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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인터넷 망 개방과 스팸 방지 공존할 수 있다'


 

무선인터넷 망을 개방하면, 휴대폰 스팸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가? 정부는 휴대폰 스팸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무선인터넷 망 개방에 소극적이어야 할까?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허진호)가 정보통신부에 "SK텔레콤이 무선인터넷 망을 실질적으로 개방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요지의 건의문을 내면서,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실질적인 망 개방을 통한 콘텐츠 산업 육성이냐, 국민편익을 위한 강도높은 스팸 규제냐를 두고 정책의 수위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정통부는 빠른 시일내에 정책 방향을 정해 협회의 건의문에 회신하고, 필요하다면 SK텔레콤의 무선망 이용약관에 대해서도 조치해야 한다.

협회가 요구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문제는 다른 규제기관의 개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무선인터넷 망 개방에 공정위가 개입하는 것은 규제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통부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선에서 이번 문제를 해결해야만, IT(정보기술) 전문 부처로서의 위신을 세울 수 있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IT 산업내 플레이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여기서 현재의 정통부 고민을 되짚어 보자.

정통부는 협회가 요구한 대로 무선인터넷 망을 개방하면, 혹시 휴대폰 스팸이 넘쳐나지 않을 까 우려하고 있다.

국무회의에서까지 야한 동영상 스팸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은 이 때에, '콜백 URL SMS'를 개방하면 스팸이 범람하지 않을 까 하는게 가장 큰 걱정이다.

외부 콘텐츠업체(CP)들에게도 SK텔레콤이 단말기 정보나 플랫폼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도록 정부가 강제해 달라는 주장에도 관심있지만, 고민의 중심은 무선인터넷 망 개방이 휴대폰 스팸홍수 시대를 열게 되지 않을 까 하는 데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선인터넷 망이 실질적으로 개방돼도 휴대폰 스팸이 예상만큼 범람하지는 않는다.

양자는 트레이드오프(둘중의 하나를 택하면 나머지 하나가 지연되거나 희생되는 관계)가 아니다. 스팸방지를 위해 무선인터넷망 개방을 늦추면, 정통부 정책은 소탐대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무선인터넷망 개방돼도 스팸 줄일 수 있다

국민들이 가장 골치아파하는 것은 유선인터넷에서 접하는 e메일 스팸이다. 아직 휴대폰 단문메시지 전송(SMS) 스팸은 유선e메일 스팸보다 많지 않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동통신 회사들이 자체사이트(SK텔레콤 e스테이션 등)를 통해 사전승인을 받아야 사업자가 휴대폰에 홍보성 단문메시지를 보내고 원할경우 확인버튼을 눌러 해당 사업자의 URL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업자가 스팸을 걸러주는 승인기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무선인터넷망이 실질적으로 개방되면, SK텔레콤 e스테이션외에 다양한 사이트들(다음, NHN...)에서도 소비자가 사전승인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예전에는 011·017 가입자는 SK텔레콤 사이트(e스테이션)에서만 SMS 수신 동의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사이트들이 개별적으로 소비자에게 동의를 구하면 된다.

SK텔레콤과 정통부는 이처럼 사전승인 사이트가 늘어나게 되면, 휴대폰 스팸이 유선처럼 범람할 까 걱정하고 있다.

이용약관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는 네티즌들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포괄적인 정보제공을 약속해서 스스로 스팸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휴대폰 스팸에서도 드러난다. 지금도 011·017 가입자중 상당수는 e스테이션에서 정보제공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예전 휴대전화 가입시 약속했던 포괄적인 정보제공때문에 원치않는 휴대폰 SMS 스팸메시지(콜백 URL SMS)를 받고 있다.

스팸을 이유로 무선인터넷 망 개방에 반대하는 SK텔레콤이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휴대폰 스팸에서는 주역인 셈이다.

그렇다면 스팸방지를 이유로 네이트에 입점하지 않은 CP들이 011·017 가입자에게 '콜백 URL SMS'를 보낼 때 지금처럼 'e스테이션'에서만 동의를 구하도록 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유선과 다른 무선인터넷의 특수성을 이용하면 줄일 수 있다.

유선 초고속인터넷의 경우 유선통신업체와 CP들이 별도의 이용약관에 의해 묶여 메일을 보낼 때마다 유선통신 회사에게 승인받아야 하는 구조가 아니다.

하지만 무선인터넷은 CP와 이동통신회사가 SMS 이용약관에 의해 강제받고 있다. 이통사는 마음먹기에 따라 스팸 발송자를 발본색원할 수 있다.

대부분 SMS 스팸을 보내는 CP들은 유료서비스 제공업체이니, 이통사 과금 절차에 묶여 있다고 볼 수도 있다. SK텔레콤이 011·017 소비자를 위해 스팸으로 의심되는 특정 CP를 차단하려면, 2~3개월후 정산해주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필요하다면 SMS 이용약관에 공탁금 조항을 넣고, SMS 헤더에 발송자인 CP이름을 넣어 SK텔레콤이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런대도 SK텔레콤은 여전히 'e스테이션'을 통해야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유저 인터페이스는 '다음'으로 만들어줘도 내부 시스템은 반드시 내 것(e스테이션)을 통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자칫 사이버상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SK텔레콤만 할 수 있다는 자만심으로 비춰질 수 있다.

정통부가 '콜백 URL SMS' 망개방에 나서야 하는 두번째 이유는 스팸 규제 정책의 효율적인 추진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FTC(미상무위원회), 이메일전송금지를 위한 국가등록제도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각 국 정부들은 스팸방지를 위해 정부차원의 노력보다는 업계의 시장 자율 정화 노력을 강조하는 추세다.

스팸메일을 줄이기 위한 국가등록제보다는 스팸전송자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과 인터넷서비스 업체들의 스팸 필터링 시스템 도입 강화 등을 우선해야 한다는 말이다.

업계의 시장 자율 정화 노력이란 SK텔레콤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CP들도 동참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스팸 방지에 대한 내성을 키운 CP들이 2006년 상용화될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시대에 효율적인 무선기기(휴대폰) 스팸 방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모든 CP들이 자유롭게 망에 접속할 수 있는 와이브로 시대에는 'e스테이션'을 통한 사전승인 절차가 불필요해 지기 때문이다.

◆스팸을 이유로 큰 걸 잃지 말아야

무선인터넷망 개방 문제를 스팸 문제에 집중해 바라보는 정통부를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스팸분야에서 통신이용자의 권익이 중요하다고 해도, IT 업계의 가치사슬 문제를 고민하는 정통부라면 여기에만 천착해서는 안된다.

인터넷기업협회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당장 네이트와 네이트닷컴 매출이 주는 SK텔레콤은 스팸문제를 이슈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이 아니다.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콘텐츠, 소프트웨어의 진입장벽이 허물어지는 추세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통신서비스 업계의 합리적인 신 시장 진입을 촉구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IT 8-3-9는 서비스 업체만의 잔치가 아니고, IT 산업 전체 플레이어들의 매출 증대를 담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무선망 개방과 관련, 통신사업자들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단말기나 플랫폼 정보는 어떤 수준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

현재의 SK텔레콤 무선망 이용약관이 ▲ 시장 경제 원리에 따른 통신 업체의 고유 자산을 지키는 합리적인 수준인지 ▲ 통신 서비스 분야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불공정한 무기로 활용되고 있는지 정부는 판단해야 한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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