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해외투자자들의 투자 편의를 높이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해외 주식예탁증권(DR)이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해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에 대한 직접투자 접근성이 높아졌고, 기업들 입장에서도 DR 상장의 효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기업이 해외 증시에 신규 상장한 해외DR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사진은 한국예탁결제원 서울 여의도 사옥 전경 [사진=한국예탁결제원]](https://image.inews24.com/v1/71a5997aaaddaf.jpg)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기업이 해외DR을 신규 발행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지난 9월 더블유게임즈의 자회사인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DR을 상장한 것이 유일한 경우다.
DDI 이전에는 2017년 카카오가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에 10억 달러 규모의 DR을 상장한 것이 가장 최근의 사례다. 현재는 카카오의 DR이 모두 국내 주식으로 전환(DR해지)되며 현재 남아있는 DR은 없다.
해외DR은 해외투자자의 편의를 위해 국내에 증권을 보관하고 이를 근거로 해외 현지에서 발행해 유통하는 증권이다. 이를 통해 해외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현지 거래소에서 자국의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다. 해외에서 발행된 DR은 투자자가 원할 경우, 정해진 비율에 따라 국내 주식(원주)으로 전환할 수 있다.
과거 기업들은 해외투자 유치 등을 목적으로 해외DR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효용성이 떨어지며 신규 DR발행 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뚝 끊겨 현재 해외DR 시장은 현상 유지만 하는 수준이다.
예탁원에 따르면 현재 해외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는 DR은 21개사, 25개 종목에 불과하다.
개별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DR 주식수가 2억5천161만1천주(런던)로 가장 많고, KT(6천473만9천723주·뉴욕) 삼성전자 우선주(4천530만9천950주·룩셈부르크) KB금융지주(2천367만4천208주·뉴욕) 신한금융지주(1천597만5천396주·뉴욕) 한국전력공사(1천137만9천233주·뉴욕) 우리금융지주(1천42만6천640주·뉴욕) 등 순이다.
카카오와 영원무역, 한화솔루션은 국내 원주를 해외DR로 전환하는 거래는 여전히 가능하지만, 현재 해외에 남아있는 DR은 없는 상태다. 모두 국내 원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앞서 발행했던 DR을 자진해서 상장폐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최초로 DR을 해외 증시에 상장했던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런던거래소에 상장된 DR을 자진 상폐했다. 이 외에도 LG화학(2015년·런던) 대신증권(2015년·런던) 대우조선해양(2016년·룩셈부르크) KCC(2016년·룩셈부르크) 두산인프라코어(2019년·싱가포르) 한화케미칼(2019년·싱가포르) 등 다수의 기업이 DR 시장에서 철수했다.
해외 증시에 DR을 상장하는 절차는 매우 까다로운 반면, 자본조달의 이점이나 대외신인도 제고 효과 등도 크지 못한 점이 DR 시장이 외면받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국내 유망 기업들은 나스닥시장에 직접 상장한 쿠팡과 같이 해외 증시에 바로 상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해외 자본 유치의 경로도 다양해졌다.
거래량이 부족해 해외DR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있다. 해외에서 거래되는 DR 거래량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원주의 거래량이 훨씬 많다보니 투자자들이 좀 더 유동성 높은 국내 증시에서 거래하고자 해외DR을 원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예탁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올해 해외DR을 국내 주식으로 바꾸는 DR해지 주식수는 총 8천235만4천778주로, 국내 주식을 해외DR로 바꾸는 DR전환 주식수(4천565만5천646주)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해외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국내 증시에 대한 직접 투자 접근성도 높아지며 (DR의) 실질적인 수요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국내 기업들이 해외DR 발행에 나서는 이유가 해외투자 유치도 있지만, DR발행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홍보 목적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의 루트도 다양해지면서 그 효용성도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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