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탈원전 폐기의 전제 조건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산골 초가집과 도심의 102층 펜트하우스 중에 당신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

취향과 자신의 철학에 따라 다를 것이다. 초가집에 사는 것은 여러 모로 불편할 수 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상수도가 없어 직접 우물을 파서 식수를 확보해야 한다. 난방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땔감을 구해 와야 하는 것도 불편하다. 에너지를 자급자족해야 한다.

펜트하우스에 사는 것은 편리해 보인다. 에너지는 무한정 공급된다. 언제든 고속으로 엘리베이터가 문 앞까지 데려다 준다. 디지털 도어문을 열면 음성인식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말 한마디면 환기며 난방이며 냉방 등이 모두 해결된다. 정수 시설이 갖춰져 있는 수도에서는 늘 맑은 물이 나온다.

. [사진=조은수 기자]

문제는 에너지가 차단됐을 때다. 초가집에 사는 사람은 에너지가 차단되더라도 별 문제 없다. 애초 에너지 없이 살고 있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늘 우물에서 식수를 얻을 수 있고 난방도 언제나 하던 것처럼 하면 된다. 혼란과 무질서가 거의 없다.

펜트하우스에서는 대혼란과 무질서가 일어난다. 전기가 차단되면 엘리베이터는 작동을 멈춘다. 음성인식 또한 먹통이다. 난방이며 냉방도 무용지물이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곳에는 혼란과 무질서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 물론 이 같은 극단적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닌데 에너지가 집중된 곳은 그만큼 혼란, 무질서 농도 또한 높다는 데 있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전 생태계가 달라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수주를 위해 관련 예산까지 책정, 적극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뒷받침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과 색깔을 달리 한다. 원전 생태계가 내심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과 대비되는 ‘원전 사랑’이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원전 사랑’에 앞서 전제 조건 또한 잘 살펴야 한다.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했을 때 단가가 싸다. 온실가스 배출도 적다. 다들 원전을 지어 값싼 에너지 확보에 나서는 배경이다.

문제는 원전은 에너지가 집중된 만큼 ‘혼란과 무질서’ 또한 매우 높다는데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에서 확인했듯이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안전사고에 대비한 철저한 대비 태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위조부품 납품, 잦은 공극 발견 등 부실 공사 등으로 원전 안전이 도마에 올랐다. 여전히 이 같은 안전 불감증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수명이 다된 원전을 안전성 검사 등을 통해 연장하겠다는 것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 철저한 안전 검사는 물론 수명이 다된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한 시스템에서 ‘원전 재가동’에만 주목하다보면 자칫 안전성 검사는 요식 행위에 머무를 수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기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같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고준위 핵폐기물을 원전 부지 내에 보관하고 있다. 따로 관련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조만간 원전 별로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원전의 안전과 건전한 에너지 생태계는 담보되지 않는다. 원전 가동률을 높이면서 전체 에너지믹스가 자칫 재생에너지 정체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원전 가동 확대로 화석연료 사용이 줄더라도 재생에너지 정체가 빚어진다면 2050 탄소중립의 길에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윤석열정부의 탈원전 폐기가 제대로 된 방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전제 조건 또한 같이 살펴야 할 것이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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