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어! 행복해질 거야 … 정말로?
SK텔레콤의 ‘최면나라’ 캐릭터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KTF에는 아예 최면 프로그램 '최면천국'서비스를 내놓았다. 주제는 금연, 다이어트, 스트레스 해소, 불면해소, 성인전용 최면 등. 휴대폰이 걸어오는 주문에 귀를 기울이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뜻일까?
휴대폰으로 최면을 걸어 담배도 끊고 다이어트도 유지할 수 있다? 몸에 항상 지니고 다니는 휴대폰의 바탕화면이나 벨소리로 암시를 걸어, 원하는 바를 성취하게 도와준다는 최면 서비스가 화제다.
SK텔레콤은 이전부터 ‘최면나라’를 통해 바탕화면 캐릭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태고 KTF는 3월 말 ‘최면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면 콘텐츠 서비스 붐이 일자 모티즌들 사이에서는 호기심 어린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를 둘러싼 논쟁도 활발하다. 대부분 최면이 비과학이네 아니네, 효과가 있네 없네 하는 효과 논쟁이다. 최면 콘텐츠를 제공하는 측에서는 지속적인 암시를 받으면, 성취하고자 하는 바가 무의식에 각인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일 휴대폰이 속삭이는 주문을 들으면, 과연 원하는 것을 얻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스트레스와 마인드 콘트롤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간 젊은 층에서 ‘점성술’이 대유행이라고 한다. ‘도깨비 도사’, ‘철학관’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점성술이 아니라 발랄하고 오락적인 측면이 강한 이른바 팬시점이다.
마음에 드는 접시를 깨뜨려 점을 보는 접시점이니, 북을 두드리는 봉고점이니, 춤추다가 멈추는 동작으로 점을 치는 댄스점이니 하는 것들이 대표적. 점성술의 예언 자체보다 심리적 즐거움과 위안을 찾기 위한 이벤트를 판매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고도 성장기를 지나 사회가 정체되면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체감 수치가 높아지고, 마인드 컨트롤이 인생에서의 성공이나 행복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는 공감대의 폭도 넓어지는 듯 싶다.
국내에서도 몇 년 사이 요가 같은 정신수련 운동과 아로마테라피, 미술심리치료 등 이른바 대체의학과 마인드 컨트롤을 보조하는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자기최면, 집중력 향상, 자신감 회복을 도와준다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이나, 모바일의 최면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SK텔레콤의 ‘최면나라’는 120여 개의 바탕화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골이 담배를 피우는 그림으로 금연을, 달려라 하니 캐릭터로 ‘나는 할 수 있다’ 식의 마인드 컨트롤을 보조한다.
하루평균 180여 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는 등 서비스 반응도 좋은 편.
최근 KTF가 매직엔멀티팩을 통해 제공하기 시작한 ‘최면천국’ 서비스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
휴대폰 화면에 애니메이션과 음향 등 다양한 암시장치를 띄워 담배를 끊도록 유도하거나 다이어트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나, 다이어트나 금연 등 아이템별로 7일차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것이 특징.
휴대폰에 ‘최면천국’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실행시키면 날짜마다 강도를 높여가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암시를 걸도록 구성되어 있다. 진승표 한국최면분석연구소장, 이희상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의 감수까지 받았다고 하니 그야말로 본격적인 최면 프로그램인 셈이다.
최면이라는 트렌드, 트렌드라는 최면
최근에는 통화연결음으로 최면을 거는 음성 서비스도 등장했다. 무선인터넷 콘텐츠 업체 비즈브레인이 제공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최면술사나 성우들이 녹음한 멘트를 전화를 받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들려주는 방식으로 최면 효과를 노린다.
다이어트의 경우 배경음에 맞춰 ‘날마다 날씬해지고 몸이 가벼워집니다’라는 종류의 멘트를 들려주고 연인들에게는 ‘계속해서 사랑이 이뤄지는 상상을 하면 할수록 더욱 그 사람과 친하게 되고 사랑이 이뤄집니다’라는 멘트를 들려준다.
효과는 둘째 치고 과연 지하철이나 사무실에서 ‘날마다 날씬해지고’ 운운하는 멘트를 방송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기는 하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없다. 고교 시절 아침마다 방송실에서 틀어주던 명상 테이프가 생각난다.
이렇게 각종 최면 콘텐츠가 쏟아져 유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쩐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스테리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회중시계를 든 남자, 금속 추를 든 중세 마법사들의 전유물이 최첨단 디지털 기기를 통해 유행하고 있다는 아이러니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트렌드가 형성된 데에는 정신 건강과 마인드 컨트롤의 필요성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한몫을 했을 것이다. 일본의 팬시점과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부담 없이 투자하고 심리적 위안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가 상품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회중 시계와 금속 추를 연상시키던 최면이 지금에 와서 트렌드로 부상한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최면이 트렌드가 된 것인지, 트렌드가 최면을 걸어오는 것인지 좀 헛갈리는 면은 있지만 말이다.
/장재현 콘텐츠 칼럼니스트 eosx@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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