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 1세대(1G)부터 5세대통신(5G) 도입기까지 한눈에 살펴보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연재 중입니다 -
5G 자급제 스마트폰으로 LTE 요금제 신규 가입이 가능하다.
21일 SK텔레콤과 KT는 5G 자급제폰 LTE 신규 가입을 위한 약관 변경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했다. 전산작업으로 인해 시간이 필요한 LG유플러스는 오는 28일부터 개통이 가능해진다.
사실 이같은 발표 이전에도 5G 자급제폰에서 LTE 요금제 사용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표가 새삼스러운 이유는 기존 방식은 유심 이동을 통한 고객의 가입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신규로 가입하더라도 LTE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 5G 스마트폰을 통해 LTE 요금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자급제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한다. 소위 언락폰, 공기계 등으로 불렸으나 최근에는 자급제폰이라는 명칭이 두루 쓰이고 있다.
현재 쓰고 있는 LTE폰의 유심을 꺼내 구매한 5G 자급제폰에 넣으면 된다. 유심이동을 활용한 방식이다.
다만 유심 이동에는 제약이 있다. 기존 가입정보가 그대로인 상태로 단말만 바뀐 것이기에 이통사를 변경하거나 신규로 가입하는 등 유심 교체나 유심정보가 전환되는 경우에는 통하지 않는다.
즉, SK텔레콤 LTE 고객이 5G 자급제폰을 구입해 KT의 LTE 요금제로 갈아타고자 한다면, 가입 자체가 되지 않는다. 이통사 정책 때문이다.
통신서비스 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논의 결과에 따라 5G 자급제폰으로 LTE 서비스 신규 가입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는 기존 유심 이동의 제약까지도 벗어 던졌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5G 자급제폰만 구입했다고 하면 자유롭게 LTE 요금제 가입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같은 혼란은 지난 2011년, 3G에서 LTE로 전환된 초기 상황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 바 있다. 현재는 기술 발전과 표준 확대로 전산 작업을 통해 발 빠른 조치가 가능했다면, 그 당시에는 단말의 하드웨어나 이통사 정책,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이같은 과정이 더 복잡했다.
LTE 상용화 당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발 빠른 대응으로 신규 LTE폰 출시가 활발했다. 다만, 해외에서는 LTE 대신 3G가 보편화되거나 도입되는 상황이었기에 그에 걸맞는 3G폰을 내놨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는 국내서는 LTE용으로 출시됐으나 북미 시장에는 3G폰으로 출시됐다.
이통3사의 초기 LTE 요금제는 3G 대비 단연 비쌌다. 게다가 3G 요금제에는 데이터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무제한 조건이 달려 있었기에 전국망 커버리지가 완성되지 않은 LTE보다 3G를 유지하려는 고객들도 상당했다.
다만, 스펙이 뛰어난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전부 LTE로 출시돼 사용자의 선택을 막았다. 이통3사도 LTE폰은 LTE 요금만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국내 고객 사이에서 해외구매 방식으로 북미용 갤럭시노트 3G를 구매해 유심 이동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같은 니즈를 시장에 적용한 이통사가 KT다. KT는 2G 종료가 지연됨에 따라 타사와 달리 LTE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2011년 12월 8일 LTE 상용화 시점으로 계획했으나 이 마저도 무산되면서 KT는 이미 공급받은 물량 소진뿐만 아니라 가입자 해지 방어를 위해 LTE폰의 3G 요금제 가입을 1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후 KT는 약속대로 2012년 1월 20일 LTE폰의 3G 요금제 가입을 종료하는 대신 LTE폰에 유심 이동을 통한 3G 요금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열어줬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SK텔레콤은 3월부터 이같은 유심 이동을 허용했다. LG유플러스는 통신규격상 유심 자체(2G)가 없었기에 이같은 정책에서는 제외된다.

SK텔레콤과 KT가 LTE폰 3G유심이동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실제로 이같은 정책의 수혜를 받기란 어려웠다. 당시만 해도 자급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자급제폰을 얻기 위해서는 일부 제한된 오프라인 매장이나 통신사에서 구매한 단말이 해지되서 공기계가 되거나 해외구매대행 절차를 밟아야 했다.
게다가 LTE 초기에는 같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이통사별로 달리 제작돼 유통됐기 때문에 가입하고자 하는 이통사, 소위 'SKT향', 'KT향' 제품을 찾아야 했다. 하드웨어 제약에 따라 SKT향 제품을 구매하면 KT에서 개통하더라도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연출됐다.
2012년 12월 애플의 첫 LTE폰인 '아이폰5'에 대한 3G 요금제 유지 열망은 계속됐다. '아이폰5'도 타 제품과 마찬가지로 이통사에서 구매할 때 LTE 요금제만 가입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고객 사이에서는 해외구매대행 또는 해외 애플스토어, 지인 등을 통해 언락폰을 가져와 유심 이동을 시도하기도 했다.
문제는 애플이 아이폰5에서 유심 규격을 바꾼데 있다. 당시 3G폰과 LTE폰의 유심은 마이크로심이었으나 애플이 아이폰5에는 나노심을 채택했다. 나노심은 마이크로심 대비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유심 이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국내 사용자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3G 마이크로심을 나노심 사이즈로 잘라 쓰기에 이르렀다. 나중에는 나노심 틀을 만들어 누구나 마이크로심을 잘 자를 수 있도록(?) 도왔다.
최근에는 두뇌역할을 담당하는 모바일AP의 통신모듈이 발전하고 안테나 등 RF 시스템이 진화하면서 하드웨어적 제약은 사라졌다. 나노심이 보편적으로 활용되면서 LTE폰과 5G폰의 유심 전환도 용이하다. 다만, 애플을 통해 유심을 내장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또 다시 유심 이동을 통한 자급제 활성화가 또 다른 방식으로 전환될 여지가 남아 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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