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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사이트라고 얕보지 마세요" 웃긴대학 이정민 사장


 

"웃대를 아시나요?"

웃대, 즉 웃긴대학(www.humoruniv.com)을 모르고서는 요즘 인터넷의 최신 유행을 안다고 할 수 없다. 웃긴대학은 진짜 대학은 아니다. 유머 사이트다.

하지만 단순한 유머 사이트는 아니다. 웃긴대학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웃대생'이라 부른다. 그만큼 동질감과 결속력이 강하다는 얘기다. 그 결속력은 때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곤 한다. 그들 용어로 '방법'이라 부르는 '사이버상의 집단 공격'을 당하면 누구라도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두 손을 들고 만다.

지난 1월에 발생한 사이버임진왜란과 이승연 누드 파문, 왕따 동영상의 진원지가 바로 웃긴대학이다. 최근 웃긴대학(web.humoruiv.com)이 '네티즌 파워'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 웃긴대학의 정체는?

웃긴대학의 홈페이지 어디에도 전화번호를 찾을 수 없다. 가끔 '사무처장'이란 사람이 공지사항을 남긴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듬직도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웃긴대학은 엄연한 주식회사다.

웃긴대학은 지난 1998년 유머시티라는 유머게시판에서 시작됐다. 김상효씨가 사이트를 만들어 스스로를 '시장'이라 불렀다. 웃긴대학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1999년. 이때만 해도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였다.

웃긴대학은 사용자가 계속 늘었지만 지속적으로 운영할 만큼 수익이 나오지 않았다. 김상효씨는 고민고민하다가 지난해초 사이트 폐쇄를 결심했다. 이때 평소 알고 지내던 이정민(35세)씨가 자신에게 사이트를 넘길 것을 제안했다. 그가 현재 웃대의 사무처장이다.

"그때 웃대는 수익을 전혀 못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광고도 하지 않았는데 사용자가 계속 늘고 있는 상태였죠. 이런 사이트를 그냥 죽이다니 아깝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김상효씨에게 사이트 인수를 제안했습니다."

이정민씨는 김상효씨와 인수계약을 마친 다음날 그동안 운영했던 자신의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이정민씨는 바로 웃긴대학을 법인화하고 사이트를 정상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웃긴대학은 그를 포함해 4명을 직원이 있고 15명의 '자원봉사자'가 게시판을 관리하고 있다. 15명의 게시판 관리자들은 모두 웃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란 게 사무처장의 설명.

◆ 네티즌 파워의 구심점

2월 중순경 웃긴대학의 '웃긴자료실'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종군위안부찬성'이라는 카페가 생겼는데 아무리 장난이라지만 이런 카페는 너무한 것 아니냐"는 고발성 글이었다. 이 글 밑에는 순신간에 수십 개의 댓글이 올라왔다. 이 카페를 '방법'하자는 것이었다.

웃대생들은 순식간에 이 카페에 회원가입을 한 뒤 운영자를 욕하는 글로 게시판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운영자는 며칠 안돼 '웃대만세!!'라는 멘트를 남긴 뒤 카페를 자진 폐쇄했다. '웃대생의 힘'을 보여준 한 사례다.

지난 1월 사이버임진왜란이 발생했을 때도 웃대생들은 결집력을 발휘해 문제가 됐던 일본 커뮤니티 사이트를 '방법'하기도 했다. 위안부 누드를 찍었던 이승연씨도 웃대생들의 '방법'을 피할 수는 없었다. 웃대에서 비롯된 네띠앙 탈퇴운동으로 현재 이 회사는 곤란한 지경에 빠져있다.

지난해에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웃대를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최 대표가 단식투쟁할 때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웃대생들이 한나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비난 글을 올리기 시작했죠. 게시물마다 '웃대만세'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최 대표 보좌관들이 수사대에 신고한 것이죠."

이 일은 결국 잘 마무리됐다. 웃긴대학이 웃대생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거나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은 보통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한시도 게시판에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때론 저도 모르는 일로 연락이 오기도 하죠."

최근 왕따 동영상은 웃대생들 사이에서도 큰 논란이 됐다. 웃대 게시판에 올라온 왕따 동영상이 여기저기 유포되면서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는 등 파문이 일자 해당 학교 교장이 자살한 것. 이를 두고 웃대생들을 비롯한 네티즌들도 교장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된다는 주장까지 등장하게 됐다.

