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감] 원전 화재 '안전 불감증'…늑장에 신고조차 하지 않아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최근 5년 동안 원전 화재 관련 사건 9건이나 있었는데 이 중 원전 자체소방대와 담당 소방서 신고시간 차이가 최소 1분, 최대 37분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화재 신고조차 하지 않은 사건도 있어 한국수력원자력이 '안전 불감증'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규정에는 한수원 자체소방대에 의해 초기 진압이 실패한 경우에만 담당 소방서에 출동요청,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원전은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만큼 화재가 발생하면 무조건 자체소방대와 담당 소방서에 동시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부의장)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한 최근 5년 동안 화재 관련 사건은 모두 9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화재 관련 8건의 경우 자체소방대 출동요청시간과 담당 소방서 신고시간 차이가 최소 1분(월성3호기), 최대 37분(한빛1호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 담당 소방서에 신고하지 않은 2018년 월성4호기 ‘감속재 상층기체계통 산소 주입 중 불꽃 발생’ 사건의 경우, 당시 안내서는 원전 화재가 발생하면 초동과 자체소방대에 의해 초기 진압이 실패한 경우에만 담당 소방서에 출동요청,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별도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한수원 측은 “현행 규정은 감지기 작동, 연기, 타는 냄새 등의 화재징후가 있는 경우 즉시 자체소방대에 출동지시를 하고 실제 화재의 경우에만 외부 담당 소방서에 연락해 출동을 요청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희 부의장은 “화재징후와 실제 화재는 한 끗 차이”라고 지적한 뒤 “대형화재의 시작은 작은 화재징후에서부터 비롯되는 만큼 원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한수원의 현행 규정은 화재 관련 대응에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외부 담당 소방서 신고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담당 소방서 인력의 현장 도착시각도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생했던 신고리4호기 화재사건 역시 ‘외부 소방서에 대한 늦은 신고조치’, ‘외부 소방인력 출입에 관한 안내서 미흡’으로 소방관의 현장 도착시각이 늦어진 것으로 보고됐다.

김상희 부의장은 “신고리 4호기 화재사건 당시, 화재 인지와 동시에 외부소방대에 즉시 신고해야 함에도 자체소방대와 비교했을 때 외부 담당 소방서 신고가 15분 지연된 것으로 확인돼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실제 화재뿐 아니라 화재징후에 대해서도 원전 자체소방대와 외부 담당 소방서 동시 신고를 의무화하고 외부 소방인력 출동상황에는 원자력발전소 출입을 신속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원자력안전위원장과 한수원 사장에게 관련 규정 개정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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