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통합진보당이 사실상 분당 수순에 들어선 가운데 연말 대선을 앞두고 진보개혁 진영의 세력 재편이 또 다시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결의안 부결 이후 통합진보당은 내부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국민참여당계가 자리하고 있다.
국민참여당 전·현직 간부 당원 200여명은 지난 29일 대전에서 논의 후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또 결의문에서 '통합진보당을 통한 대중적 진보정당 구현은 실패했다는 국민적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유시민 전 대표도 지난 29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가자는 통합정신을 살리기 위해 당의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수단이나 절차가 남아 있나 ▲이를 통해 혁신을 시도할 경우 성공 가능성이 있나 ▲그렇게 일정한 성공을 거둘 경우 그 성공이 국민과 민중의 관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인가의 조건을 내걸었다.
유 전 대표는 "이 세 질문 모두 '예스'라는 결론이 날 경우에만, 우리는 통합진보당의 혁신을 가로막고 작은 기득권을 지키려고 당의 자살까지 불사하는 세력과 싸우게 될 것"이라며 "혁신을 추진할 절차나 수단이 더 이상 없다면 굳이 당 안에서 혁신을 위한 투쟁을 계속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탈당을 의미하는 것이다.
강기갑 대표와 유시민·심상정·조준호 전 공동대표단, 노회찬 의원 등 혁신파들은 31일 오전 조찬회동을 통해 현재 당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탈당과 향후 진로 등에 대한 공동 의견을 마련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상황 인식은 비슷했다.
유시민 전 대표는 이날 회동 후 "통합진보당은 이미 국민들에게 사망선고를 받은 정도가 아니라 집행된 것 같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래도 진보정치가 필요하다면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국민과 함께 해 나가야 할 것이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유 전 대표는 또 "모든 면에서 합의되지는 않았지만 빠른 시일 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전 대표도 기자들에게 "국민들께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혁신파들은 구당권파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조만간 통합진보당의 분당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당원 3천여명이 탈당하거나 당비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합진보당의 물적·인적 토대인 민주노총도 조만간 통합진보당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이미 민주노총은 혁신이 바탕되지 않은 통합진보당을 지지할 수 없다는 '조건부 지지철회' 입장을 정한 바 있어 혁신이 좌절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가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통합진보당이 분당된다면 진보정당은 어떻게 재편될까. 일단 혁신파인 국민참여계와 통합연대 등이 신당을 창당하고 민주노총이 이를 지지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의 틀을 살려낼 수 있는 방안이다.
당외 진보세력으로 진보신당이 남아 있지만 통합 당시 이들이 국민참여계와의 합당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당에 참여할 가능성은 적다.
민주통합당으로의 합류 가능성도 있다. 국민참여계 강동원 의원은 최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과거 야권대통합 차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 것이었는데 지금 검토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진보진영의 다양성을 볼 때 이를 끌어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민주당은 최근 좌클릭했고 진보세력도 우클릭해 간격이 상당히 좁아졌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 통 크게 생각해볼 가치는 있다"고 평했다.
이는 국민참여당계 전체의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참여당계는 과거 민주통합당과 당을 함께 한 경험이 있다. 민주통합당에 대한 거부감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공통점도 존재한다. 반면, 심상정·노회찬 의원 등 진보정당 운동을 해왔던 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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