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의원님들, 지금이 밥그릇싸움이나 하실 때인가요?


[그래픽=조은수 기자]

한국경제가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는 뒷걸음질 치고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에 장바구니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물가를 잡으려니 금리인상의 속도를 늦추기도 어렵다. 각국 중앙은행의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에 이어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서민의 가계 주름살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카드는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와 경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한국경제가 엄중한 상황 속에서 또 다른 변수가 돌출됐다.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인한 물류의 동맥경화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 전 차종·전 품목 확대, 운임 인상, 지입제 폐지 등을 정부에 요구하며 이달 7일 0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안전운임제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매년 안전운임을 공표하고 이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할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2020년부터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12월31일 만료된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생계유지에 필요한 적정 운임이 보장돼 과로와 과적, 과속 감소 등 교통안전이 증진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제대로 머리를 맞대지 않고 총파업부터 들어간 것은 명분이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이 몰고 올 사회-경제적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화물연대 총파업 사흘째인 9일 전국 주요 항만에서는 화물량이 크게 줄고 있다. 불법행동과 사태 장기화도 우려된다. 실제 경기 이천 하이트진로 공장 앞에서 진입로를 막아선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15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주요 항만과 공항, 공장 등의 출입구를 봉쇄하겠다는 계획도 언급한 만큼 언제든지 사태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소지도 안고 있다.

이미 곳곳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한 우려의 싹을 틔우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신차 출고 지연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지연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업 이틀째인 이달 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이 부품 공급 차질로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됐고 이후 가다 서기를 반복하면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수출용 타이어를 공장 밖으로 반출하지 못해 공장 안에 쌓아놓고 있다.

시멘트와 철강 운송은 더 심각하다. 7개 대형 시멘트업체가 화물연대 파업과 맞물려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고 시멘트 공급이 끊긴 레미콘 공장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철강 육상 운송도 포스코의 경우 하루 물량이 포항과 광양에서 각각 40%, 30%가 줄었다. 여름철 성수기를 맞은 주류업계도 울상이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화물연대 파업의 영향권에 접어들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피해를 결국 국민이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 사태까지 온 배경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더욱이 식물국회의 정치권이 민생현안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면서 사태를 키우고 있다.

화물연대가 요구한 쟁점인 안전운임제는 법을 바꿔야 한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일정한 합의점에 도출되더라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쟁점이 된 안전운임제 논의를 위해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가동 돼야 하지만 원구성이 난항을 겪으며 환노위 명단조차 미확정 상태다. 현재 분위기상 국회가 언제 정상화될지도 미지수다. 여야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에 기업과 국민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심보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지금은 한가하게 밥그릇 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다.

얼마 전 치러진 6·1 지방선거 투표율이 50%를 간신히 넘어선 것은 그만큼 상당수 국민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엄중한 시국에 꼬이기 시작한 실타래가 더 엉키지 않도록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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