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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괜찮아’…니켈 가격급등에 2차전지 양극재 개편 속도


LFP 배터리 시장 급성장 전망

[아이뉴스24 고종민 기자] 2차전지 산업 재편이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큰 틀의 변화는 양극재 기준으로 하이니켈 기반 삼원계 배터리(NCM, 니켈·코발트·망간)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시장의 형성이다.

그동안 리튬을 비롯한 주요 2차전지 부자재들의 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니켈 등 가격 상승을 가속화하며 양극재 관련 소재주의 재편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LFP 배터리 시장의 성장 속도가 가파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극재 시장규모 [사진=sne리서치]
양극재 시장규모 [사진=sne리서치]

◆ 니켈 가격 상승으로 자동차 업체 위기?…LFP 전환으로 대응 중

하이니켈 양극재 배터리는 과거 주류였던 니켈 함량을 60∼70%에서 80∼90%까지 확대해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이 같은 니켈 함량 증가는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를 대폭 늘렸다.

전기차 업체는 주로 하이엔드급에 하이니켈 배터리를 적용했고, 높은 주행 능력의 차량들을 출시하고 있다.

LFP 양극재 배터리는 하이니켈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개선하기 어렵지만 외부 충격·고온·과충전 등에도 폭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배터리 가격이 하이니켈 대비 저렴하다. 가격 경쟁력은 삼원계 대비 30% 가량 낮다. 테슬라 등 주요 전기차 업체들이 스탠다드, 저가형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이유다.

유지웅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러시아 경제 제재에 따른 니켈 가격 급등은 단기적으로 자동차 업종에 관한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것”이라며 “자동차 배터리 업체들은 기존부터 하이니켈 배터리의 대중화 여력에 관해 지적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다임러,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LFP 양극재 도입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며 “니켈가격의 급등은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할 변수”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하이니켈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의 주요 생산지다. 2021년 기준 러시아의 니켈 생산 규모는 세계에서 9.2%를 차지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니켈 가격 급등을 자극했다.

니켈 가격 폭등은 전기차 배터리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하이니켈을 비롯한 삼원계의 비중은 현재 글로벌 대형전지 시장에서 약 70%에 육박하고 있어, 니켈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전기 자동차와 양극재 회사에 타격을 주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니켈 가격이 NCM622(니켈·코발트·망간 비율 6:2:2) 기준으로 10% 상승하면, 양극재 비용은 2.4% 인상된다.

결국 원자재 급등으로 인한 충격파를 피하기 위해 자동차 업계는 니켈 등의 희소 광물의 영향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니켈을 중심으로 한 삼원계 진영의 주요 광물 자원 가격 상승이 진행되는 가운데, LFP 배터리의 가격 매력 증대는 매우 위협적”이라며 “양극재 총 중량 중 NCM 811 제품의 주요 광물 자원별 무게 비중은 니켈 48%, 산화물 33%, 리튬 7% 등으로 고가의 광물자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FP 양극재는 산화물 41%, 철 35%, 인 19%로, 고가의 광물 자원들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주목할 점은 고부가가치 금속을 원재료로 쓰는 하이니켈 배터리의 독주 체제 종식 가능성이다. LFP 배터리는 그동안 중국업체와 일부 완성차 업체에서만 사용했다. 변화를 이끌고 있는 곳은 테슬라다. 테슬라가 LFP배터리를 모든 스탠다드 트림(하이트림)에 탑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2차전지 시장에 신호를 줬다. 전기차 신흥 강자인 리비안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LFP를 탑재하겠다고 나섰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는 현대차에서 LFP 채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24년까지 대부분의 전기차에 삼원계 배터리를 채용하지만 신흥국 시장은 2025년부터 글로벌 지역별 엔트리급(경제형) 세그먼트에 LFP배터리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핵심 2차전지 배터리 완성품 제조업체들도 국내외 고객사를 대상으로 LFP 배터리 양산을 위한 생산 설비 카드를 준비 중이다. 배터리 산업 구조가 일반적으로 3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7년 동안 납품 과정을 거치는 만큼 올해가 국내 배터리사의 LFP 도입의 초입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에코프로비엠의 모회사 에코프로는 '에코-프렌들리데이(ECO-Friendly Day)' 행사를 열고 오는 2025년 말까지 양극재 생산능력을 연 48만톤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지난 4일 밝혔다. [사진=에코프로 유튜브 캡처]
에코프로비엠의 모회사 에코프로는 '에코-프렌들리데이(ECO-Friendly Day)' 행사를 열고 오는 2025년 말까지 양극재 생산능력을 연 48만톤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지난 4일 밝혔다. [사진=에코프로 유튜브 캡처]

◆ '아프지만 괜찮아'…국내 2차전지 양극재 업체, 기술력으로 극복

국내 양극재 업체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고객사의 영향으로 하이니켈 양극재에 특화됐다. 해당 업체들은 니켈 등 원자재 상승 우려를 한 몸에 받았고 올해 들어 주가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 올해 실적 전망치도 하향되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니켈 선물가격 급등은 메탈가격 상승에 따른 전기차 원가 부담 우려에 불을 지피며 2차전지 업체들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니켈, 코발트, 리튬 가격 상승에 따라 중국 시장 기준 삼원계 양극재 가격도 현재 11월 대비 50% 상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극재가 배터리 원가(원가 중 소재 비중 61%. 소재 중 양극재 비중 40%)의 25%를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배터리 판가가 10% 상승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라며 “(테슬라를 제외하고) 배터리 가격을 올려주려면 전기차 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가격 급등은 대응하기 쉽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배터리 셀 업체들은 자동차 OEM 업체들과의 수주 건마다 다르겠지만, 양극활물질인 3대 메탈(리튬, 니켈, 코발트) 가격은 매달 판가에 전가하는 구조를 형성했지만 관행상 셀가격의 전가가 자주 진행되지 못한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니켈 가격 급등에 따라 삼원계 양극재(NCM, NCA)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있지만, LFP 양극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이에 윤 연구원은 중고가 전기차에서의 삼원계 양극재의 우위 지속을 전망한다. 또한 니켈, 망간, LiPF6 등과 같은 급등한 배터리 소재 가격들이 최근 조정을 받고 있어 배터리 원가에 관한 우려는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한다.

국내 양극재 제조업체들의 기술력도 현재 상황을 극복하는 원동력이다. 국내 대표 하이니켈 양극재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을 고객사로 둔 엘앤에프와 삼성SDI·SK이노베이션에 납품을 하는 에코프로비엠이 있다.

엘엔에프는 양극재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격과 물량 상승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종 고객인 테슬라는 배터리 가격을 전기차 가격에 전가 시키고 있어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에코프로비엠도 NCM·NCA 양극재 업체로 ▲하이니켈 기술력 ▲원재료조달-리사이클링까지의 수직계열화 ▲해외 생산거점 계획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대응하고 있다.

/고종민 기자(kj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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