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형 브라운관, 디지털 TV 시장 넘본다

'한물간' 브라운관(CRT) TV가 몸집을 줄이고 재도약에 나섰다.

TV 시장의 90%가 넘는 브라운관 TV 시장을 TFT-LCD나 PDP TV에 앉아서 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존 60cm나 되던 TV 두께가 38cm 정도로 줄어들었다면 소비자들도 고민하게 된다. 비싸지만 바로 LCD나 PDP TV를 사느냐, 아니면 슬림 브라운관 제품을 보다가 몇 년 뒤 가격이 크게 떨어진 LCD TV를 살 것인가.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LCD TV가 보편화되려면 기존 브라운관 TV 가격의 1.2배 정도여야 된다"고 말했다. LCD 보편화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완전평면 슬림형 브라운관을 개발한 곳은 국내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 등 두 기업. 브라운관 두께가 35cm, TV 두께는 38cm 정도다. 기존 브라운관 TV는 60cm였다.

24일 대구 컨벤션센터(EXCO)에서 개최된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IMID) 전시회에서도 슬림형 브라운관을 선보인 삼성SDI와 LG필립스는 뜨거운 홍보전을 펼쳤다.

삼성SDI는 내년 2월께 슬림 브라운관을 상용화한다. 이 회사는 32인치 제품과 더불어 내년에는 28, 29인치, 38인치 등 인기가 높은 사이즈 제품을 대거 개발 중이다.

기술지원본부 김성철 차장은 "LCD TV에 비해 가격을 15~20% 가량 싼 150만원대에 판매할 예정"이라며 "얇고 싼 가격의 슬림형 브라운관 TV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현재 일본 마쓰시다, 미츠비시, 산요 등과 중국의 TV 세트 기업들과 슬림형 브라운관 공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슬림형 브라운관을 먼저 개발한 곳은 LG필립스디스플레이다. 이 회사는 이미 작년 중반부터 21인치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올해 2분기 32인치급 제품도 먼저 개발했다. 삼성SDI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필립스는 내년 1월경 양산에 들어가며 이 분야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

LG필립스 김성길 설계개발팀장은 "특히 유럽시장과 중국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내년에는 초기시장으로 30만대 가량이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CRT는 현재 상용화된 디스플레이 가운데 낮에도 불편함 없이 볼 수 있는 가장 밝기가 좋은 제품"이라며 "가격도 LCD에 비해 3분의 1 가량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저가 TV 시장에서 슬림형 브라운관이, 고급형에서는 LCD나 PDP TV로의 교체가 예상된다. 그러나 기존 브라운관 TV에서 LCD 및 PDP TV로 바로 넘어가려던 상당수 소비자는 슬림 브라운관 TV 앞에서 마음이 흔들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시장조사 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22~32인치급 TV 시장이 올해 전세계적으로 5천739만대(31.8%)에 이른다. 내년에는 6천117만대(33.0%), 2006년 7천204만대(36.3%)로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