 앞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문구의 포스터와 함께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치켜세운 故 이용마 기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는 2012년 MBC 파업을 이끌었던 노조 홍보국장이었다. 복막암과 싸우다 2019년에 떠났다. 노조 집행부를 맡으며 처절한 싸움을 했고, 해고됐다. 그는 생전 기자와의 인터뷰(허핑턴포스트, 2017년 9월)에서 "MBC 노조가 강성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싸움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싸움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예언했다.

예언은 맞았다. 그가 떠난 지 3년이 흐른 뒤, 대법원은 2012년 MBC 파업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결을 했다. "공정방송은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6일 업무방해·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정영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 노조) 본부장 등 2012년 파업 당시 노조 간부들의 상고심에서 업무방해 부분을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9년 8월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앞 광장에서 고(故) 이용마 기자의 영결식이 시민사회장으로 엄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9년 8월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앞 광장에서 고(故) 이용마 기자의 영결식이 시민사회장으로 엄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심 재판부는 "단체협약 등에서 방송의 절차적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들을 두고 있음에도 제작·편성·보도 등 구체적 업무수행 과정에서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실제로 근로환경·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면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동안 방송사 파업은 임금과 단체협약과 묶어 진행됐다. 보도 내용 등으로 파업을 해서는 이길 가능성이 적다고 봤기 때문이다. 판례가 없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공정방송'이라는 명분만으로도 파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당시 MB 정권과 척을 졌던 MBC는 김재철 전 사장과 123일에 달하는 파업을 진행했다.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은 무기한 결방됐으나, 시청자들은 파업을 대체로 지지했다. MBC가 말하는 '공정'에 다들 무게를 싣는 편이었다.

2022년 대선이 왔다. 역대 비호감 선거라고 칭해졌다. 갖은 의혹들이 쏟아졌다. 그 와중에 MBC는 '스트레이트'를 통해 김건희 여사의 7시간 녹취록을 보도했다. 총2편으로 계획됐으나 오히려 역풍이 불어 1편으로 방송을 마치고 말았다. MBC 노조가 발행하는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 보고서에서는 "제작진의 고충과 고심을 이해하면서도 방송에서는 구체적인 배경과 맥락 설명이 부족했다"며 "메인 뉴스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아쉬움이 감정의 앙금으로 남았을 것이다. 이후 MBC는 윤석열 정권과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 '날리면' 보도에서부터 도어스테핑 기자 설전까지. 대통령조차 나서 MBC를 콕 찍어 "악의적 언론"이라고 표현했다. MBC를 지지하는 목소리와 지지하지 않는 목소리가 확연히 갈린다. 그 와중에 MBC가 뉴스 시청률에서 부동의 1위였던 KBS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내부의 고무된 분위기가 전해진다.

故 이용마 MBC 기자. [사진=MBC]
故 이용마 MBC 기자. [사진=MBC]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MBC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에 "정부와 싸우는 MBC를 응원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본 것이란 말이 나오는 현실"이라며 "심지어 MBC 시사 방송에서조차 진보 성향 패널 2명만 나온 가운데 '다른 중계진이 더 좋지만, MBC 응원하려고 봤다.'라는 말이 공중파를 타는 현실.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리는데, 뭐든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선언적 문구는 그의 삶을 통해 축적된 DNA다. 이는 MBC 보도국에 전형(典型)으로 자리 잡았다. 현 MBC 노조는 민실위 보고서에서 "보도 시간과 비판 수위 등 양적·질적 측면에서 정당 간 정확한 균형을 맞춰야 편향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한 편향성이다. 물론 다른 의미의 편향성도 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MBC를 "편향적, 편파적 언론"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진실에 가까웠는지는 뿌연 연기가 걷히고, 개와 늑대의 시간이 지난 뒤 가려질 것이다.

[원성윤의 人어바웃]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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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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