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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살리는 마이더스'....구자홍 동양시스템즈 사장


 

구자홍 동양시스템 사장은 '맵다'.

하지만,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겨자 맛'은 아니다. 여럿이 숟가락을 담궈도 좋을, 그래서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매운탕 맛'이다. 특히 이글거리는 햇볕으로 농축된 순창 고추를 듬뿍 넣어 끓인 맛이, 그의 맛이다.

그의 오랜 벗인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은 그의 홈페이지에 들어와 '작은 고추'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카리스마를 뜻하는 것이다.

실제로 구 사장의 경영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카리스마 경영'이다.

15년 동안 경제기획원에서 나라 살림을 꾸려오다, 지난 1987년 동부그룹에 스카웃 되며 재계에 투신한 이후 그에게는 '부실기업을 살리는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분신처럼 따라다녔다. 한국자동차보험(현재 동부화재), 동부화학, 동양카드, 동양생명 등이 그의 손길로 재생한 회사들이다.

특히 지난 95년 10여년간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아멕스카드(현재 동양카드)를 인수해 첫해부터 흑자로 돌려놓은 것은 지금도 회자되는 전설이다. 그는 또 9년간 적자의 늪에 빠져 퇴출위기를 맞았던 동양생명도 사장 취임 바로 첫해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동양생명은 지금까지 흑자를 시현하고 있다.

그 비법은 마땅히 '카리스마 경영'에서 찾아야 한다.

그는 이를 '리더쉽'이라 부른다. 박 장관도 그에 대한 평에서 "학창시절의 카리스마적 기질이 지금 전문 경영인으로서 보여주고 있는 강력한 리더쉽의 토대였다"고 회상하고 있다. '보스'의 기질을 타고났다는 뜻이다.

그의 매운 맛이 무미하고 건조한 겨자 맛이 아니듯이, 그의 카리스마 또한 '조폭류'의 분별 없는 보스 기질은 아니다. 순창 고추를 핵으로 여러 맛이 어울려 매운탕 맛을 내듯, 그의 카리스마는 대중적이며 맛깔스럽다.

그의 리더쉽은 '방향을 선명하게 하되 주위가 따르게 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스스로 '주파수論'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파수가 맞아야 라디오도 잡음 없이 들리듯 회사 경영도 사장과 직원의 주파수가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단 주파수를 맞춘 뒤에 임직원은 각자의 맡은 바 위치에서 소신껏 일을 하고, 모든 책임은 사장이 지는 풍토를 만들고자 한다.

지난 4월 동양시스템즈 사장으로 부임한 뒤에도 이런 소신은 잘 나타난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CEO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단순히 '몸값'을 올리자는 홍보는 아니다. 사장의 뜻과 의지, 그리고 경영 방향과 정책을 직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면서 주파수를 맞추기 위함이다. 방향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같이 가자는 뜻인 것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런 일화도 있다. 취임 초기 직원들이 구 사장을 '소 닭 보듯 했다'고 한다. 그가 사장인 줄 몰랐던 것이다. 처음에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금세 어쩔 수 없는 일인 줄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 뒤 구 사장은 10명~20명씩 조를 짜 600여명의 임직원과 일일이 점심이나 저녁을 먹으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취임 초기 거의 대부분을 임직원과 주파수 맞추는 일에 할애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주파수를 맞추는 것은 당연히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다. 설득이다. 그래서 그는 달변이다. 다소 모가 난 직설적인 어법이지만, 상대를 그다지 부담스럽게 하지는 않는다. 솔직하고 거칠 것이 없다. 숨겨놓지 않는 것이다.

임직원이 그런 그와 주파수를 맞추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녀 보인다.

CEO라면 의당 그래야 하겠지만 그는 또 "이익이 나지 않는 회사는 사회의 악"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또 "이윤은 주주, 종업원, 회사가 적당한 비율로 나누어 재투자 되어야 하고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두 문장은 그의 홈페이지 '필로소피' 코너에 뚜렷이 명문화돼 있다.

결국 '부실기업을 살리는 마이더스'로서의 구 사장의 비책은 주파수론을 바탕으로 한 카리스마적 리더쉽'에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주파수는 '부실기업은 사회악'이라는 기업관에 따라 적절하게 형성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 그가 이제 새롭게 어렵기 그지 않은 'IT'를 논하고 있다.

동양시스템즈는 예전에 그가 맡았던 회사들과는 다르다. 분야도 다르고 규모도 다르다. 동양생명의 경우 외형이 수조원대다. 동양시스템은 이의 10분의 1도 안된다. 하지만 예전 기업과 달리 상당히 안정돼 있다. 적어도 '사회악'은 아니다. 그래서 회사를 옮긴 뒤 마음이 아주 편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마냥 편할 수만은 없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IT, 특히 SI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다행히 동양의 경우 상반기 매출이 2002년 상반기에 비해 9% 성장한 500억 원이고 경상이익도 18억원으로 70% 성장했다. 그렇다고 자족할 상황은 아니다. 이익은 난다해도 근근히 살아가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 사장은 내실 경영을 기반으로 외형을 더 확대할 수 있는 복안을 구상중이다. 그는 이를 "먹고사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내일 모레 그리고 그 이후까지 좀 더 잘 살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 화두로 M&A를 끄집어냈다. 내실 있는 기업을 유지하면서도 3~4년 뒤 외형을 3천억원대로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M&A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임직원과 함께 하려는 주파수 또한 이것일 게다.

이 일은, 적어도 구 사장에겐, 예전에 부실기업을 정상화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더 선명하고 직원과 주파수를 맞추기도 편한 작업으로 보인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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