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이성필기자] '번개' 우사인 볼트(26, 자메이카)가 올림픽 2개 대회 연속 3관왕에 오르며 육상 단거리의 전설이 됐다.

볼트는 12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남자 400ｍ 계주 결승에서 자메이카의 4번 주자로 출전해 환상적인 질주로 36초84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100ｍ, 200ｍ 금메달을 휩쓴 볼트는 400ｍ 계주마저 석권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역시 이 3개 종목 3관왕에 올랐던 볼트는 단거리 3관왕 2연패라는 확실한 전설이 될 만한 기록을 남겼다. 사상 처음 두 대회 연속 3관왕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남달랐다.

이번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볼트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허벅지 부상으로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고 6월 자메이카 대표 선발전에서는 블레이크에 100ｍ, 200ｍ를 모두 패했다. 자연스럽게 위기설이 그를 감쌌다.

그러나 볼트는 역시 달랐다. 어느 누구도 볼트를 넘지 못하며 그의 화려한 대관식을 지켜봤다. 볼트는 "난 이제 마이클 존슨과 같은 전설이 됐다"라고 선언했다. 대회 직전 자신이 금메달을 따지 못할 것이라며 도핑 의혹을 제기했던 칼 루이스에 대해서는 "그를 존경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하며 날을 세웠다.

우사인 볼트는 이제 칼 루이스를 완전히 넘어선 것일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자크 로게 위원장은 "볼트의 업적은 선수로서의 인생이 모두 끝난 뒤에 평가할 일이다"라며 볼트와 루이스의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특히 그는 "칼 루이스처럼 4개 대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멀리뛰기)을 딴 선수도 있다"라며 최고의 전설이 되려면 올림픽에 3~4회는 계속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루이스의 업적은 어땠을까. 루이스는 1984 LA 올림픽에서 100ｍ, 200ｍ, 400ｍ 계주, 멀리뛰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는 100ｍ, 멀리뛰기, 1992 바르셀로나 400ｍ 계주, 멀리뛰기, 1996 애틀랜타 멀리뛰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볼트가 루이스와 가장 차이를 보이는 것은 멀리뛰기를 하지 않아 멀티플레이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육상 전문가들은 볼트가 800ｍ같은 중장거리 종목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록으로만 따지면 볼트가 루이스보다 우위에 있다. 루이스의 100ｍ 최고기록은 9초86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뛰었다면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0ｍ는 19초76으로 19초32의 볼트나 19초44의 요한 블레이크에게 밀리는 3위다. 볼트는 세계신기록을 3개나 가지고 있고 기록 경신의 기계다.

물론 과학적 진보로 최첨단 스파이크와 운동복을 착용하고 더욱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 볼트와 20년도 지난 루이스의 기록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둘이 같은 조건에서 겨루면 팽팽한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나란히 '전설'에 반열에 오른 둘을 두고 지존을 가리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