◆ 웃대생의 힘, 어디서 나오는가

웃긴대학의 구조는 참 간단하다. '웃긴유머', '웃긴자료', '대기자료', '따뜻한글', '왁자지껄', 웃대특검' 등 10여개의 게시판만 존재한다. 회원은 27만명이다. '네티즌의 구심점'이라고 하기에는 회원이 좀 적다.

하지만 이는 웃긴대학의 표면적인 모습일 뿐이다. 웃긴대학의 하루 순방문자는 35만~40만명에 이른다. 보통 회원이 순방문자보다 많은 것이 보통인데 이 사이트는 반대다. 웃대는 올해초에야 실명 회원제를 도입했다. 글을 쓰거나 댓글을 남기기 위해서는 실명으로 회원에 가입해야 한다. 회원보다 순방문자가 많은 이유는 회원에 가입하지 않고 읽기만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게시판은 웃긴자료실이다. 웃긴자료실에 글이 오르기 위해서는 대기자료실에서 30명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웃긴자료실로 자동으로 옮겨지면서 '파란색' 제목으로 보여진다.

웃긴자료실에는 파란 제목과 가는 빨간제목, 굵은 빨간제목이 있다. 굵은 빨간 제목으로 보여지기 위해서는 100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

100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을 정도라면 최소한 몇 만명이 이 글을 읽었다는 게 이정민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글들은 대기자료실에서 그 생명이 끝나게 된다. 웃대생들의 꿈은 '웃긴자료실'에 올라가는 것. 그것도 굵은 진한 빨간 제목으로.

일단 빨간색의 제목으로 보여지면 글의 내용을 신뢰할 수 있다고 인정돼 수 십 만명이 이 글을 읽게 된다. 이 글은 또 포털 사이트를 포함한 다른 사이트로 옮겨진다. 이 정도면 웬만한 신문기사보다 독자가 많게 된다.

바로 웃긴대학의 힘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특히 웃대생들은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이라는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 유머가 뭐 대단하다고?

일개 유머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이 뭐 대단한 게 있을까. 기껏해야 배꼽잡고 웃는 게 전부가 아닐까. 물론, 초기에는 그랬다. 웃긴대학은 정말 재미있는 글이나 사진들이 올라왔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유명해졌다.

"그런데 회원들이 많아지다 보니 올라오는 글의 내용도 다양해졌죠.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글들, 때로는 감동을 주는 글들이 웃긴자료실에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글들이 사이버 세상에서 이슈를 만들게 된 것이죠."

지금 웃긴자료실에는 유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잘못을 비판하는 글들도 많다. 그래서 초창기 회원들은 웃대가 변질됐다고 말하곤 한다.

"진정한 유머는 사회 풍자가 아닐까요" 이정민 사무처장은 지금 웃긴대학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비판성 글들은 '웃대특검'이란 게시판을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웃긴대학은 또한 철저한 악플관리로 유명하다. 악플을 신고하면 어김없이 아이디가 삭제된다. 한글을 파괴하는 '외계어'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누드 갤러리도 없다. 다른 유머 사이트들과는 차별되는 점이다.

◆ 웃대는 무얼 먹고 사는가

이정민 사무처장이 인수한 뒤에도 웃긴대학은 여전히 돈을 못벌고 있다. 이정민씨는 사무처장이면서 웃긴대학의 대표 이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돈을 벌 궁리도 해야 한다.

"한달에 네트워크 비용만 1천만원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운영비는 훨씬 많아지죠."

다행히 지난해 새롬벤처투자로부터 5억원 가량의 투자를 받았다. 이 돈으로 서버를 구입해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아직 투자금이 남아있지만 언제 바닥날지 모를 일이다.

현재 웃대의 유일한 수익원은 많지 않은 배너광고와 글을 쓸 때 아이디 앞에 붙는 '아이콘'을 500원에 판매하는 것이 전부다.

"게시판만 있다 보니 불편한 점이 많아 앞으로 블로그도 오픈하고 동아리도 만들 계획입니다.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면 아바타도 만들어서 판매할 계획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웃긴대학의 유머 작가들의 글을 모아 책으로 편찬할 계획이다. 모바일 서비스도 시작된다.

"큰 돈을 벌 욕심은 없어요. 투자회사에서도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구요.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웃긴대학'이라는 슬로건에 위배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겁니다."

그 흔한 대출 광고를 웃긴대학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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