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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환 톱텍 회장 "나노섬유에 12년간 400억 투자"


자회사 레몬 250억 유증 통해 생산설비 구축

[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나노섬유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면 '대박'이라고 했습니다. 기계설계를 전공한 제가 생각하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죠."

코스닥 상장사인 톱텍은 일본 신슈대학 섬유학부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최고 수준의 통기성을 가진 세계 최초 나노섬유 생리대 개발을 완료했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일본 우에다시에 위치한 신슈대학 섬유학부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이재환 톱텍 회장은 나노섬유를 대량생산하고 제품화하기 위해 12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가 나노섬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5년께 김익수 신슈대학 국제섬유공학연구소 교수의 연구실에서 나노섬유 연구기계를 보면서부터다.

"나노섬유에 대해서는 김 교수가 세계적인 전문가였고, 저는 기계설비를 전공한 사람입니다. 톱텍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도 기계 만들기였구요. 원리를 보고 충분히 대량생산 기계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죠."

이 회장은 나노섬유 기계 제작 연구개발(R&D)과 설비에 초기 60억원을 시작으로 12년 간 총 40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지금은 톱텍이 연간 매출액 1조원대의 회사로 성장했지만, 당시만 해도 연 매출 700억~800억원에 불과했다. 몇백억씩 드는 투자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김 교수 개발팀은 2008년 톱텍의 투자를 받아 세계 최초로 양산에 가깝게 개발한 파일럿 나노섬유 생산기계 제작에 성공했고, 2010년 12월에는 세계 최초로 나노섬유 양산화 기술개발을 이뤄냈다.

하지만 나노섬유 기계 판매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생산성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10일만 돌려도 일반 섬유회사 1년 생산량이 나왔다"며 "무작정 많이 생산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누가 1년에 10일만 돌리려고 비싼 기계에 투자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기계만 팔려고 할 것이 아니라 나노섬유를 사용해 할 만한 사업영역을 직접 찾을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2차전지 분리막이다. 하지만 분리막에 사용하기에는 나노섬유의 특성 상 충분한 강도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연구 끝에 강도를 확보했으나 생산단가가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6년 2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구미공장이 화재로 전소됐고, 에프티이앤이와의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후 소송은 무혐의로 끝났다.

"그때는 정말 힘든 시기였습니다. 다 포기하고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도 않더라고요."

지난해 봄 이 회장은 임원들에게 "나노섬유의 납품물량이 먼저 확보되지 않으면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1년 정도 지난 올해 미국 아웃도어 의류 업체와의 납품계약에 성공했으며, 생산시설을 갖추기 위해 나노소재를 양산하는 자회사 레몬에 270억원 유상증자를 진행해 실탄을 확보함으로써 본격적인 나노섬유 생산에 들어갔다.

1차로 180억원을 투자해 기존의 양산라인과 별개로 기능성 멤브레인용 연 1천만m, 생리대용 750만㎡, 황사마스크용 200만㎡의 나노 멤브레인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설비를 구축을 7월 말까지 완료하고, 8월 말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게 되며, 고객사의 수요에 맞춰 지속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레몬이 생산하는 나노섬유는 균일한 섬유직경을 갖고 있어 응용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개발한 생리대용 나노섬유와 관련해 생리대 생산·판매업체와 계약이 성사되게 되면 추가 매출 시현이 기대된다.

톱텍은 자회사 레몬의 상장을 위해 미래에셋대우과 주관사계약을 맺고 진행중이다. 내년 상장이 목표다.

이 회장은 "20여년간 톱텍은 단 한번도 적자 나본 적이 없고 고객사에서 요구한 것을 못 맞춰준 적도 없다"며 "이런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에다(일본)=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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