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 공기업에 다니는 최모씨(46세, 서울 잠실)는 작년 가을 B브랜드의 중형 수입 세단을 구매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아들과 함께 가족 나들이가 많아지면서 안전을 고려해서 였다.
여기에 작년 7월 한-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차가격도 내려, 안전·서비스 등을 감안하면 국내 중대형 차량들과 차가격에서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최씨의 수입차 구매를 부추겼다.
#. 강원도 동해에 사는 김모씨(38세, 자영업)는 사업차 관내 출장이 잦은 편이다. 그는 국산 중형 세단을 타다, 최근 2천cc급 P브랜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구매했다.
관내 도로가 곡선이 많고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잦은 산악형 도로를 감안한 구매였다. 여기에 최근 한-EU FTA 발효 2차 관세 인하분이 적용되면서 김씨는 초기 가격 부담을 덜었다.
최근 최씨, 김씨와 같은 소비자가 늘면서 전통적인 보수시장으로 이름 난 우리나라의 작년 수입차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7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작년 수입차는 모두 10만5천37대가 팔려 전년(9만562대)보다 16%(1만4천475대) 증가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수입차 개방 첫해 0.004%에서 작년에는 7.98%로 상승했다.
이 같은 수입차 상승세가 올해는 더 가파르다. 올 상반기까지 수입차는 모두 6만2천239대가 팔리면서 전년동기 대비 20.5%가 급증, 시장점유율도 9.77%로 뛰었다.
이 같은 성장세를 감안할 경우 올해 판매는 12만대 정도로, 시장 점유율도 10%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지 25년만이다.
지난 1987년 7월, 정부는 88서울 올림픽을 1년 앞둔 시점에서 국내 수입차 시장 문을 열었다.
첫해 국내에서는 모두 10대의 수입차가 팔렸다. 이어 10년만인 1996년 1만315대로 처음 1만대를 돌파하더니, 8년만인 2004년 2만3천345대로, 7년이 지난 작년에는 1만배 이상 성장했다.
또한 개방 초기, 수입차는 가진 사람들의 점유율로, 서울 강남 부자들의대명사이자 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다 최근에는 5천만원 미만의 수입차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일반 회사원들도 수입차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국내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모델들이 대거 출시, 베스트셀링 모델들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수입차 개방 8년차인 지난 1994년 수입차 통계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미국 포드의 '사블LS'가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판매 10위 안에 포드(2종), 크라이슬러(3종) 등 미국차가 강세를 보였다. 그해 유럽차는 볼보 940GL이 판매2위에, 푸조 405SRI가 6위에, 벤츠의 C180, E200, C200이 각각 7, 8, 10위를 기록했다.
당시 미국 차의 우위 속에 미국차와 유럽차 경쟁이 혼재한 상황이라고 수입차 협회는 설명했다.
이후 이 같은 현상이 1998년까지 지속됐다. 1998년 미국 포드와 크라이슬러가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위에서 7위까지 모두 차지했고, 유럽차는 BMW와 폭스바겐만이 10위 안에 진입하는 등 체면유지에 그쳤다.
그러다 지난 1999년에 이 같은 미국차 강세는 약해졌다.
당시 벤츠의 S320L이 판매 1위에 올랐고, BMW 5시리즈와 3시리즈가 가 2위에서 6위를 차지했다.
다만, 10위권 안에 크라이슬러의 그랜드체로키LTD가 7위, 스트라투스 2.5L이 8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0년대 들어서도 유럽차의 강세가 지속된 가운데, 지난 2001년 일본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가 한국시장에 진출해 LS430(3위), GS300(9위)에 오르는 등 선전했다.
◆200년대 들어 미국차 강세 꺽이고, 일본차 상승
하지만 이듬해 렉서스는 ES300으로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BMW가 10위 안에 3시리즈, 5시리즈, 7시리즈 등 7개 모델을 올렸으나, 렉서스의 인기를 넘지는 못했다.
같은해 렉서스 LS430은 판매 5위, 폭스바겐 뉴비틀은 10위를 차지했다.
2003년에는 다시 BMW 530이 판매 1위에 올라으나, 일본차의 강세를 꺼지는 못했다. 당시 렉서스는 판애 2, 3, 5, 6위에 오르는 등 렉서스 판매 모델들이 고른 활약을 보였다. 그해 BMW 3개모델, 벤츠 3개 모델이 판매 10위 안에 들었다.
2003년은 유럽차와 일본차의 경쟁을 알리는 해였다.
이어 2000년대 중반에는 단연 일본차가 유럽차를 압도했다. 2004년 수입차 판매 1, 2위를 렉서스가 차지하는 등 판매 10위 안에 혼다 어코드(4위)가 첫 진입하는 등 일본차와 유럽차가 4대 6의 비중에도 불구하고 일본 차가 우세를 보였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일본차의 시대였다.
2005년 렉서스 ES330이 판매 1위, 혼다 CR-V가 판매 2위 등 베스트셀링 '탑10' 안에 모두 6개 차종이 일본차였다. 유럽차는 4종.
2006년에도 렉서스와 혼다가 나란히 1, 2위를 나눠 가졌으나, 10위 안에 일본차는 4개만이 진입했다.
2007년에는 혼다의 SUV CR-V가, 2008년에는 혼다 어코드가 각각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다시 일본차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그러다 지난 2009년 미국에서 대량의 리콜 사건을 겪은 렉서스는 같은해 국내에서도 내리막, BMW 5시리즈에 판매 1위를 내주고 2위로 물러났다.
렉서스의 ES350이 판매 2위에 오르는 등 일본차 4개 모델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으나 독일차의 전성시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10년과 작년 수입차 시장 판매 1위는 벤츠의 E300이 차지했다. 하지만 이 기간 BMW가 판매 1위를 차지하지 못했으나, 2009년부터 작년까지 수입차 시장 판매 1위 기업에 오르는 등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와 인피니티가 판매 10위 안에 들었으나 전체 수입차판매 비중 70%를 넘어가는 유럽차의 상승세를 꺽지 못했다.
통계 작성 초기 강세를 기록했던 미국차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사양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포드 파이브 헌드레드(8위), 2010년 포드 토러스(5위)가 10위 안에 진입한게 고작이다.
이는 미국의 완성차가 고연비와 함께 다양한 안전·편의 사양, 컴팩트 형을 추구하는 최근 운전자들의 성향을 반영하지 못한데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한편, 올해에도 320d, 520d 등 중형 디젤 세단을 앞세운 BNW가 여전히 수입차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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